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옹의 도서비평] 획일화된 중국, 창조적인 한국, 공식화된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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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의 도서비평] 획일화된 중국, 창조적인 한국, 공식화된 일본
  • 정유옹
  • 승인 2015.08.2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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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비평 | 「한중일의 미의식-미술로 보는 삼국의 문화지형」
 
10여 년 전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을 방문했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경복궁과 비교가 안 되는 자금성의 큰 규모에 놀랐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웠다. 서양인들이 동양인들 얼굴 구분 못하는 것처럼, 외국 사람들의 눈에는 자금성이나 경복궁이나 비슷한 기와에 단청일 텐데 과연 우리나라의 문화 유적이 호기심을 끌 수 있을까?

지상현 著
아트북스 刊
한·중·일 세 나라는 지리적으로 근접하여 예로부터 정치, 경제, 문화적 교류가 활발하였다. 과거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표현되는 문화유산에서 한·중·일 삼국의 같지만 다른 문화적 특수성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 다르고 그 원인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한·중·일 동북아시아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특이점이나 강점이 없다면 존재의 가치가 없으며 흡수되거나 통합될 수 있는 환경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물건을 선택하더라도 상품의 특징과 장점을 노출시켜야 판매가 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 문화유산의 특이성은 선택의 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들이 자신들만의 희소하고 특수한 문화를 발굴하여 UNESCO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한중일의 미의식-미술로 보는 삼국의 문화지형」에서 저자는 한·중·일 삼국의 옛 미술품에서 각각의 특색을 지닐 수 있었던 이유를 분석하고, 미술품을 만들어내는 기저 문화에 있어서 삼국의 차이를 설명하였다.

이 책의 저자 지상현 한성대학교 예술대학 교수는 디자인을 전공하고 심리학을 공부하여, 문화와 심리적인 관련성에 대하여 연구를 하고 있으며 특히 한·중·일 삼국의 문화 비교에 집중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의 소주에 있는 문묘대성전과 한국의 경복궁 근정전 그리고 일본의 사찰 도다이지(東大寺) 금당의 처마를 비교해보면, 중국은 곡선적이고 일본은 직선적이고 한국은 중간정도라고 표현하였다.

중국의 경우 사람사이의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둥글둥글하게 곡선을 많이 쓰는 것을 미술 작품에서 많이 찾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의심이 많기 때문에 작품도 사실적인 양상과 사실을 설명하기 위한 과장이 작품 속에서 드러난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의 경우에는 중국과 한국에 비해 개인주의적이고 따지고 분석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미술 작품에 있어서도 직선형으로 딱딱하게 나타나거나, 매뉴얼처럼 일정한 법칙에 따라 회화나 조각들이 완성된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섬나라라는 한계 속에서 우울증이 있으면서도 대륙에 대한 갈망으로 남성적인 작품 양상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반면에 한국 사람들은 은유와 해학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실적이기보다는 좀 더 추상적이고 다양한 표현이 가능했다고 한다. 그리고 관계도 중시하기 때문에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미술 작품이 많다고 한다.

동양의학도 한·중·일 삼국이 모두 공유하고 있는 문화이다. 중국의 중의학이나 한국의 한의학이나 일본의 캄포(漢方)는 모두 같은 원류의 의학인데, 비교하여 우리의 한의학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침구치료에 있어서 한·중·일 삼국의 차이점에 대해 연구해온 필자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중의학은 획일화 되어 있다. 대부분 장부변증시치에 따라 분석하고 처방을 일률적으로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의 체질을 불문하고 같은 병에 같은 처방을 쓰도록 하고 있다. 침법도 마찬가지여서 어느 혈로 어떤 질환이 치료되는지 실험적으로 분석하여 치료에 응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의 한의학은 다양하면서 창조적이다. 한국에서 한의사가 100명이라면 100명의 치료방법이 다르다. 이것은 단점도 될 수 있지만 장점도 될 수 있다. 그만큼 학회가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고 학문적으로도 깊이가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독창적인 사상체질의학이나 사암침법, 형상의학, 부양론 등과 같은 신 의학들이 창조될 수 있었다.

일본에서 동양의학은 명치유신 이후로 공식적으로 없어졌지만 몇몇 의가들에 의해 명맥이 이어 오고 있다. 최근에는 양방의사들도 한약의 우수성을 알고 양약 대신 투약하기도 한다.

일본에서 캄포(漢方)로 불리는 동양의학은 매뉴얼처럼 공식화되어 있다. 약물의 효과를 분석하여, 증상에 따라 편하게 약물을 선택해 조합한다. 일본에서 최근에 출판된 대부분 의서에서는 특이 증상에 따라 한약을 쉽게 고를 수 있도록 그림과 사진으로 친절히 설명되어 있다.

한·중·일 삼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발전되어 왔다. 의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다르다는 것은 존재의 의의로 설명될 수 있다. 요즘 한·중·일 삼국의 한의학 표준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표준화하기 이전에 한국의 한의학이 어떤 특징과 장점이 있는지 연구가 선행되고, 전 세계에 홍보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값 2만원> 

정유옹 / 사암한방의료봉사단,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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