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PDF보기  기사제보  광고안내  싸이트맵
최종편집 : 2019.12.13 금 17:07
> 뉴스 > 문화/과학 > 도서비평
     
[김진돈의 도서비평] 공자와 다른 또 하나의 문명과 교육
도서 비평 |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2015년 09월 24일 () 11:22:07 김진돈 mjmedi@mjmedi.com
 
그동안 「도덕경」에 관한 번역본은 아주 많다. 저자는 도가철학 전공자로 「도덕경」을 읽을 때 기존의 기본텍스트로 삼았던 위진시대 왕필의 「노자주」를 왜 춘추전국시대의 노자 사이에 있는 600∼700여 년이라는 엄청난 공백을 깊이 고려하지 않았는지, 상식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최진석 著
소나무 刊

그리고 왕필본이나 다양한 여러 통행본들이 우리에게 익숙해서 이미 익숙한 판본들은 기본적으로 사용했다. 노자의 원래 음성에 가까운 것 같은 내용이 1973년에 발굴된 백서본이나 1993년 나온 죽간본에 있으면 거기에 있는 것을 선택하고,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에는 적절한 판본의 것을 채택했다.

노자의 주장을 지금 상황에 적용시키려는 사람들은 노자가 대답하려던 문제의식과 지금의 시대적 조건이 어느 지점에서 얼마만큼 닿아 있는지 먼저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고전 저술가의 원음을 파악하는 것이 선결 조건이다.

그리고 노자의 원음이 ‘지금’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비록 2500여 년 전에 살았던 노자이지만, 노자에겐 분명 잊혀진 미래가 들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서양 철학사를 바탕으로 시대를 고대·중세·근대로 나눌 때의 기준은 한 시대인들 끼리 공유하던 ‘철학적 문제의식’이다. 학자나 학파에 따라 다양한 관점을 가지더라도 모두 이 세계의 궁극적인 존재는 무엇이고 그것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하는 동일한 문제의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중국의 철학사도 그렇다. 그 시대인들이 공유했던 문제의식의 차이로 춘추전국시대, 한대, 위진남북조 등으로 구분한 것이다. 한 왕조의 국가체제나 계급구조는 항상 그들이 공유했던 문제의식과 생사를 함께 했다.

춘추전국시대 사람들이 해결하려고 했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회와 인간의 문제였다. 하나의 주제에 관해 다양한 반응이 있었고 그 가운데 체계적으로 반응하였던 사람들이 공자, 노자, 묵자, 맹자, 장자 등의 제자백가들이다.

중앙집권적 관료 체제를 이룩한 한대(漢代)의 문제의식은 인간과 사회 그리고 역사까지를 포함하는 이 우주는 어떻게 구성되며 그 근원은 무엇인가였다.

이 모순적인 두 계열의 대립이 파국으로 치달아 한대는 막을 내리고 위진시대가 시작되면서 현실의 제도와 도덕 체계 및 현상계의 복잡다단한 존재들의 합리적 근거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그 시대가 해결해야 할 가장 본질적인 문제였다.

진정으로 참된 존재 즉, 본체에 대한 탐구가 위진시대의 철학적 문제의식이었다. 이 문제의식 속에 왕필이 있었다. 노자는 인간과 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에 대한 탐구가 철학적 주제였던 시대, 왕필은 합리성의 근거를 논의의 주제로 하던 시대에 살았다.

노자는 춘추전국이라는 시대적 조건을 넘어서지 못했고, 왕필은 위진시대를 초월하지 못했다. 이것은 모든 인간의 보편적 한계이며, 아름다울 수 있도록 제한 받은 축복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어떻게 왕필이 시대와 역사를 초월한 무한능력의 철학자일 수 있었겠는가? 노자라고 해서 어떻게 시대와 역사를 초월하여 모든 시대의 모든 문제에 합당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었겠는가?

노자를 읽을 때, 노자의 주석가들마다 각기 해결하려는 문제가 따로 있었으며, 노자와 각 주석가들 사이에 흐르던 시간적 거리가 그렇게 가깝지 않았음을 알아야 한다. 노자 주석가들이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은 노자의 음성이 아니라 주석가 자신들의 음성이었다. 왕필은 왕필, 노자는 노자일 뿐이다.

저자는 원음에 다가서기 위해서 우선 노자가 처한 시대적 문제의식이 무엇이었는가, 즉 그 시대의 철학자들이 공통으로 탐구하던 문제가 무엇인지를 포착해야 한다. 해서, 당시의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많은 기간이 지난 후대 주석가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태도를 버리고, 노자가 살던 시대나 그 이전 혹은 후의 전적들을 펼쳐보면서 노자를 둘러싸고 어떤 논의들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깊이 있는 반성적 사고를 전개해야 한다.

따라서 왕필의「노자주」도 중요하지만 「시경」「서경」「춘추」「주역」「논어」「예기」「맹자」「논어」 등을 읽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말한다.

노자가 살던 시대는 춘추전국시대다. 사회는 혼란스럽고 지배층의 착취는 극심하며 전쟁이 끊이지 않던 악조건 시대에 노자 철학이 형성되었다. 문제는 노자가 살던 시대의 혼란이나 착취가 어떤 시대적 조건 속에서 나타났는가를 아는 것이다.

따라서 그 조건 속에서 그 시대 사람들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논의들을 어떻게 전개하였는지를 추적하는 것이 옳다. 노자가 살던 시대의 중심주제는 인간과 사회문제였으며 노자도 이런 논의들의 한 칸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기존의 노자 연구자들이 노자의 도를 정기, 실체, 본체, 정신적 경지, 생명력의 지혜라고 보았지만 이는 해석가들의 문제의식을 반영할 뿐, 노자의 원래 음성은 들어 있지 않다. 노자나 공자나 묵자들이 공통적으로 논의한 주제는 ‘도가 실현되는 세상’ 즉 바람직한 사회였다.

당시 노자철학은 인위적 체계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각자의 목적 도달을 위해 공자가 친친(親親)을 전통을 근거로, 노자는 무친(無親)으로 자연을 모델로 한 문명을 건설하자고 주장한다. 노자는 공자와 반대되는 의견이라기보다는 공자와 다른 또 하나의 문명, 또 하나의 다른 교육, 또 하나의 인문주의자라고 봐야한다. (값 1만 5000원) 

김진돈 / 시인, 前송파문인협회장, 서울시 송파구 운제당한의원장, 송파구립도서관 통합운영위원장

     관련기사
 [김진돈의 도서비평] 왜 우리는 ‘같은 것’을 보며 ‘같은 세상’을 산다고 생각할까?
 [김진돈의 도서비평] 행복을 바라보는 17개의 눈
 [김진돈의 도서비평] 고전을 통해 본 ‘인간의 본성과 지혜’
 [김진돈의 도서비평] 각의 틀을 깨는 정신적 자유 회복과 진정한 덕성 그리고 행복
 [김진돈의 도서비평] 현재에 집중해 마음의 주인이 되라
 [김진돈의 도서비평] 잘 배우고 오래 기억하는 최고의 학습법은 무엇인가?
김진돈의 다른기사 보기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제 30회 한국의사학회 정기학술대...
2019년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사업단 -...
대한동의방약학회 2019년도 상반...
2019년 통합뇌질환학회 파킨슨병...
2019년도 한방척추관절 전문가과...
2019년 제55차 대한한방소아과...
영화읽기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안내불편신고조직도찾아오시는 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명칭 · 제호 : 민족의학신문 | 서울특별시 동작구 성대로 1길 2 | Tel 02-826-6456 | Fax 02-826-6457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06529 | 등록연월일:1989-06-16 | 발행일자 : 1989-07-15
발행인 · 편집인 : 임철홍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임철홍
Copyright 2009 민족의학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medi@mj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