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옹의 도서비평] 어쩜 이리도 우리나라와 똑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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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의 도서비평] 어쩜 이리도 우리나라와 똑같을까
  • 승인 2015.05.2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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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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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비평 | 「실패한 우파가 어떻게 승자가 되었나」
 
얼마 전 홍준표 경상남도 도지사가 학생들 무상급식을 유상급식으로 바꾸어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었다. 이 사건은 지금도 진행형이어서 경상남도 학생들은 부모들이 지불한 급식비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홍준표 지사에게 아이들 급식을 정치적인 도구로 삼지 말라고 하였지만, 언론에 조금이라도 이름이 나와야 하는 것이 정치인의 숙명인 만큼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

토마스 프랭크 著
함규진 임도영 共譯
갈라파고스 刊

홍준표 지사의 이러한 행보는 몇 년 전 진주의료원 폐원 사태에서부터 예견된 일이다. 진주의료원 재정이 적자 상태이고 지역에 민간의료기관이 많다는 이유로 그는 진주시 공공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던 진주의료원을 폐쇄조치 하였다. 이처럼 지역민의 복지행정과는 거리가 먼 홍준표 지사가 또 다시 당선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4대강 사업으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였던 새누리당이 다시 한 번 집권을 하고 다수당이 된 이유는?

「실패한 우파가 어떻게 승자가 되었나」에서 그 답을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었다. 제목으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확 끌어당기는 이 책은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의 저자 미국의 토마스 프랭크가 저술하였다. 언론인이며 역사학자인 그는 이 정치적 난제에 대하여 1920년대 대공황 이후부터 역사적인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우리나라가 아니라 미국의 이야기여서 확 와 닿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보다 자본주의가 앞선 나라의 정치 상황을 엿볼 수 있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시작된 미국 발 경제 위기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았다. 그 당시 핵심 기업들은 구제 금융을 받아 재기에 성공하였으나 민간 기업의 손실을 사회가 메꾸어 주었다는 비난을 지금도 받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를 추진하였으나 공화당과 많은 보수단체의 반대로 일보 후퇴한 의료보험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에서 보수주의자들의 계략과 음모로 많은 정책들이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실현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미국의 민주당 정권에서 복지 정책을 마련하면 포퓰리즘이라고 폄훼하고, 자유주의에 위배되는 정책이라고 맹비난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대기업을 보호하는 구제 금융에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오히려 옹호한다고 저자는 비판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 내 보수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들을 관철시키면서 살아남는 방법을 네 가지 정도 꼽았다. 첫 번째로 언론을 이용하는 것이다. 유명한 언론인의 목소리를 빌려 자유주의를 표방한 여론몰이를 하였다.

두 번째로 복지 정책을 추진하면 사회주의자로 낙인찍어 버리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사회주의자들에 대한 편견이 있어서 자유주의를 지지하는 많은 국민들에게 거부감이 있다고 한다. 세 번째로 보수 시민 단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사소한 진보적인 정책이라도 마련하면 극우 보수 단체에서 반대 시위를 하게 하여 여론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네 번째로 좌파에서 추진하는 것을 모방하는 것이다. 진보주의자들이 표방하는 것을 표절하여 공약이나 정책을 만들어 대중의 지지를 받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 이 책을 읽었을까?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과 다를 바 없다. 일단 종편을 통해 보수시민단체를 자극하여 여론몰이를 하고, 종북으로 몰아서 좌파 빨갱이로 뒤집어씌우는 것이 똑같다. 그리고 선거철만 되면 빨간 옷을 입고 나와 현실성 없는 복지 공약만 늘어놓고, 정작 당선이 되고 나서는 세금을 올려야 돼서 안 되겠다고 철회하는 것도 같다.

저자는 미국의 민주당이 지금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보수주의자들 흉내 내다가 민심을 대변하지 못하고 복지 정책을 포기하는 것은 전통적인 정치적 기반에서 조차 지지받지 못하는 행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야당 현실과 어쩌면 이렇게 같은지….

이 책에서 저자는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우파의 승리가 계속될 경우, 우리 사회를 예견할 수 있다. 사회 불평등, 지구 온난화, 금융 버블, 사회 안전망 파괴… 등등. 이미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값 1만2800원> 

정유옹 / 사암은성한의원,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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