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이 생각하는 ‘본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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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들이 생각하는 ‘본치’란 무엇인가
  • 승인 2015.08.0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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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덕

송미덕

mjmedi@http://


▶'한의사를위한임상아카데미' 살롱 온라인 토론 지상중계

한의사의 진단과정과 치료목표 설정, 그리고 ‘본치(本治)’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한의사를위한임상아카데미’(대표 송미덕) 살롱은 이에 대한 여러 한의사의 관점이 어떤 점에서 수렴하고 있는지, 그를 통해 한의사가 하는 역할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보고자 ‘본치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선정해 온라인으로 지난달 13일 0시부터 21일 09시까지 일주일 넘게 토론을 진행했다. 이번 온라인 토론에서 나온 부분을 송미덕 대표가 정리해 투고했다. 한의계의 의미 있는 작업이라 생각돼 그 내용을 싣는다. <편집자 주>

‘표치’란 증상만을 해소하는 것으로 인식
‘본치’는 원인을 치료한다는 인식 가장 많아
원인 치료와 질병 치료는 다를 수 있어

◆본치(本治), 표치(標治)란?
한의 치료의 원칙 중 하나인 ‘治病必求於本’의 ‘本’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리고 진료실에서는 어떤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각자의 의견을 가지고 토론했다.
백유상 원전학교실 교수, 이태형 의사학교실 박사, 김용석 침구과 교수(이상 경희대 한의대)는 한의에서 말하는 ‘本’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문헌고찰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 이유로, 김용석 교수는 ‘治病必求於本’은 黃帝內經 素問 陰陽應象大論에 처음 기재되어 있는데, 여기서의 本은 標의 상대적 개념이라기보다는 陰陽을 상징하는 것으로, 현재 받아들여지고 있는 本의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들은 본인이 생각하는 本治와 標治에 대해 각자 생각을 발표했는데, 대부분의 토론자들이 標治란 증상만을 해소하는 것으로, 치료가 끝난 후 곧바로 재발하는 것이라고 공통적으로 인식함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반해 本治에 대해서는 ‘원인을 치료한다’는 인식이 가장 많았으나, 本治로서 얻을 수 있는 목표점에 있어서는 ‘질병의 자연경과를 바꾸는 치료’, ‘질병이 나아서 의료의 도움 없이 지낼 수 있도록 하는 치료’, ‘질병 전 단계에서 항상성 유지를 목표로 하는 치료’ 등의 토론자별 인식의 차이를 보였다.
많은 토론자들이 언급한 ‘원인 치료’에 대한 추가적인 토론 또한 이루어졌는데, 고흥 교수(세명대 한의대)는 원인이 다양하거나 모호하여 원인 규명이 힘든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고, 원인을 치료하는 것과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으며, 이에 대부분의 토론자들이 동의했다.



임상에서 ‘본치’로서 얻을 수 있는 목표점은…

목표점에 대해서는 토론자별로 차이 보여
치료종결점 ‘증상 소실-재발 안 되는 것’
기초학교실에서 명확한 개념 적용 시급 과제


임상례를 통한 표치, 본치의 인식

本治와 標治의 인식 토론에 이어, 각 토론자는 임상례를 들어 치료가 本治에 가까웠는지, 標治에 가까웠는지를 발표하였고, 이를 통해 本治와 標治에 대한 개념 인식이 실제 환자 치료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번째, 本治의 판단은 증상의 해소보다 원인 질환의 진단 및 치료 여부가 우선돼야 하는 임상례 발표가 있었다. 모두 치료로 주호소는 개선됐으나, 양방처치를 우선으로 필요로 하는 질환이 발견되었거나, 질환 진단이 확실치 않아 標治로 소개된 경우이다. (원인 질환은 감염, 각종 구조적 질병상태 등)

임상례1)
소화장애, 흉통 배통을 호소한 71세 남자 환자의 임상례로서, 침치료로 소화상태는 개선되었으나, 침치료 후 좌우맥의 차이가 심하게 난 징후로, 대동맥박리 의심 하에 전원하여 대동맥박리를 확진받고 응급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임상례2)
2년 전 소세포폐암으로 항암치료 및 방사선치료를 받은 기왕력이 있는 59세 남자환자로, 피로와 식욕부진에 대해 십전대보탕 가 부자를 투여하여 증상이 호전되었다. 하지만 치료 중간 부종, 호흡곤란이 발생하여 전원하여 심부전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임상례3)
전신의 피부발진 및 항문-외음부 소양감 및 발진을 호소한 57세 여자환자에게 소시호탕 가감을 투여하여 주호소가 호전되었다. 증상이 개선되었으나 외음부에서 진균이 발견되었고 재발이 가능하므로 本治로 보기는 어려운 경우이다.

두 번째, 한약치료와 침치료 이외에도 증상과 관련 있는 요인을 함께 교정함으로써, 증상호전 및 재발방지를 달성한 임상례로서, 이를 本治로 판단한 경우도 있었고, 標治로 판단한 경우도 있었다.

임상례4)
오래된 소화장애를 호소한 30대 여자 환자에게 죽력지출환 투여, 침치료를 시행함과 동시에 복부긴장완화를 목적으로 매일 한시간씩 노래를 하도록 권유하여 주호소가 호전되었다. 대증치료로서 標治에 해당하지만 생활지도가 결합되어 좋은 결과를 얻어낸 경우로 소개하였다.

임상례5)
3개월 전부터 발생한 손가락의 냉감과 통증을 호소한 67세 남자 환자에게 당귀사역가오수유생강탕을 투여하고 주호소의 발병 시점에 마시기 시작했던 커피를 끊게 하였다. 주호소가 호전되고 재발되지 않았으며, 환자습관교정이 주요하게 작용하였으므로, 本治의 경우로 소개하였다.

임상례6)
다발성 원형탈모를 주소로 한 46세 여자 환자에게 지황백호탕을 투여하며 동시에 생활관리를 지도하여 원형탈모와 함께 기타 증상들도 함께 호전되었다. 환자에게 심신의 원인을 이해시키고 생활관리를 지도하여 좋은 결과를 얻은 本治의 경우로 소개하였다.

세 번째, 주호소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다른 증상이나, 문제를 개선시킴으로써 주호소가 개선된 임상례로, 本治라고 판단한 경우이다.

임상례7)
요통을 주소로 한 69세 남자환자로, 요통과 함께 동반된 변비를 목표로 한 당귀사역산을 먼저 투여한 후 요통을 목표로 사물탕합빈소산을 처방하여 요통이 호전되고, 6개월 뒤에도 재발하지 않은 것이 확인되었다. 변비치료는 本治로, 요통치료는 標治로 소개하였다.

임상례8)
주 1회 빈도로 1년간 지속된 반복적인 위경련으로 내원한 16세 여자 환자에게 x-ray상 측만변형을 확인 후 구조이상에 의한 위경련을 의심하여 교정치료를 시행하였다. 원인이 되는 구조이상을 개선함으로써 증상이 소실되고 3년 이상 재발하지 않았으므로 本治의 경우로 소개하였다.

네 번째, 원인이 모호한 경우로, 치료 또한 별다른 차도가 없었던 임상례를 통해, 원인을 모르는 병이 임상에서는 많으며, 따라서 치료 결과도 정확히 판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지적한 임상례 소개가 있었다.

임상례9)
65세 남자환자로, 사지소력으로 인한 보행장애로 길랑바레, 추간판탈출증을 진단받아 이에 대한 치료를 받았으나 별다른 차도가 없었고, 침치료에도 증상의 호전이 크지 않았다.

다섯 번째, 사상의학으로 체질과 계열을 구분하여 장기간 건강을 관리한 경우로, 체질적 소증을 지속관리하며, 일과성 증상을 치료하는 등은 標治였으나, 지속적으로 건강을 관리한 것은 本治의 의미가 있어 소개한 임상례였다.

임상례10)
두통, 상열감, 변비가 자주 발생하는 56세 여자환자로, 소양인 형방사백산을 12년간 매년 20제 가량 투여하였으며, 식체, 감기 등의 일과성 증상에는 소양인의 타 처방으로 관리하였다. 일과성, 또는 시간이 지나면 낫는 질환에서 시작하여 중한 증상으로 변하는 것을 조기에 찾아내고 관리하였고, 치료 원칙은 치병구본이지만, 標治하면서 질병으로 가지 않도록 한 생활관리의 의의가 있다.

◆ 한의학은 本治 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本治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本治를 목표로 할 경우, 실제 치료에서 무엇을 치료의 종결점으로 삼는가’ 하는 문제와 직결되므로, 토론자들은 임상례 토론에 이어 무엇을 치료 종결점으로 삼는지에 대해 토론을 이어나갔다.

토론자들은 본치여부의 판단을 ‘질병의 자연경과를 바꾸는가’, ‘질병이 나아서 의료의 도움 없이 지낼 수 있는가’와, ‘주소증이 해결되고, 재발 빈도가 줄어드는가’ 등이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그리고, 많은 토론자들이 ‘증상의 소실과 함께 증상이 일정기간 재발하지 않는 것’을 치료 종결점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특정 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임상의의 경우에는 ‘질환의 소실 또는 자연경과 이상의 결과’를 목표로 한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한의학적 진단 및 치료에 있어서 증상 및 신체진찰이 진단과 치료계획의 주요한 단서가 되며, 한의원에서는 환자의 호소증상의 소실을 목표로 치료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토론자들은 각자의 임상례를 통해, 주어진 상황 하에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검사자료, 병력청취, 이학적 검사, 환자의 생활습관이나 환경 등을 고려하였고, 한의학적 특성을 살린 진단과 양방적 개념의 병명을 고려하여 치료계획을 정하고 있었다. 특히 일부 질환을 특화해서 진료하는 경우에는, 주소증을 목표로 치료를 시행하더라도 치료의 결과가 질환의 자연경과를 변화시킨 것인지, 단순히 증상만을 호전시킨 것인지를 판단하여 한의학적 치료 효과의 가치를 정확히 판단하려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다각도의 원인 분석과 치료적 접근을 하는 것은 증상을 목표로 치료할 경우에도 양호한 치료효과로 이어진다고 발표하였고, 이것이 위의 本治 목적에 가까울 수도 있다는 발언도 있었다.
하지만 앞서 고흥 교수가 지적한대로 원인이 명료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원인치료가 곧 질병의 치료를 뜻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양방을 통틀어 어느 것이 本治라고 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에도 대부분의 토론자들이 동의하였다. 결국 진단명에 따라 어떤 공유가 가능한 목표점을 두고 그것에 근접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치료를 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 한여름의 살롱 ‘本治’를 마치면서
우선 온라인으로도 살롱이 매우 잘 진행될 수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고, 여러 지역의 활발한 임상가들의 의견을 정돈된 모양으로 공유하게 돼, 더욱 폭넓은 의견교환이 가능하였던 점이 좋았다.
토론자를 추천하고 세부항목을 정하는 과정에서, 이런 토론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각자 생각하는 본치가 다르고, 治病必求於本의 本과 本治는 다른 뜻이라는 원전적 해석이 있는데 이런 개념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하는 의견들도 있었지만, 현재 우리의 상황을 살펴보는데 매우 이상적인 주제였다고 생각한다.
한의사의 진료는 의료에서 각종 질환의 증후군 관리와 그 치료적 접근, 또한 새로 생기는 겸증도 치료하는 장단기간의 목표를 설정하며 개인차를 고려하여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의료인의 가치는 진단의 영역이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었다.

1주 이상 진행된 한여름의 온라인 살롱 ‘本治란 무엇인가’에서의 토론을 통해, 토론자들은 ‘本治’라는 용어 뿐만 아니라, 기타 명료하지 않은 용어에 대해 임상의들이 진료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의과대학의 기초학 교실에서 명확하게 개념을 정의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임에 의견일치를 보았다.
또한 대부분의 임상의들은 보다 근본적인 치료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것이 ‘治病必求於本’과 같은 맥락임을 인정하면서도, 치료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가치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결론으로, 이후 의무기록을 어떻게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토론을 통해 방법을 제시해보자는 이야기로 정리됐다.

<정리=송미덕 대표, 이진수, 박주성 한의사> 

※참여자 명단(직위 생략): 고흥 권승원 김나희 김용석 김윤범 노태진 문상현 박주성 박지혁 백승민 백유상 송미덕 이원행 이준우 이진수 이태형 임규훈 임현진 장인수 조남훈 주성완 최가원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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