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 건강정보 거름장치가 없다
상태바
외래 건강정보 거름장치가 없다
  • 승인 2003.10.10 1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뻔한 이론 불구 데이터 미비로 통제 안돼


국외에서 무분별하게 유입되는 건강정보들이 한의학적 관점에서 재해석되는 과정이 결여된 채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들어오는 건강정보들이 신문과 방송, 인터넷 매체를 가득 메우고 있지만 의료계의 검토나 평가 과정이 생략되어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한의계에서 오랜 동안 당연시되어 오던 건강법들과 유사한 각종 이론과 정보들은 한의계가 외면하는 사이에 새로운 건강법인 것처럼 포장돼 유입되고 있어 자칫 한의학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돼 최근에 공중파방송을 타고 국내로 소개된 slow food 운동이 대표적인 건강사조라 할 수 있다.

fast food에 대응하는 개념인 슬로 푸드 운동은 천천히 재배, 숙성시켜 먹자는 자연친화적인 음식건강법으로서 본질적으로 한의학의 정신과 매우 일치되는 건강법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건강법이 소개되는 과정에서 명칭도 영문으로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한의학전문가의 견해는 쏙 빠져 있다는 점이다. 마치 슬로 푸드는 내용적으로는 한의학이지만 형식적으로는 한의학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듯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한의학적 거름장치 없이 들어오는 건강법은 슬로 푸드에 그치지 않는다.

모 신문에 보도된 30-30 운동(30분 이상 먹고 30번 이상 씹기)이라든지, 다이어트법, 그밖에 음식재료의 생산, 조리, 섭취 등과 관련된 수많은 이론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의계는 이에 대해 당연히 한의학계에서 걸러 한의학의 이론 테두리내에 묶어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한 한의대 교수는 “한의학과 유사하다 하더라도 해당분야의 최고 전문가집단이 의미를 부여해주지 않으면 기존의 틀을 벗어나게 돼 있다”면서 “한의계 차원의 재평가 작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론적인 뒷받침을 통해 새로운 건강법이 한의학 영역내로 흡수되고, 궁극적으로 한의학 임상내용을 더욱 풍부하게끔 발전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마치 한의학과 별개의 영역인 것처럼 인식되어가는 소위 대체의학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거름장치를 작동시킬 것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의계에 이들 분야의 전문가집단이 형성돼 있지 않아 단기간내 현실화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관계자는 그런 원인으로 침·약에 치우친 대학의 교육과 개원가의 임상풍토 등 한의계의 집단적 무관심을 꼽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문제는 외래건강법을 데이터로 입증하지 못하는 데서 온다는 지적이다.

한의학적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는데도 기전에 대한 근거와 데이터가 없어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의계가 귀담아 들어야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의계에 내재된 이런 근본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타직능과 무면허집단의 한의학 침탈로 한의학치료시장이 위축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의학의 고유 영역인 예방의료의 영역까지 외래건강 사조에 묻힐 수도 있어 한의계의 경각심이 요구된다.

김승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