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의 우리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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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의 우리 나무
  • 승인 2003.10.0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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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한국의 나무는 느티나무였답니다”


희미한 여명에 강물은 유유히 흐르고, 물안개는 가지 많은 고목을 따라 피어오르는 드라마 속의 풍경을 보면 한 번 쯤은 그곳에 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것이다.

그 곳에는 늘 같은 모습으로 수 백년간 자리를 지켜온 느티나무나 버드나무가 있다. 나무가 있어 마음이 평온하고 시선이 끌리는 것이 아닐까? 고향마을 앞의 당나무처럼…

이 책은 자연과학자인 저자가 목질문화재의 재질을 연구하다 우리나무에 관심을 기울여 많은 노력으로 엮어낸 책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나무를 설명함에 있어 우리가 자주 대할 수 있고, 개발을 피하여 집중적으로 한 곳에 많이 모여 있는 곳을 고르다 보니 궁궐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우선 선택된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종묘, 덕수궁의 나무지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관람로를 따라 볼 수 있으며, 대표적인 형상의 나무를 선택하여 다시 작은 지도로 상세한 위치를 알려주고 그 나무에 얽힌 역사나 일화를 설명해 주고 있다.

나무가 주인공이니 만큼 많은 사진이 실려 있다. 전체적인 큰 사진과 함께 작은 사진은 껍질, 꽃, 열매, 잎의 특징 등이 한 눈에 보이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한약재로 쓰이는 것은 약재명과 간단하나마 약효를 같이 설명해 놓았다.

창경궁의 느티나무를 설명한 것을 보자. 느티나무는 은행나무와 함께 천년을 훌쩍 넘기며 사는 나무라서 그 동네의 역사를 다 꿰고 있다.

전국에 유명 느티나무가 많으나 그 중 정족산성의 느티나무는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울었다고 한다.

정약용의 ‘아언각비’에 늣회나무라는 말이 있는데 늣회가 변하여 느티가 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도 피력하고 있으며, 역사서에 쓰인 용례를 적고 있다.

느티나무 목재는 벌레가 잘 슬지 않으며 가공성이 좋고 무늬가 아름답고 잘 갈라지지 않으며 단단하다. 한마디로 나무의 장점을 다 갖춘 나무의 황제란다. 건축, 가구, 생활도구 등에 폭넓게 사용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인 부석사 무량수전의 배흘림 기둥은 모두 느티나무로 만들었다.

흔히 우리의 나무문화는 소나무 문화라고 하지만 그것은 조선이후의 이야기 이고, 그 이전에는 출토 유물로 보아 느티나무 문화였다고 한다.

산림청에서도 새 천년을 맞아 우리나라의 번영과 발전을 상징하고, 희망과 용기를 주는 밀레니엄 나무로 느티나무를 선정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나 주변의 나무들도 몇몇 최근에 들여온 외래종을 제외하면 다들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나무들이다. 이제 집을 나서면서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들에게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면 어떨까? 서어나무, 자귀나무, 배롱나무, 매화나무, 산사나무… 자연에 조금은 더 가까이 가는 일이 아닐까 싶다.

박 근 도(서울 상계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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