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쥐떼가 선사하는 독특한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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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쥐떼가 선사하는 독특한 공포
  • 승인 2015.07.0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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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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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손님

감독 : 김광태
출연 : 류승룡, 이성민, 천우희, 이준, 구승현


본격적인 여름 시즌이 시작되면서 영화계도 여름 특수 영화들이 연이어서 개봉되고 있다.

그러나 예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점차 한국형 공포 영화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여름하면 관객들을 오싹하게 하면서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해주는 공포 영화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어느 순간 블록버스터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상대적으로 볼거리 측면에서 약한 공포 영화들이 뒤로 밀리면서 오히려 여름이 아닌 시기에 개봉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이런 공포 영화의 흑역사는 올해도 이어져 지난 6월에 개봉한 ‘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한국형 공포 영화의 흥행 공포가 시작되었지만 천만배우인 류승룡과 인기 급상승 중인 연기파 배우 이성민이 함께 출연하는 독특한 공포 영화, <손님>이 개봉되면서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해진다.

1950년대의 어느 날, 떠돌이 악사 우룡(류승룡)과 영남(구승현) 부자는 서울로 가던 길에 우연히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산골 마을에 들어선다. 시끄러운 바깥세상과 달리 촌장(이성민)의 강력한 지도 아래 모든 게 평화롭고 풍족한 마을이지만 단 하나,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는 쥐떼들이 골칫거리다.

마을의 골칫거리인 쥐떼를 쫓아주면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 영남이의 폐병을 고칠 목돈을 준다는 약속을 믿고 우룡은 피리를 불어 쥐떼를 쫓아낸다. 하지만 그 날 이후, 마을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우룡과 마을 사람들은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우리는 흔히 결혼이나 이사 등 중요한 행사를 치를 때 ‘손 없는 날’을 찾게 되는데 여기서 ‘손’은 민간신앙에 의하면 날짜에 따라 동서남북 이동하면서 사람들의 활동을 방해하는 귀신을 뜻한다. 그래서 그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존댓말인 ‘님’자를 붙인 것이라고 하는데 영화 <손님>을 보기 전에 이러한 의미를 인지하게 된다면 평소 환대해야 하는 상대로만 알았던 ‘손님’이 왠지 이상하고 오싹한 상대로 느껴지게 될 것이다.

여기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인 ‘피리 부는 사나이’를 전체 이야기 축으로 하면서, 전쟁 후 어느 오지의 마을에서 발생하는 일이라는 점에서는 ‘웰컴 투 동막골’, 비밀을 간직한 마을 사람들과 촌장의 관계라는 점에서는 ‘이끼’ 등의 영화가 연상되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하지만 나름대로 특이한 분위기를 선보이는 <손님>은 관객들에게 판타지 호러라는 낯선 장르를 경험하게 해준다.

그러나 <손님>은 관객들이 기대하는 공포 영화와는 약간 거리가 있다. 오히려 코믹적인 요소가 많아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 수도 있으며, 여타의 공포 영화와 달리 보이지 않는 혼령이나 살인마들로 인한 공포감이 아닌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엄청난 쥐떼들이 등장하면서 그로 인해 두려움을 느낄 수 있도 있다.

그리고 마을의 비밀과 결말들이 후반부에 집중 되면서 나름대로의 반전을 주려고 하지만 이미 예측 가능한 부분이기에 관객의 입장에서는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실제 피리를 불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류승룡과 이성민, 천우희 등의 배우들은 그들의 연기 스펙트럼을 한껏 넓히고 있으며,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제를 현대인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감독의 연출력은 볼만하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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