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04] 歌賦에 우러난 조선 전기 飮茶文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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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04] 歌賦에 우러난 조선 전기 飮茶文化
  • 승인 2015.11.2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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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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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賦」


조선 성종 대에 활약한 선비 寒齋 李穆(1471∼1498)이 남긴 보기 드문 우리나라 차문화 자료이다. 한재 이목은 1484년(성종 15) 당대 士林의 거두였던 金宗直의 문하에 들어가 수업하였고 학문으로 크게 명성을 얻었으며, 사림파의 대표적인 학자인 金宏弼, 鄭汝昌 등과 동문수학하였다. 일찍이 19세의 젊은 나이(1489)로 진사시에 입격해 성균관 유생이 되었는데, 언행과 논변이 정중하고 위의가 있어 동료들로부터 추임을 받았다. 1495년(연산군1) 별시문과에 장원으로 급제해 成均館典籍이 되었고, 1496년 영안남도(永安南道: 지금의 함경남도) 兵馬評事를 거쳐 이듬해 湖堂에 들어 賜暇讀書하는 영예를 누렸다.

 

 

 

 

◇ ‘다부’가 수록된 「이평사집」

 

 

1490년 성종이 병환 중일 때 대비가 무당을 시켜 성균관 벽송정에 陰祀를 설치하고 굿을 하자 유생들과 함께 제단을 부수고 무당을 쫓아내니, 대비가 크게 노하여 국왕에게 고해바쳤으나, 얼마 뒤 임금은 유생들을 처벌하지 않고 성균관 대사성을 불러 “그대가 학생들을 인도해 士習(유생들의 기풍)을 正道로 돌아가게 하니 내가 가상하게 여기노라”고 말하며 오히려 御酒까지 하사하였다는 일화가 전한다.

1498년 戊午士禍 때 훈구파의 모함으로 弔義帝文 사건에 연루되어 김굉필·정여창·김일손·권오복 등과 함께 참형에 처해졌다. 1504년 갑자사화 때에 다시 剖棺斬屍되는 횡액을 당했다가 1506년 중종반정 이후에야 비로소 伸寃되었다. 그는 사화에 연루되어 28세의 짧은 일생을 살았지만 節義에 투철하여 사림의 존경을 받았다. 詩賦에 능하였으며, 특히 오늘 소개할 자료인「茶賦」를 지어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차문화의 전범을 남겼다. 저술로 후대에 간행한「寒齋文集」과 「李評事集」이 있으며, 이 가운데 다부가 실려 전해지고 있다.

그에 관한 사적은 「燕山君日記」나 「國朝人物考」, 「한재문집」, 「이평사집」 등에 수록되어 전해지고 있어, 그의 생애와 학문사상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절의를 지키다 요절한 한 젊은 선비의 생애보다 그가 남긴 차 노래라 하겠다.
다부에 적힌 문장은 구구절절이 음차의 체험에서 우러난 경험지식을 토대로 기술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은이 한재 이목의 삶과 생애를 알고 다부를 읽어 그 내용을 숙지한 사람이라면 차의 효용을 올바로 깨닫고 더욱 풍부한 차향을 즐길 수 있으며, 차를 통해 도달하였던 이목의 고결한 정신적 경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본문에서는 차의 여섯 가지 덕[六德]을 논했는데, 첫째, 오래 살게 한다. 둘째, 병을 낫게 한다. 셋째, 기운을 맑아지게 한다. 넷째,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다섯째, 사람을 신령스럽게 한다. 여섯째, 사람으로 하여금 예절을 갖추게 한다고 설파하였다.

대략 1300여자로 이루어진 「다부」 전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맨 먼저 茶賦幷序(차노래와 서문), 그리고 茶名(명차의 여러 가지 종류), 生産地(주요 차생산지), 茶林風光(제다시의 자연과 차 숲의 풍광을 노래함), 五功茶(음차의 다섯 가지 효능), 六德(음차의 여섯 가지 혜택), 七椀茶(차의 일곱 가지 효능설), 그리고 선비의 일상적 修行과 결론 등이다.

한재 이목은 “아직껏 차를 칭송한 글이 없음은 어진 이를 버려둠과 같기 때문에 이 노래를 짓노라”고 하며 이 글의 저작 동기를 밝혔다. 아울러 저자 자신이 즐기는 喫茶 생활에 대한 고백과 다짐, 그리고 모든 이에게 차마시기를 권유하는 계명을 남겼다. 「다부」는 건강한 음차문화를 예찬한 조선 전기 도학자이자 선비가 남긴 산문시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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