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의료제도 내 일제의 잔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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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년, 의료제도 내 일제의 잔재는?
  • 승인 2015.08.1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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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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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한의사 ‘의생’으로 격하시키고 양의(洋醫)만 ‘의사’로 규정”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의사라는 표현에 두 가지 의미가 공존하고 있다. 하나는 ‘의술과 약으로 병을 치료ㆍ진찰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 즉 양의사와 한의사, 치과의사를 의미한다. 한편 의료법에서는 한의사와 치과의사는 빠진 채 양의사만을 의미한다. 

 사전적 의미와 의료법상의 의미가 다른 ‘의사’라는 단어. 언제부터 대한민국 의료제도에서는 양의(洋醫)만을 의사라고 규정하기 시작했을까?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가 의료법상 의사라는 단어가 일제의 잔재라고 지적했다.

한의협은 “대한제국 시절 당시 궁내부의 내의원과 전의감에는 한의와 양의가 모두 전의로 임용됐으며, 궁내부 위생국장이나 병원장은 한의를 다루는 의사가 임용됐다”라며 “궁내부 병원에 한약소와 양약소가 병설돼 있어 현재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양한방 협진을 100여년 전에 이미 시행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라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의 전신인 관립의학교의 초대 교장을 지내기도 했으며 종두법을 도입해 현대한의학의 아버지라고도 꼽히는 한의사 지석영(의생번호 6번)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교장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는 게 한의협의 의견이다.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며 상황이 변하기 시작한다. 일제는 우리의 민족의식을 말살하기 위해 한(韓)문화를 열등문화라 비하하면서 우리의 언어와 풍속을 금했고, 한의학도 예외가 아니었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우리의 행정권이 일본의 통감부로 넘어가자 한의와 양의가 공존하던 광제원은 강제로 폐쇄조치 되고 통감부가 설치한 대한의원에서 한의는 모두 밀려났다.

한의협은 “1914년 1월에는 한의를 의사가 아닌 ‘의생’으로 격하시키며 보건의료 제도에서 공식적으로 소외시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의료제도 내 의사라는 명칭이 양의만을 의미하게 됐다”라며 “광복 이후에도 일제의 의료법을 대부분 차용한 대한민국의 의료법에도 여전히 양의가 ‘의사’라는 호칭으로 자리매김했으며 1948년에는 한의사 제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1951년 일제가 훼손한 대한민국의 정기를 회복하고 국민들에게 보다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의사가 의료인으로 다시 편입됐지만 의료인에 포함만 됐을 뿐 명칭과 실질적 제도들에서는 제대로 일제의 잔재가 청산되지 않은 채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의 비교를 통해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는 한의협은 “일제에 의해 침략당하기는 했으나 국가 전체가 지배당하지는 않았던 중국의 경우 중의학이라는 민족의학을 지킬 수 있었다”라며 “현재 의료체계를 중의와 서의로 나누어 함께 의사라 통칭할 뿐 아니라 헌법에 중의학을 발전시키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을 정도이며 현재 중국은 서의와 동등히 발전시킨 중의약 산업으로 연간 수십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명칭에 대한 문제가 사소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광복 70주년을 맞은 지금 대한민국 의료법에서 양의사를 지칭하는 의사라는 명칭이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라는 것. 현재의 보건의료제도가 일제의 잔재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한번 되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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