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돈의 도서비평] 왜 우리는 ‘같은 것’을 보며 ‘같은 세상’을 산다고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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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돈의 도서비평] 왜 우리는 ‘같은 것’을 보며 ‘같은 세상’을 산다고 생각할까?
  • 김진돈
  • 승인 2015.11.19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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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비평 | 「이상한 나라의 뇌과학」
 
뇌과학자가 바라본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대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의 질문들에 대한 뇌과학적 고민이며 질문이다. 인간 세상의 다양함은 무한하다. 경험, 교육, 환경, 음식, 상상, 꿈, 사랑, 희망, 좌절, 죽음 같은 것들이 우리의 뇌를 바꿔놓을 수 있고 우리의 세상 역시 바꿔놓는다. 문제는 각기 다른 뇌를 가진, 즉 각기 다른 세상을 사는 우리가 모두 ‘같은 세상’을 산다고 착각하는 데서 벌어진다.

김대식 著
문학동네 刊

왜 이런 착각을 하는 걸까? 이 세상 어느 사람의 뇌도 100퍼센트 동일하지 않다. 서로 다른 회로망을 가진 뇌는 각기 다른 아웃풋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왜 모두 ‘같은 것’을 보며 ‘같은 세상’을 산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언어의 한계 때문이다. ‘인식된’ 세상은 이미 나란 존재의 한 부분이다. ‘언어의 해상도’가 ‘인식의 해상도’보다 낮기에 서로 다르게 보는 세상을 동일한 단어로 표현한다.

얼마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원피스 한 벌의 색깔 논란’과 ‘세월호’ ‘무인 자동차’ 등 최근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이슈들을 과학자의 시선으로 흥미롭게 풀어낸다. 예를 들어 같은 드레스가 다르게 보이는 게 신기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르게 보는 세상을 같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더 신기할 뿐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주위의 부모나 교사, 선배, 가족 등으로부터 바른 삶에 대해 조언과 가르침에 둘러싸여 왔다. 항상 타인이 원하는 삶을 살기에 우리는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선택할 기회가 없다. 한국인은 똑똑한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왜 하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 일을 묵묵히 참아내고, 게다가 그 일을 웬만큼 해낼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이 우리의 진정한 비극인지도 모른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기에 남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불안해진다.

오늘은 어제와 다르고 내일은 예측 불가능하다. 오늘의 진실은 내일의 이단이고 어제의 패션은 오늘의 난센스다. 나는 변하지 않았지만 세상이 변했기에 나는 고향에서조차 이방인이 돼버린다.

한 대학 연구팀은 뇌가 과거 기억을 계속 편집한다는 결과를 소개한다. 기억은 한번 저장된 정보를 필요할 때 다시 꺼내오는 게 아니다. 기억은 업데이트된다. 지금 이 순간의 경험, 느낌, 생각이 우리의 과거를 계속 편집하고 있으며 현재의 변화가 클수록 우리의 과거 역시 더 많이 편집된다.

세상은 끝없이 많고 복잡한 정보들의 합집합이다. 1.5kg의 작은 뇌가 실시간으로 받아들이고 처리하며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고로 기억한다는 것은 언제나 무언가가 왜곡되고 압축돼야 한다는 말과 같다.

끝없는 예측을 통해 뇌는 ‘예측된 세상’과 ‘경험하는 현실’의 차이를 계산한다. 예측과 현실에 차이가 없다면 그 정보는 무의미해서 기억하지 않는다. 트라우마는 일상적인 삶을 사는 인간이 기대하기 가장 어렵고 예측할 수 없기에 가장 강한 기억을 남기는 경험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트라우마는 뇌에 다양한 손상을 끼친다. 기억을 만들어내는 해마,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체, 판단력을 좌우하는 전두엽 등 다양한 뇌 영역의 조직적, 기능적 구조 그 자체가 변하기에 트라우마는 단순히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선 슬픔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천천히 다시 뇌의 예측과 현실이 일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간의 뇌는 상황, 문제, 필요성에 따라 인식의 폭을 재구성할 뿐이다. 무엇이 가장 좋고, 나쁜지를 정한 후 나머지 가치들을 재배치한다. 그것이 바로 ‘개인의 생각과 삶의 폭’이다. 삶과 세상의 진정한 폭을 알게 된다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행복할지 알게 되고 자신이 원해서 하기에 이 세상 누구보다 더 잘해야만 미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삶과 세상의 진정한 폭을 알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작별’이다. 아들, 딸, 엄마, 아빠, 형, 교수님, 의원님, 사장님, 기사님. 우리 모두 서로 멀어져야만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나라가 되고 진정으로 가까워질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결국 그것이 서로 진정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길이다.

뇌과학적으로 삶의 대부분은 기억이다. 현재는 한 순간 뿐이고 미래는 아직 존재하고 있지 않지만 기억만큼은 우리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억된 인생의 길이는 뇌의 샘플링 속도에 좌우된다. 어린 뇌는 세상을 더 자주 인식(샘플링)하기 때문에 세상을 ‘슬로모션’으로 기억하지만 나이 들면 샘플링 속도가 느려져 세월이 빠르게 느껴진다.

해결책은 집중과 몰입뿐이다. 미래의 내가 과거를 떠올릴 때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게 기억될 것 같다면 집중과 몰입을 하자. 반대로 평생 나에게 괴로운 기억과 아픔을 줄 것 같다면 최대한 집중을 하지 말아보자. 집중한 순간은 기억에서 늘어나지만, 집중하지 않은 순간의 기억은 줄어들거나 사라진다. 집중과 선택을 통해 기억에 남는 인생을 편집할 수 있다.

한국이 나갈 방향에 대해 수 백만 개의 역사, 종교, 정치, 경제, 과학적 변수들을 동시에 고려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인 제국적 마인드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값 1만6000원) 

김진돈 / 송파구 가락동 운제당한의원장, 시인, 송파구립도서관 통합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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