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 약재시장을 다녀와서(下) - 최유행(서울 영도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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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 약재시장을 다녀와서(下) - 최유행(서울 영도한의원장)
  • 승인 2003.10.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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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약재상 “한국인은 약을 눈으로 먹는다”
좋은 한약재 선별 안목 지녀야
통관·품질검사 등 제도개선 필요


가짜 한약재는 위·변조 한약재와는 전혀 다르다. 대표적으로 반하와 후박을 그 예로 들 수가 있는데 반하의 경우 중국 상인들의 정보에 따르면 늦가을 수확한 재배 남성(천남성보다 작아서 반하와 비슷한 크기)을 건조기에 거피하지 않고 그대로 절단해서 건조하게 되면 한국에서 요구하는 가짜 반하가 된다고 한다.

이런 가짜 반하는 한국에서 ‘북반하’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여태껏 내가 처방한 ‘반하백출천마탕’이 ‘남성백출천마탕’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후박은 따뜻한 아열대 기후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중국 남부지방에서 자생하는데 가격이 약간 비싸다. 싸구려 후박을 찾는 수요가 있기에 중국 약재시장에는 무슨 나무껍질인지도 모르는 후박과 비슷한 나무껍질이 ‘가후박’이라는 이름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이들 가짜 반하와 후박은 특별하게 한국 약재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안국 상인들의 이야기로 미루어 볼 때 한국의 일부 업자들이 비도덕적인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들었다.

안국 상인들은 일반적으로 한국은 가격만을 중시할 뿐 품질에 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 상대적으로 일본이나 유럽보다 등급이 낮은 약재가 공급되고 있다는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숙소로 돌아와 잠자리를 청하는데 영 마음이 개운치 못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일까…

□ 저질 한약재 유통원인은?

왜 이런 저질약재들이 우리 약재시장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을까? 그 근본 원인은 무엇이며 대책은 없는 것일까?

한의사인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첫째로 약재 수입상과 유통업자들이 올바른 인식과 안목을 가져야겠고, 부적절한 방법으로 이윤만을 추구하는 비도덕적인 자세는 버려야겠다. 유통업자들이 먼저 우수한 약재공급을 위해서 힘써야 한다.

둘째로 최종 소비자인 한의사들도 약재의 품질을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하겠다.

셋째로 정부도 우리 한약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제도 개선 등을 통해 한약업계를 지원해 주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통관절차의 개선, 애매모호한 검사기준의 현실화 등 보다 나은 한약재의 공급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풀거나 개선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식품으로 수입되는 황기, 당귀, 천궁, 백출, 창출 등의 경우 식품으로는 수입유통이 가능하지만 한약재로는 불가능한 현 제도상의 모순으로 인하여 한약 유통업에 종사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과 심지어 한의사들까지도 본의 아니게 불법을 행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식약청 등의 정부기관에서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수년째 개선되어지지 않고 있다.

통관 절차를 예로 들면 식품은 선 검사 후에 통관하도록 되어 있으나 한약재는 품질검사 전에도 통관이 가능하게 되어있어 이러한 문제는 종종 매스컴에 불량 한약재(농약문제, 중금속문제 등)라 하여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한약재 품질검사도 수년 전에 비하여 여러 가지 개선된 점도 없지 않으나 현재도 수분함유량과 회분함유량 등의 애매모호한 검사기준을 적용하거나 한약재 감별위원들의 개인적 견해나 외관상 형태가 다르다는 등의 이유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약재를 불합격 처리하여 반송하게 하거나 소각 처리하게 하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특히 수분 함유율이 높다는 이유로 불합격 처리를 한다는 것은 검사기관의 안일함과 해당약재에 대한 인식부족 그리고 행정편의주의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따이공’ 이라고 불리는 보따리 상인들이 불법으로 반입하는 한약재도 불량한약재가 국내에 반입되는 공식 루트가 되어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보따리 상인들의 반입물품을 철저히 검사 하던가 반입을 금지시키는 방법도 국내 한약재 시장을 정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인식의 변화 있어야

크고 작은 중국의 약재시장은 전국적으로 약 20여개가 성업 중이라고 한다. 그들은 약재시장에서 독극물을 제외한 모든 약재의 거래를 농산물처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허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약재시장이 무질서하고 저질약재만이 범람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중국의 약재시장은 좋은 품질의 약재부터 싸구려 저질 약재에 가짜 약재에 이르기까지 모두 구할 수 있다. 약재의 선별은 구매자의 몫인 것이다.

반면 우리의 약재시장은 정부정책에 의해 한약재와 식품으로 양분되어 있으며 ‘신토불이’라는 대명제에 짓눌린 수입 한약재는 저가 저질이라는 ‘전 국민적인 고정관념’을 심어놓아 일반인들은 약재 구입시 국산 감초와 국산 계피를 찾는다고 하니 60% 이상을 차지하는 수입약재는 떳떳하게 대접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선 한약업계에 종사하는 모든 구성원들부터 올바른 인식을 함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서 정부기관 또는 입법기관에 약사법을 대신할 수 있는 가칭 ‘한의약법’을 요구하는 것을 시작으로 잘못 되어진 법이나 규제 등을 올바르게 고쳐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우선 수입 후에 한약재로 대부분 판매되는 식품을 합법적으로 한약재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약재의 통관절차를 현재의 식품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지정하는 기관에서 행하는 선 품질검사를 필한 후에 통관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현재 한약 수입업체에서는 일반 수입상과는 다르게 선 통관 후에 자체검사로 품질검사를 대신할 수 있는데 과연 그 정확성과 진실성 등은 믿을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러한 의구심은 모든 수입업체가 동일하게 선 검사 후에 통관하는 제도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현행 규격화제도의 원래 취지는 한약재 품질의 규격화였으나 현재는 그 취지가 변하여 단순 소분 포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약재를 수치 법제해서 판매하는 행위라면 모를까 단순한 절단 포장은 과감히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자유로운 경쟁을 유도하는 측면에서도 더욱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규격화에 동반하여 생겨난 것이 비닐포장인데 친환경적이고 공기가 통하던 종이봉투와 비교할 때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지 않나 생각한다.

독극물등과 같이 관리가 필요한 약재의 관리는 더욱 엄격하게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보따리 상인들을 통한 불법 한약재의 유통을 근본적으로 막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한의사들의 인식에 변화가 요구 된다. “한국인들은 약을 입으로 먹지 않고 눈으로 먹는다” 즉 약효보다는 그럴듯하게 보이는 한약재에 더 관심을 갖는다는 중국상인들의 따가운 충고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저질 약재가 발 못 붙이게 하려면 값싼 약재보다는 질 좋은 약재를 선별하려는 한의사들의 안목과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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