[고의서산책 707 ]千日病을 고심한 산림처사 醫藥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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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07 ]千日病을 고심한 산림처사 醫藥論
  • 승인 2015.12.1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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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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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疥瘡說」


오늘 소개할 책자는 형태상 실끈으로 묶인 전형적인 종이책이 아니고 2장의 종이를 옆으로 길게 늘여 붙여 돌돌 말아 보관하였던 두루마리 형태의 필사 자료이다. 이러한 두루마리 자료는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으레 맨 앞장이 손상되기 쉬운 특징을 갖고 있다. 이 자료 역시 여러 번 접어서 보관했던 탓에 말려진 안쪽 보다는 바깥쪽 부분에 오염이 심하고 심하게 닳아 있다. 특히 처음 시작부분은 일부가 떨어져 나가고 다소 헤어져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 들 정도이다. 다행이 시작부의 논제가 그대로 살아남아 있어 본문은 온전한 상황이다.

 

 

 

 

◇ 「논개창설」

 

 

제목은 ‘論疥瘡說’, 개창 즉 옴과 창병에 대하여 논구한 1편의 짧은 논설이다. 격식을 갖춘 문장에 의약설이 흔하진 않으므로 불문곡직 내용을 들여다보기로 하자. “오랜 옛날부터 사람의 인생이 병으로 죽지 않을 수 없었으니 죽음이란 성현뿐만 아니라 문장이나 勇略이 뛰어난 자일지라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라고 전제하였다. 그러나 병에는 경중이 다를 뿐 죽을병과 죽지 않는 병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죽을병이란 혹간 다스리기 어려워보여도 실은 쉬운 것이니 染病이나 連珠瘡, 痼疾瘡 등속이며, 죽지 않을 병이란 혹 쉽게 보여도 잘 낫지 않는 병이니 바로 안질, 편두통, 脣瘡 등이라고 하였다.

이런 여러 가지 병 가운데서도 개창은 가장 末疾(악성질환)이니 손으로 한번 긁기 시작하면 문둥병처럼 변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고질병의 원인은 벼룩과 이가 서로 옮겨 다니기 때문인지라 몇 달을 넘겨도 낫지 않아 千日瘡이라고도 부른다. 1000일 사이에 喪事라도 만난다면 廬幕에서 3년을 보낼 테니 文士라면 이치에 해롭지 않아 가히 상서로운 징조[休徵]라 할 만하다고 위로한다.

뒤이어 지은이가 부리고 있었던 노복이 이 병에 걸린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하루아침에 병에 걸려 1000일을 고생하니 이 무슨 신수가 이토록 사나운가!”라며 한탄하고 있다. 세속에서 이 병을 다스릴 약으로는 信石이 제일이라고 말하며, 또 수은, 석웅황, 馬糞, 櫻桃根, 千金酒 등이 그 다음이다. 그 외에 여타 약물로 膠鳳膏는 먹지 말 것이며, 비록 인삼, 녹용이라도 이 병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기술한다.

그러니 선비로서 이 병에 걸린 딱한 사정을 외면할 길이 없고 안쓰러운 마음을 이기지 못할 형편인데, 온 집안사람들은 혹시라도 자신에게 傳染될까 봐서 전전긍긍하니 처첩이 비록 서시나 양귀비 같은 미모를 갖고 있다할 지라도 감히 벗하여 풍류를 즐길 것이며, 자제들이 비록 王祥이나 司馬光 같이 孝悌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 할지라도 어버이를 한결같이 奉養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탄식하였다.

저자는 이 병이 빨리 낫고 무사히 지나가기를 간구하는 마음으로 홀로 ‘望日瘡’이라고 이름을 바꿔 부르면서 이 글을 지어 널리 읽히고자 한다고 술회하였다. 戊寅년 1월 期望일에 菊史라는 아호를 쓴 어느 이름 모를 선비(菊史處士)가 지은 醫論이다. 전문은 군데군데 교정이 되어 있고 어떤 곳은 빠트린 문장을 옆줄에 다시 보충해 놓고 있어 이 글이 완성된 글이 아니라 草藁 형태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부분적으로는 가독성이 떨어지거나 읽히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이 글의 끄트머리에는 다음과 같은 처방이 기록되어 있다. “椒三扼 作末, 湯油相和, 不冷不熱, 以塗身, 溫房經一夜, 則神效云云.” 풀어보자면 “山椒 3줌을 손으로 움켜잡아 가루 장만하여 끓인 물과 기름을 반반으로 섞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게 하여 온몸에 바르고 따뜻한 방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나면 아주 귀신같은 효험이 있다고 하더라”라고 적혀 있다. 조선시대 어떻게 하면 난치병을 나을 수 있을까 그 대처법에 골몰했던 지식인의 고뇌가 엿보인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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