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03] 冊曆에 기록한 鍼灸補瀉의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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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03] 冊曆에 기록한 鍼灸補瀉의 요령
  • 승인 2015.11.1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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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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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鍼灸經驗損益方」

 
해 지난 冊曆의 이면을 뒤집어 재활용한 필사본 의서 가운데 자신이 경험한 처방용약과 침구경험방을 略抄한 것이 1종 있기에 간략하게 요지만을 해설하고자 한다. 대개 이렇듯 책력을 풀어서 활용하는 방법도 몇 가지 방식이 있는데, 비록 의약과 직접 관련되는 사항은 아니지만 알아보면 흥미로운 점이 많다.
 

◇ 「침구경험손익방」

당연히 책력은 배포된 해가 지난 다음에 용도 폐기된 것을 재활용하게 되지만, 간혹 아예 당년의 책력에 날짜별로 맞추어 간략한 일지를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 직장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다이어리의 기능과 흡사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경우 대개 일별로 날씨나 그날 찾아온 손님을 적거나 절기에 따라 챙겨야할 농사일을 적어두는 農曆으로 활용한 경우가 많다.

당년에 기록된 경우가 아니라면, 한지를 접어서 제책한 선장본의 특징상 대개 위아래로 남겨진 여백이나 뒷면의 공면을 이용하려는 의도이다. 어느 경우이든 간에 당해 년이 지난 다음 책력이 필요하지 않게 되는 시점 즉 1∼3년 후가 이런 책력을 활용하는 시점이 될 것이다.

그래서 책력에 기재한 사본의 경우, 특별히 내용 가운데 필사시를 적어두지 않았다 하더라도 책력의 간행시기로 보아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남아 있어 사본의 작성연대를 추정하기에 유리한 점이 있다. 이런 종류의 필사본 가운데 우리가 궁금해 하는 의약에 활용된 예로서는 책력에 안에 기재된 不宜鍼灸라든가 天醫日 같은 일진에 따른 일간정보를 활용한 경우가 더러 있어 일상에서 필요한 건강관리 요소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 소개하는 책도 역시 책력 몇 권을 뒤집어 사용한 경우로 아쉽게도 年期가 표시된 장이 보이질 않아 정확한 작성 시기를 제시하긴 어려우나 책력의 형태로 보아 대략 조선조말엽에서 대한제국시기의 것으로 보인다.

표제에는 ‘經驗神方’이란 다소 흔한 이름이 붙어 있다. 서발이나 목차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애초부터 여러 사람에게 널리 읽힐 생각은 아니었고 다만 자신이 곁에 두고 자주 이용할 목적으로 작성한 비망기 성격의 사본이라 하겠다.

전반부는 여러 가지 경험처방이 상하 4단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각 처방명의 앞머리에 圈點을 두고 방제명을 기록함으로써 한눈에 각 처방을 구별해 볼 수 있도록 배치하였다. 각 처방의 후미나 하단에 기재한 적응증과 치법에는 별도로 네모 박스를 쳐서 구분한 것으로 보아 작성자가 자주 이 책을 펴서 보고 애용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안에는 여러 가지 처방전과 필기들이 다수 함입되어 있는데, 이러한 면모도 역시 필사본 의서류의 특징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책의 중반에는 여러 가지 단방요법을 수습하여 기재해 두었는데, 국한문을 두루 혼용하였다. 전문 가운데 가장 눈여겨 볼 것은 권 후반에 배치된 ‘鍼灸經驗損益方’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허임이 지은 ‘침구경험방’을 토대로 節略하여 抄寫한 것이다. 비록 기재한 내용은 간단하고 볼품없으나 1644년 허임이 지은 「침구경험방」이 처음 간행된 이후 민간에서 두루 활용되면서 침구지식이 어떻게 변용되었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 단서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다.

앞부분은 「침구경험방」 서문에서 서두의 “經曰邪之所湊, 其氣必虛, 何則? 凡人疾病, 皆由於飮食失節, 酒色過度, 風寒暑濕, 乘虛??入經絡, 榮衛不行故也 … ”로부터 “此醫家之大綱, 察病之捷徑, 而亦愚平生所要用訣也”까지 가장 기본적인 침구이론의 전제부분만 발췌하여 수록하였을 뿐이어서 구체적인 치료법보다는 치료원칙에 중점을 둔 것으로 여겨진다. 「침구경험방」이 민간에서 활용되고 응용된 양상을 볼 수 있는 의약자료 가운데 하나라 하겠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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