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91] 鍼灸道의 復興을 위한 指南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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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91] 鍼灸道의 復興을 위한 指南書
  • 승인 2015.08.1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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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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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 산책- 691 「鍼灸基礎學」①


오늘은 광복 이후 겨우 현대식 대학교육 체제를 갖추어가던 시절인 1950년대 침구학 교과서 1종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서문에 따르면 이 책은 을미년에 쓰였으니 올해로부터 1갑자 이전인 1955년 겨울에 집필하여 이듬해인 1956년 봄에 발행한 것이다. 아마도 신학기에 교재로 쓰기 위해서 겨우내 퇴고에 고심을 거듭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 「침구기초학」

 

 

저자인 安貞珝는 당시 東洋漢醫藥大學 강사로 교단에 섰으며, 그의 형인 安貞상(王+相)과 함께 이 책을 집필한 것으로 표기되어 있다. 그는 서문의 말미에서 20여 년간 꾸준히 敎導해 준 舍兄의 가르침 아래 代筆의 過誤없기를 원하며, 피난의 곤궁 속에 건강치 못한 몸으로 친우를 위하여 전적으로 희생하며 이 ‘기초학’과 「鍼灸治療의 實地」를 謄寫出版해 준 친우 韓承德군에게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발행사항이 표시된 판권부를 보면 출판사가 기재되어 있지 않고 다만 한승덕이 인쇄인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이어서 이 책을 펴내는데 출판비용을 지원하고 제반업무를 도와 준 것으로 여겨진다.

아울러 같은 해에 10여 년간의 침구치료 경험과 자신의 소견을 담아 집필했다고 밝힌 雲溪 자서의 「鍼灸治療의 實地」 역시 이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 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관해서는 지난 592회 ‘한국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다’ (2013년 7월 4일자)를 참조해 보면 이해가 쉬우리라.

훗날 「의림」지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보면 안정후는 원래 황해도 봉산 출신으로 고향에서 한의사로 활동하다가 해방 후 월남하여 서울에서 개원하여 활동했으며, 당시 보원국한의원을 운영하였다고 전한다.

그는 주로 신경계통의 환자를 많이 치료하여 이름을 떨쳤는데, 특히 「방약합편」에 나오는 平安萬應丸이라는 처방을 애용했으며, 토사곽란과 폐렴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처방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와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鍼灸道가 復興하므로 우리 國民健康에 一大 도움이 될 것을 믿기 때문에 필자가 공부할 때, 좋은 指針이 될 만한 서적과 지도자를 얻지 못하여 고심한 경험에 비추어 동서고금의 諸書中의 장점을 수집하고 내 경험과 의견을 첨가하여 修學의 捷徑이 되며, 도움이 될까하여 이 기초학에 착수한 것이다. 이 한권으로 鍼灸道의 기초는 확고하여 질 것으로 믿는다.”

그가 말하는 鍼灸道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료하게 정의되어 있지는 않으나 서문에 적힌 다음과 같은 저자의 말을 통해 추정해 볼 수 있다. 즉,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하여 침구자극을 통해 生活營爲力의 균형을 조절하는 것이 곧 침구의 효능이요, 침구치료란 바로 刺戟量均衡調節法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닌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또 침구 연구방법에 대해서 “침구학을 연구함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점은 현대과학을 잘 알되 침구학 硏究時만은 과학을 떠나 純白紙의 상태로 대하여야 한다. 침구학의 원리는 동양철학인 음양론에서 나오기 때문에 과학과 대조하면 초학자는 修學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백지와 같은 정신으로 수학한 연후에 과학과 대조하여 과학적 증명을 하게 되도록 되어야 할 일이다”라고 천명하였다.

이 글로 보아 그는 침구학연구에 있어서 과학적 방법이 우선이 아니라 한의학적 원리에 입각한 경험과 탐구에 기반하고 침구의 효과를 입증하는 방법론으로서 과학적 실험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초학자가 현대과학적인 입장에서 선입견을 갖게 되어 침구학 공부에 전념하지 못하게 되는 오류를 매우 경계하고 이 책이 침구에 입문하는 후학을 위하여 적절한 指南書로서 역할하기를 간절히 원하여 집필하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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