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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정의 도서비평] 우주여행과 주근깨
도서 비평 | 「시간의 역사」
2015년 06월 11일 () 14:34:01 윤희정 mjmedi@mjmedi.com
 
주근깨. 얼굴에 드러난 우주의 별자리. 보르헤스의 깨달음이다. 오래전 미백을 그만뒀다.

   

스티븐 호킹 著
김동광 譯
까치 刊

화이트닝보다는 우주적 낭만을 택한 것. 우주의 별자리를 지니고도 여전히 우주를 알지 못해 마음은 허공을 향했다. 우주를 알고 싶어 밤마다 그 비밀을 탐구했다. 얼굴에 우주별을 띄운 아이는 어느새 마음속에 우주의 신비를 간직한 어른이 되었다. 어른의 궁금증은 이어진다.

우주의 모습과 크기, 시공간의 정체, 인간의 차원 인식과 의식의 한계, 외계 존재, 그보다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우주의 끝과 시작을 알고 싶었다. 혹여 비밀의 실마리를 쥘 수 있을까, 소설가 김원우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책 저 책 ‘남독을 만판으로’ 즐기던 5년 전 어느 날,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을 마주한다.

진료와 진료 사이에서 만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는 내 평범한 일상에 파천황의 사건이었다. 진료 틈에 읽으며 ‘환자-우주-환자’를 몇 차례 되풀이하니 하루가 저물었다. 환자와 이야기를 마치면 발을 재게 놀려 책상 위에 얹어진 우주로 돌아오기를 반복, 내 정신은 여느 때보다 바빴다. 그 날 나는 정말이지 ‘우주’를 담느라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온통 분주했다.

「시간의 역사」엔 우주에 관한 모든 것이 있다. 난해한 물리학 용어와 이론의 생경함은 책장을 넘길수록 경이로움과 흥미진진함으로 바뀐다. 역사상 우주를 품었던 위대한 과학자들의 업적을 따라가며 우주이론의 변천과 발전을 만끽하는 감격스러움이라니! 스티븐 호킹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품는 의문에 답해준다. 그의 헌신적이고 천재적인 연구로 우리는 오랜 동안 소원한 우주의 윤곽을 명확히 그려낼 수 있다.

순전히 임의적인 선택에서 비롯된 우주의 초기상태, 광원의 움직임(가까워지는지 멀어지는지)에 따른 파장의 변화가 가져오는 스펙트럼의 편이현상(도플러 효과), 거의 모든 은하의 적색편이와 허블의 놀라운 발견, 그로 인해 얻은 우주의 빠른 팽창 사실.

크기는 유한하나 경계가 없는 시공간(시간에도 모습이 있다니!)과 무경계 우주이론까지. 특히 시공의 음(-)곡률을 이용한 시간 여행(worm hole 뚫기)앞에선 오지탐험 떠나듯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서의 ‘입자’를 대체하는 ‘끈이론’도 무척 새롭다(우주의 기본물질이 입자가 아니라 진동하는 끈이라는 것). 화엄경은 핵심사상인 ‘일체유심조’를 통해 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조언한다.

내 마음에서 비롯되는 세상. 우리가 갖는 ‘마음’은 물질적 입자가 아니라 결국 ‘氣의 떨림’일진데, 끈이론이 마치 화엄경을 증명하는 듯하다. 철학과 종교에서 분리되어 합리성, 검증의 영역을 추구해온 과학이 다시 그들과 교차하는 지점이다. 연대하기 위한 긴 세월의 자립이었을까?

그러나 우리는 우주가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아직 남겨두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이 질문에 스티븐 호킹의 인류원리 설명을 빌려 답해보자.

우리가 우주를 ‘이렇게’ 인식하는 까닭은 바로 우리가 ‘이렇게’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 즉, 우주는 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며, 우리는 이와 같은 모습으로 우주를 인식하는가에 대한 답은, 만일 우주의 모습이 지금 같지 않았다면 우리는 여기에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는 말이다.

우리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우주와 우리 자신을 ‘이렇게’ 인식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뜻! 그리하여 답은 다시 ‘존재하므로 존재한다’가 될 터. 물리학의 끝자락에서 고승의 달관을 엿본다.

최근 지리산을 종주했다. 3일간의 산행은 얼굴에 새로운 우주별들을 심어주었다. 신록의 木기운에 산이 덤으로 준 선물이다. 우주로부터 받은 완주 표창장인양 내 새로운 별들이 뿌듯하다. 물론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둘 예정이다. 지리산 정상을 넘어 저 멀리 우주여행을 다녀온 나만의 표식이므로. 마음에 우주를 품고 말이다. (값 2만 3000원) 

윤희정 / 광주광역시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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