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방 의학 융합 연구 관심…치주질환 한의학적 효용 모색”
상태바
“한양방 의학 융합 연구 관심…치주질환 한의학적 효용 모색”
  • 승인 2015.09.25 0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what@http://


인터뷰- KIOM 글로벌원정대 대상 수상 ‘골지여(骨之餘)’팀
◇중국서원병원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문한빛(오른쪽 첫번째), 박선민(오른쪽 두번째), 이한결(왼쪽 첫번째) 학생.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매년 전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외 전통의학 선진연구기관 탐방 기회를 제공하는 해외연수 프로그램인 ‘KIOM 글로벌원정대’를 개최하고 있다. 2007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한 글로벌원정대는 올해 3개 팀이 선정됐다. 그 중 우승팀은 골지여(骨之餘)팀으로 한의대생과 의대생, 중문과생이 한 팀을 이뤄 ‘치과질환에 대한 한의학적 임상치료의 가치와 효용성 모색, 비전 제시’를 주제로 중국과 대만을 탐방했다. 그들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의대-의대-인문대생 함께 중국-대만 탐방
‘치과질환 한의학적 접근 가능성’ 열린 사고

▶글로벌원정대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한결(우석대 한의대 본2): 평소 한의학의 객관화, 세계화에 대한 관심이 많이 있었다. 또 책이나 인터넷 매체를 통해 해외에서 한의학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들었는데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직접 기관들을 방문해 어떠한 연구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진행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문한빛(서남대 의대 본3): 우리팀은 ‘KIOM 글로벌원정대’ 재수생 팀이다. 작년의 쓴 맛에도 불구하고 올해 다시 지원한 이유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관련 연수 기관을 탐방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센터를 구상하는 일이 매우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분야에 대해 이미 연구하고 치료하고 있는 세계 유수의 기관과 병원에서 많이 배울 수 있어 정말 좋았다.

박선민(연세대 중문과 3년): 중문과 선배의 소개로 KIOM 글로벌원정대에 지원을 했다. 특히 평소 관심 있었던 전통의학에 대해 좀 더 조예를 깊게 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고취하고 싶었다.

▶한의대생과 의대생이 한 팀이 돼서 움직였다.
이:
주변에 친한 양방의사들과 통합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다 보니 한의학과 양의학을 융합하는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의대 커리큘럼 상 오랜 시간 동안 현대의학을 배우지만 아무래도 한의대생끼리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자칫 생각이 중립을 유지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고 생각해 의대생과 함께 하게 됐다.
물론 처음부터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팀원(의대생 팀원)은 당연히 한의학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아 한의학 개론 스터디를 진행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서로의 의견이나 학문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조금 힘들긴 했지만 여러 스터디나 학문적인 토론을 거친 후 서로의 학문의 장점, 단점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됐고, 어떠한 점을 어떤 방식으로 서로 보완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문: 치주, 턱관절, 구강점막질환을 치료할 때는 의학뿐만 아니라 한의학적 치료도 분명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의학의 관점과 의학적인 관점에서 모두 바라보고자 한의대생과 의대생이 뭉치게 됐다. 글로벌원정대를 하면서 한의학만 옳다, 의학만 옳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두 분야의 장점을 모두 알아볼 수 있었다.

박: 한의대생, 의대생과 중문과생이 모여서 어느 한 학술분야에 국한된 사고방식이라기보다 열린 생각을 가지고 한 문제에 대해 다양한 접근방식을 가질 수 있었다. 이것을 기반으로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지식이 아니라 세계에 널리 뻗어 나갈 수 있는 지식 원정대를 떠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홍콩대에서 맥그래스 교수와 함께.

▶치과 질환의 한의학적 치료법 등을 주제로 선정했다.
이:
아이템을 선정할 때도 정말 고민이 많았다. 임상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주제로 하면 너무 식상할 것 같고, 아예 시도조차 안 되고 있는 것을 찾자니 너무 허황된 것 같고…
그래서 주제를 정하기 위해 한 달 여 동안을 고민했다. 중독의학, 이명 등등 여러 가지 후보가 있었는데 우연히 TV를 보다가 ‘잇몸 약들의 효과가 불분명하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듣는 순간 이거다 싶어서 인터넷과 문헌조사를 통해 시장성, 한의학적인 접근 가능성 등을 조사했다. 조사하면서 정말 놀랐던 게 동의보감에서 잇몸, 치아의 치료를 다루는 기술이 정말 명확하게 제시돼 있었고 심지어 현재 치과에서 시행하고 있는 스케일링과 일맥상통한 치료법도 나와 있었다. 또한 시장 가능성도 충분해보였다. 그래서 생소한 분야긴 하지만 이 분야로 한의학이 진출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제로 선정했다.

문: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체부위 각각 하나씩을 생각해 보며 한의학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고려해 보았다. 그 중 ‘입’에 생각이 닿았다. 마침 그 때는 불만제로에서 잇몸 약의 효능에 문제가 있다는 방송을 할 때였다. 환자도 많고 이미 시장성이 증명된 치주질환시장에 한의학적인 접근을 하면 뭔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주제로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협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 궁금하다.
이:
세계적으로 한(중)의학에 대한 투자와 연구가 정말 많이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독일의 의사들은 요통이나 턱관절 질환에 침을 직접 시술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면허가 이원화되어있기 때문에 양의학과 한의학의 영역이 구분이 돼 있어 환자에게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제도 안에서 환자에게 가장 바람직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협진’이다. 우리나라에서 서로의 학문을 이해하고 시행하는 진정한 의미의 협진이 이뤄지기까지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아 보이긴 하지만 의학적 위상이나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된다.

문: 양·한방 협진이 진료현장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진정한 의미의 협진이라 말하기는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제도상 협진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면이 있지만, 환자의 더 나은 치료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생각한다.

박: “世上本沒有路, 走的人多了便成了路”(길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걷는 사람들이 많다보면 자연스레 생기는 것이다)라는 중국 저명한 사상가 魯迅(노신)의 말처럼, 지금은 바로 답이 보이는 문제는 아닐지언정 협진이라는 목적이 있으면 머지않아 실현될 것이라 믿는다.

▶중국과 대만의 기관을 탐방했는데 어떤 것을 보고 느꼈는지 말해 달라.
이:
우선 북경대, 홍콩대 등등 유수의 대학교를 방문했는데 여러 기관에서 정말 다양한 한의학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홍콩대학교에 계시는 McGrath 교수는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한약재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당시 교수님께서는 모든 의학의 시작은 약초학으로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한의학은 아주 연구가치가 높다고 이야기해줬다. 또한 홍콩대학교 치과대학의 김립견 교수는 한약재인 황금에서 Baicalin이라는 물질을 추출해 치주치료 주사제를 개발했는데, 이는 현재 치과치료에서 사용되는 주사제들보다 훨씬 뛰어난 효과를 보여서 1년 내로 상용화될 것이라 한다.
중국이나 여러 의료 선진국에서는 정책적으로 한의학 개발연구에 많은 투자를 해 여러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정작 한의학 종주국이여야 할 우리나라에서는 정책적으로 소외받고 있다는 것이 아쉬웠다. 외국에서 한의학과 관련된 연구가 진행되어 상용화되면 그것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그런 정책면에서 안타까운 것들이 많았다.

문: 중국 정부는 TCM에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하고 중국의 국가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 중국처럼 인적, 물적 자원의 많은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의 한의학도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데, 아직 현실상 그렇지 못해 매우 아쉬웠다.

박: 실은 중국과 대만에서 중의학적으로 구강질환을 접근하는 기관이 많지는 않았다. 까다롭게 선별하고 또 선별한 기관들 중에서 중국 북경 서원(西苑)병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서원병원에서는 拔罐(부항)으로 턱관절질환 환자를 치료했다. 특히 여러가지 한약재로 만든 中成??(중성약)을 부항 속에 넣어서 환자에게 주기적으로 치료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북경대 치대에서.

▶연수기간 중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연구를 통한 객관화와 과학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고 우리나라에서 한의학을 연구하시는 분들이 한의학계에 정말 꼭 필요하신 분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문: 많은 석학을 만나면서 부족했던 지식을 채울 수 있었다. 또 국내에만 있지 않고 더 넓은 세계를 바라 볼 수 있는 도전정신을 배웠다. 영어와 중국어에 대한 공부의 필요성도 절실히 느꼈다.

박: 협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三人行必有我師焉’(세 사람이 같이 길을 가면 그 중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라는 말처럼 이번 KIOM 글로벌원정대는 단순한 학식을 알려줬다기보다 삶의 지혜, 즉 함께하면 그 힘이 배가 된다는 것을 알려줬다.

▶이번 결과물을 한의학에 어떻게 접목했으면 좋겠나.
이:
이번 연수를 통해 한의학-치의학 협진 프로토콜을 개발해봤다. 물론 학생들끼리 진행한 프로젝트인 만큼 완성도가 높지는 않지만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된다면 충분히 임상에서도 사용될 수 있을 것 같다. 20~30년 전 양의학과 한의학 협진이라는 말이 생소했지만 현재 누구나 아는 개념이 된 것처럼, 한의학과 치의학도 언젠가는 임상적으로 협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치의학과와 한의학과의 교육 교류부터 해서 다양한 방면으로 접목하기 위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문: 한의학의 영역을 확장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 당장 ‘한의학적 치과센터’를 세우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지만 일단 치주질환, 턱관절질환, 구강점막질환에 관한 한의학 연구가 활성화 됐으면 한다. 연구의 데이터가 모아지고, 이를 바탕으로 원전의 내용과 국외 논문의 내용을 더해 한의학적 구강질환 치료의 효용성을 밝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향후 글로벌원정대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이:
막연히 외국에 나가서 논다는 생각으로 지원하기보다는 외국의 선진 연구기관 방문을 통해 평소 관심이 있었던 분야에 대한 견문을 넓힌다는 생각으로 지원하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KIOM 글로벌원정대를 통해서 한의학을 바라보는 눈이 전보다 더 넓어진 것 같다. 학생 때만 누릴 수 있는 둘도 없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문: KIOM 글로벌원정대는 한의학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의대생이라고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진행하는 KIOM 글로벌원정대를 완전히 논외로 생각하지 말고 일단 참여해 보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