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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병 시평] 내 안의 나와의 만남
시평
2015년 08월 13일 () 11:10:56 채윤병 mjmedi@mjmedi.com

얼마 전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와 함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봤다. 영화 속 11살 소녀 라일리 머리 속에 들어있는 ‘기쁨’, ‘슬픔’, ‘까칠’, ‘소심’, ‘버럭’ 5개의 감정과 관련된 캐릭터가 그 주인공이다.

   

채 윤 병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경혈학교실 교수

이 다섯 감정 캐릭터에게는 ‘라일리의 행복’이라 공통의 목표가 있다. 영화 속 소녀가 주인공이 아니라, 굳이 다섯 감정 캐릭터가 주인공이라고 한 이유는 이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현실 속 소녀의 모습이 다르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언뜻 생각해보면 행복을 위해서는 ‘기쁨’만 있으면 될 것 같지만, ‘소심’을 통해서 위험한 상황에서 피할 수 있고, ‘까칠’을 통해서 해로울 지 모르는 음식을 뱉어낼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슬픔’을 통해서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버럭’을 통해서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며 원하지 않은 상황을 극복해 낼 수 있게 해 준다. 이러한 감정 모두가 한 사람이 온전하게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내적 원동력이라는 것으로 말해준다.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 윌리엄 제임스는 감정에 대해 독특한 견해를 제기한다. 우리가 곰을 보고 무서워서 도망가는 것인가 아니면 도망치기 때문에 무서운 감정이 생기는가? 십중팔구는 무섭기 때문에 도망간다라고 하지만, 제임스는 도망가기 때문에 무서워진다고 주장하였다.

곰을 보고 도피하는 동안 심장이 빨라지고 동공이 커지고 손바닥에 땀이 나는 현상 등 신체적 반응을 동반하고, 우리 몸 안에 일어나는 사건을 감지하고 피드백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감정이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감정이라는 것이 신체적인 반응으로 표현된다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러 반론이 있기도 하지만, 이러한 신체 반응 덕분에 우리 조상들은 위험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특정한 감정이 지나치게 되면 때론 곤경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공포가 불안이 되거나 분노가 미움이 되거나 사랑이 집착이 되거나 쾌락이 중독이 될 때 정신적인 문제를 유발한다. 운전 중에 갑자기 끼어들었다고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층간 소음으로 인해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 칼부림이 일어나기도 한다.

오늘날 ‘분노조절 장애’라는 말이 우리 사회의 이러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마음 속의 거센 파랑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잘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문명사회에서 자신이 감정을 조절하고 드러내지 않도록 교육을 받게 된다.

감정이란 우리에게서 일어나는 사건이지, 우리가 일부러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좋은 기분 만들기 위해 영화를 보러 거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외부적 사건들은 관련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의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우리 스스로 직접 감정을 통제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행동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바와 같이 인간은 매우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감정의 변화에 의해 행동에 영향을 받는 존재이다. 몇 푼 안 되는 불량제품을 환불 받기 위해 까다로운 절차를 참거나 혹은 다른 사람의 이기적인 행동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자신의 이득을 버리는 행위를 하기도 한다.

오늘날 선진국형 경제가 되면서 서비스업 비중이 늘어나면서, ‘감정노동’이라는 말이 대두되고 있다.

항공기 승무원이나 텔레마케터처럼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항상 미소 짓는 모습으로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 상대방의 공격적인 행위에도 정상적인 자신의 신체 생리 반응과 다른 방식으로 반응해야 하고 이로 인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소셜 네크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은 실제 자신의 삶보다 훨씬 긍정적인 모습만을 올리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SNS상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면, 모두 행복해 보이는데 나는 삶은 왜 이럴까 하는 자괴감이 들도록 한다고도 한다.

SNS를 통해 보여지는 나의 모습이 내 안의 실제 모습과는 괴리감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내 안의 감정들, 이것이 나를 보여주는 실제 나의 모습들이다. 이러한 내 마음의 풍랑이 나의 삶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라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작은 풍랑이 거센 폭풍이 되기 전에, 거울 앞에 돌아서서 진정한 나와 만날 수 있는 삶의 여유를 찾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그 무거운 복면을 내려 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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