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균의 도서비평] 식물과 인간의 역사, 신화를 통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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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의 도서비평] 식물과 인간의 역사, 신화를 통해 설명한다
  • 승인 2015.06.0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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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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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비평 | 「식물, 세상의 은밀한 지배자: 식물에 새겨져 있는 문화 바코드 읽기」

최근 인류 최고의 석기가 아프리카의 케냐에서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그 시기가 무려 33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인데, 탄자니아에서 발견된 260만 년 전의 올드완 석기보다 앞섬으로써, 인류가 도구를 사용하였던 호모하빌리스의 연대가 무려 70만 년이나 빠르게 된 것이다.

고정희 著
나무도시 刊

이로써 구석기시대의 인류의 발전은 훨씬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는 추론이 가능하게 되었으니, 문명을 소유하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짐승의 구분이 시작되는 시점이 훨씬 올라가게 된 셈이다. 이참에 260만 년이나 늦게 시작하는 우리 구석기시대도 현재의 70만 년 전보다 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보다 조금 앞서 우리나라에서 8100만 년 전의 중생대 시기의 거대도마뱀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때는 지질학적으로 중생대 후기의 Campanian 시기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식물학적으로 주목이나 소나무와 같은 송백강의 나자식물이 주종을 이뤘던 시기가 목련강과 같은 피자식물의 환경으로 변화하는 시기가 바로 중생대 백악기의 Campanian시기라는 얘기다.

물론 그 기원은 쥐라기 초부터 시작하지만, 목련과 같은 피자식물이 주류로 등장한다는 것은 한의학에 있어서도 의의가 있다.

왜냐하면, 목련의 꽃봉오리는 ‘신이(辛夷)’라고 불리는 약재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름에서 보다시피 원래 신이의 ‘이(夷)’는 오랑캐라는 뜻이고, 그 사용유래가 콧병을 앓던 사람이 약을 구하다가 중국변방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이 약을 구했다고 하여 생긴 이름이고 보면, 우리나라와 오래 전부터 어느 정도 연관이 깊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그 분포지가 중국동북방과 한반도, 그리고 일본의 대마도 일대이고 보면, 대마도는 한반도와 붙어있던 것이 바닷물이 차서 떨어져나간 것이므로, 결국 목련은 한민족의 생활범위와 그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겠다. 우리나라 한의과대학이 경희대에 처음 생기면서 교화가 목련화로 정해진 것도, 어찌 보면 결코 우연이라 할 수 없겠다.

이처럼 이 책은 식물과 인간의 역사를 신화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각 식물이 인간과 접하면서 저마다 신화와 전설이 매달리기 마련인데, 우리 식물들에서는 어쩐 일인지 그리 많지 않아 아쉬움이 많은 저자는 애써 우리 식물들의 신화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하여 식물의 역사와 인간의 역사가 어떻게 맞닿아 전설이 되고 신화가 되었는지 규명함으로써, 우리 고대사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하고 그와 함께 우리 문화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 동서양을 넘나들면서 방대한 서적을 탐독하고, 필요한 사진들을 섞어 이해하기 쉽게 독자의 편의를 도모하였으며, 해박한 지식과 정연한 논리로 신화가 곧 역사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공자의 한계일 수밖에 없기도 하겠지만, 다른 외국어는 능통해도 한문으로 된 원전을 해독할 수 없기에 한글로 번역된 2차 문헌만 읽어서 생기는 오류이다.

물론 그래서 저자도 신화를 담고 있는 우리 식물로 진달래, 복숭아나무, 버드나무, 그리고 연꽃의 4종만 찾아냈다는 것을 많이 아쉬워하고 있는데, 한문원전에 능통하다면 이런 점은 쉽사리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값 1만6800원> 

金洪均 /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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