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호 칼럼] 우상(偶像)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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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칼럼] 우상(偶像)에 대하여
  • 승인 2015.06.0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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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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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칼럼

우상(idol)이란 나무 돌 쇠붙이 흙 따위로 만든 신불(神佛)이나 사람의 형상을 이르는 말이다. 신처럼 숭배의 대상이 되는 물건이나 사람을 지칭하며, 철학에서는 선입견에 의한 잘못된 편견을 지칭하는 말이다.

한 창 호
동국대 한의대 교수
그리스어의 에이돌론(eidolon)이나 라틴어의 이돌룸(idolum)은 원래 모습이나 영상을 뜻하는데 철학에서는 인식하는 인간과 실재하는 대상과의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형태로 본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원자론에 의하면, 대상에서 에이돌라(eidola)가 떨어져나가 감각기관으로 들어가서 혼(魂)의 원자와 만나면 인식이 된다고 하였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16세기말~17세기초 과학철학사의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로 「학문의 진보(The Advancement of Learning)」「고대인의 지혜(Wisdom of the Ancients)」「대혁신(Great Instauration)」「신기관(The new organon)」「새로운 아틸란티스(Neu-Atlantis)」라는 책을 남겼으며, 경험론의 출발점에 있는 사람이다.

중세의 신(神)중심의 사회에서와 다르게 인간이 중심이 된 세상을 열어가면서 인간은 자신의 힘으로 자연을 연구하고 자연에 대한 진리를 탐구할 수밖에 없었다. 서양에서 근대사상과 철학은 이전의 스콜라철학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하여 근대적 경험론과 이성론(합리론)의 두 축으로 발전하였다. 근대 이후 모든 것을 인간의 경험과 이성으로 설명하여야 했다.

베이컨은 신기관이라는 새로운 방법에 의해서 인간의 능력만으로 진리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고자 한다. 바로 이 방법으로 학문의 진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기관 제1권 130개 항목은 2권의 총론으로 인간의 정신을 사로잡고 있는 편견들, 즉 네 가지 우상을 하나하나 논박하고 자신이 내세우는 새로운 방법론을 보여준다.

베이컨의 신기관은 학문의 진보를 위한 방법론으로 귀납법을 말한다. 과학자들이 현장에서 과학을 연구하면서 피해야 할 것들을 지적하며, 동시에 과학자들이 따라야할 사항들을 제시한다. 인간의 정신 속에 있는 편견인 우상(idola)에 관한 것이다. 우상은 그것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사람을 잘못된 방향으로 그리고 거짓에 말려들게 만드는 마음의 모든 경향이다.

과학을 연구하는 인간은 어떤 종류의 선입견에도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

프란시스 베이컨의 우상은 진리의 인식을 방해하는 것으로 선입적 유견(謬見)이다. 그는 우상을 네 가지로 구별했다. 종족우상은 인간의 본성 속에 잠재하는 선입관으로 인간은 항상 감정과 의지 때문에 자칫 그릇된 판단으로 이끌려가기 쉬우며, 이는 사람들이 단순함을 추구하거나 어떤 목적을 추구하려는 성향 때문이다.

동굴우상은 개인의 특수성에서 나타나는 오류로,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고유한 동굴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만의 동굴에 머물러 있을 때 동굴 밖에서 들어오는 자연의 빛은 원래와 다르게 바뀌기 쉽다. 시장우상은 사회활동을 통하여 생겨난 선입관으로 언어에 현혹되기 쉬운 경향이 있으며, 극장우상은 학파나 체계에 부수된 선입관으로 역사적으로 형성된 전통에 관한 것이다.

열에 대한 베이컨의 설명에 의하면 열(熱)은 중심에서 변두리로 퍼지며, 위로 급하게 움직이는 일종의 운동이라고 표현한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화(火) 열(熱)과 다른가?

파울 U 운슐트는 「동서양 치유의 역사 의학이란 무엇인가?」에서 사회를 설명하는 모형이 되는 세계관이 존재한 다음 인체의 상(象)과 치료법이 출현한다고 말한다. 그는 사회의 문화가 의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체계화 당시 중국의학은 기존의 치유에 대한 새로운 사고체계에서 비롯된 것이며, 당시에 병은 조상이나 귀신에 의해서 발생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새로운 의학과 사상체계는 그에 대항하여 탄생했다. 서양의사들은 아직도 한의학을 미신적이라 치부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의학은 귀신이나 조상이 병을 일으키게 했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었던 것이다.

한의진단분류
국내에서 한의사들은 지난 2010년부터 지금의 진단분류 체계를 사용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KCD-6에 포함되어 진단분류로 사용하고 있으며, 외래환자 기준 1년에 1억 건에 육박하는 진료건수에 주부상병을 포함하면 1년에 최소 1억 건 이상 진단코드를 사용하고 있다. 이중 90% 이상은 우리나라에서만 별도로 사용하는 한의코드가 아닌 국제질병분류코드를 사용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보다 정확한 진단을 받기 위해서, 그리고 한의사들이 보다 정확히 진단코드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진단을 위한 도구를 허용하여야 한다.

내년부터는 KCD-7이 사용된다. 현재 개정안 막바지에 있으며, 지난 27일에는 통계청 자문위원회가 개최되었다. 이달 중에 국가통계위원회를 통과하면 다음 달에 고시할 예정이다. U코드도 상당부분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주요한 내용은 고유한 개념은 존치하지만 중복코드는 삭제하고, 오분류 오탈자를 교정하였으며, 고유개념은 별도의 분류체계를 유지하되 유사한 병명코드는 다른 코드의 포함(Inclusion)이나 유사 코드에 통합하였고, 사용빈도가 미미한 병증코드는 상위개념으로 통합하였다.

그런데 아직도 일부에서 한의진단분류를 KCD와 통합한 것이나 한의사들이 국제질병분류를 사용하는데 대한 불편한 마음이 있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질병분류는 사유물이 아니다. 우리 사회와 공익을 위하여 보다 열린 마음으로 대의를 따르는 게 바람직하다. 잘못은 고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공익을 위하고 과학과 공동선을 위하여 불필요한 소비적인 논쟁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우상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깊이 들여다보고, 과학적이고 공익적인 통찰을 하는 것이 슬기롭고 착한 사람의 태도일 것이다. 동양과 서양, 시대와 사람이 다르다고 분할하고 반목하기만 한다면 우리의 미래가 어찌 아름답겠는가. 물론 잘못된 것을 고쳐야 한다. 그러나 가치 있는 과거 전통은 이어받아 살리는 것이 좋다. 없애는 것만이 어찌 발전이겠는가. 서로 도와 함께 발전하면 더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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