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중국 독주 맞서 한-일 공동 대응 공감대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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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중국 독주 맞서 한-일 공동 대응 공감대 확인
  • 승인 2015.07.0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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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우

남동우

mjmedi@http://


기고: 제66회 일본동양의학회 ‘한일학술교류 7주년기념 심포지엄’을 다녀와서

대한한의학회와 일본동양의학회 업무협약 체결 7주년 맞아
양국의 전통의학 교육 현황과 과제에 대한 열띤 토론의 장

지난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일본 도야마 국제회의장에서는 제66회 일본동양의학회 학술총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학술 총회는 ‘전통의 계승과 새로운 전개-의료의 간선(幹線)을 목표로’라는 주제로 다양한 증례 보고 및 연구에 관한 발표들이 진행됐다.

이 중 주요 프로그램의 하나로 한일 심포지엄이 열렸다. 대한한의학회와 일본동양의학회 업무협약 체결 7주년을 맞아 이루어진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빈용 처방으로 본 한·일 전통의학의 특징’으로, 발표 및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대한한의학회 김갑성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이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일본 도야마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제66회 일본동양의학회 학술총회’에 참가해 학술 정보를 교류했다. 맨 왼쪽이 필자.<사진제공=대한한의학회>
이날 대한한의학회를 대표해 김갑성 회장을 비롯 최도영 수석부회장, 김영철 부회장, 남동우 국제교류이사, 김우영 홍보이사, 김재은 제도이사, 장아름 과장 등이 참석했으며, 김규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가 한국 측 연자로 섰다. 일본 동양의학회를 대표해 사토 히로시 신임 회장, 이시카와 토모아키 전임회장, 츠타니 키이치로 섭외이사, 오다구치 히로시 전임섭외이사, 마사무라 켄지 섭위위원장, 김성준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후쿠자와 모토코(오모테산도 후쿠자와 병원) 선생이 일본 측 강연자로 나섰다. 이외에도 한국의 한의학에 관심이 있는 동양의학회 회원 및 일본 침구사들도 참석하여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심포지엄은 먼저 후쿠자와 선생의 발표로 시작됐다. ‘Characteristics of Traditional Japanese Medicine Viewed from the Aspect of Frequent Prescription’이라는 주제로 현재 일본에서 많이 처방되고 있는 한약 처방에 대한 개론적 소개를 시작으로 한약 처방이 많이 활용되는 질환 및 전문과에 대한 소개를 했다.
일본의 경우 한의학에 관심이 있는 내과 의사가 한약처방에 대한 추가적인 교육을 이수하고 한방 전문의를 취득하게 되면 각 병원에 설치돼 있는 한방과에서 근무하면서 의뢰 받은 환자들에 대하여 한약처방을 하게 되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그리하여 외과, 산부인과 등 외과 계열에서 많은 환자들을 수술 전 혹은 수술 후에 의뢰하고 있는 양상을 살필 수가 있었다.

또한 일본에서는 이렇게 처방 받은 한약제제는 의료 보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한방 병용 치료를 원하며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탕약이나 첩약은 거의 사용이 되지 않고 있고 대부분 제약회사에서 생산 유통되고 있는 제제약 위주로 시장이 형성된 점이 특징적이었다.

이어서 한국 측 연자인 김규석 교수는 ‘Major insured herbal preparations in Korean Medicine’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 빈용되고 있는 보험 한약제제와 한국 한의학의 특징 등을 소개했다.

발표가 끝난 후 토론 시간을 통해 양국의 전통의학 관련 제도에 대한 서로 간의 코멘트는 물론 한·일 심포지엄을 통해 양측 학회가 앞으로 추구해 나가야할 방향성에 대한 토의와 함께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전통의학 국제산업 표준(ISO) 제정 작업에서 중국의 독주를 막기 위한 한·일 양자 간의 협력과 공동 대응 방안 등에 대한 활발한 토론의 장을 가졌다.

먼저 일본의 한약 시장은 제제약 중심으로 발전하다보니 쯔무라(Tsumura)나 크라시에(Krasie) 등과 같은 대형 한방 제약회사가 탄생할 수 있었으며, 그로 인해 품질의 표준화를 이루고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 측에서는 한국 한약 시장은 탕약 위주로 발전해 있는 점을 지적하며, 한국 제약 업체들이 일본 시장에 적극 진출하도록 노력하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한국 측에서는 한국에서 탕약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이유로, 탕약과 복합제제, 단미 추출 혼합제제 등의 효과 비교 연구를 시행해본 결과 탕약의 효과가 가장 우수하다고 보고됐다고 코멘트했다.

국내에서도 복용이 간편하면서 효과는 탕약만큼 낼 수 있는 제제약 개발 등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제제약 시장 규모가 일본이나 중국 등에 비하면 영세한 편이라 제품 개발이나 사용자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낼 임상 근거 마련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한국 제약 업체들이 시장 규모가 보다 큰 일본에도 진출할 수 있다면 그 수익으로 제제약의 질도 높이고 새로운 한약제제 개발을 위한 R&D 비용으로도 활용하는 등 국내 한약 시장 발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일본의 경우 한약 보험제도가 생기면서 ‘상한론’을 중심으로 한 고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처방들 위주로 한약제제로 허가를 내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후에 새로운 한약제제를 개발 및 생산하고자 한다면, 신약 개발과 같은 수순을 밟아야하기 때문에 시간과 투자비가 어마어마하게 들어서 엄두를 못 낸다고 했다.

이런 면에서 한국은 한약제제가 보험 제제와 비급여 제제로 나뉘어 유통되고 있어서 오히려 일본에 비하면 새로운 한약제제 개발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기 때문에 보다 개방적이고 발전 가능성을 열어둔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복합추출 한약 제제를 전부 보험화해 국민들의 한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전체 시장 규모는 키운 일본의 한약 보험 제도는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어서 앞으로 한·일 심포지엄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너무 학술적인 내용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가질 만한 임상적인 내용 위주로 구성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과 다른 인기 강연들과 시간 편성을 조정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 그리고 한의사나 의사뿐만 아니라 양국의 제도적 차이 등을 설명해줄 수 있는 관련 공무원이나 전문가를 모시고 강연을 듣는 것도 흥미롭겠다는 등의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마지막으로는 현재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전통의학 국제표준(ISO)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국제 표준의 명칭 상에서 한국 한의학과 일본의 KAMPO가 단순히 중국 전통의학의 일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릴 수 있는 방안, 한국과 일본의 한의학 시장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공동 대응 방안,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중의학 국제 면허 제도에 대한 양국의 우려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양국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물리적 거리보다는 마음의 거리가 더 멀었던 것 같은 나라, 일본. 비록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는 여러 가지 현안들이 있겠지만, 이런 학회 차원의 민간 외교적 수준에서는 서로 충분히 공감대를 느낄 수 있고, 각자 닮은 듯, 다른 두 전통의학의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서로 조언하면서 힘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은 양 학회가 지난 7년간 꾸준히 상호 신뢰를 쌓아온 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10월에 서울에서 개최될 다음 한일 심포지엄을 기약하며 이번 심포지엄 및 교류회를 마무리했다.

경희대학교 남동우 교수
대한한의학회 국제교류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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