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적으로 검증된 동의보감식 변증론치를 발전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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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적으로 검증된 동의보감식 변증론치를 발전시켜야”
  • 승인 2015.05.2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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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훈

조남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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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훈의 독서일기 <12> 허준 「동의보감」

항상 똑같을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 공부하려고 노력했고 그 시간들을 기록했다. 부끄럽지만 여러 제현 앞에 이 글들을 내놓은 뜻은, 우리가 하는 한의학이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많은 노력을 했고 애정을 가지셨던 선현들을 함께 기억하고자 함이다. 끝은 항상 아쉽지만, 새로운 시작이라는 작은 선물이 있다는 걸 믿기에, 마지막 글을 연재한다.

조 남 훈
원당경희한의원 원장
이제 내 지식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동의보감이다. 동의보감에 관한 기억은 참으로 다양하다.

한의대를 선택하면서 읽었던 ‘소설 동의보감’.
본과 2학년 남산당 세로줄 번역본 동의보감을 읽고, 억지로 봤던 남산당 세로줄 원문 동의보감.
가로줄의 가독성을 절실하게 느꼈던 대성문화사 가로줄 원문 동의보감.
한글 번역이란 어떤 것인가 생각하게 만든 여강출판사 가로줄 번역본 동의보감.
아주 최근에 어렵게 구한 인민위생출판사 동의보감교석.
그리고 핸드폰으로 화장실에서 보는 내손안의 동의보감 앱까지.

동의보감의 독후감을 쓰려니, 이렇듯 다층적 기억으로 감회가 새롭다.
동의보감은 아주 방대한 책이다. 그래서 동의보감을 보면서 했던 소박한 생각을 적는 것으로 독후감을 대신하려 한다.

동의보감의 주제는 무엇일까? 간단하게 ‘무엇이다’라고 제시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소박하고 거친 생각이지만, 본인이 생각한 것을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아래는 동의보감에 나오는 문장들이다. 대부분 주단계와 이천의 글들을 인용하는 부분이 많다. 동의보감 원문 해석은 여강출판사 번역본 동의보감을 참조하였다.

* 늙은이는 비록 外感이 있어도 쓰고 성질이 찬약과 땀을 많이 내거나 몹시 토하게 하거나 세게 설사시키는 약을 절대로 쓰지 말고 성질이 순한 약으로 조리하면서 치료할 것이다.

* 中氣는 얼마가지 않아서 곧 깨어난다. (중략) 젊은 사람은 기혈이 허하지 않고 眞水가 마르지 않으므로 火氣가 물에 눌려서 올라가지 못하여 몸이 싸늘하게 되며, 痰涎이 없고 얼마 안 가서 곧 깨어난다. 그러나 노쇠한 사람은 기혈이 모두 허하고 진수가 이미 말라서 화기는 눌리는 데가 없이 올라가므로 몸이 덥고 담연이 있는 것이다.

* 남자는 陽에 속하기 때문에 氣를 얻어도 흩어지기 쉽다. 여자는 陰에 속하므로 氣를 만나면 막히는 일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의 氣病은 언제나 적고 여자의 氣病은 언제나 많다. 치법에는 여자는 피를 고르게 하여 그 氣를 소모시켜야 하며 남자는 그 氣를 고르게 해서 그 피를 보해야 한다.

* 驚悸症은 대체로 血虛와 痰에 속한다. 여윈 사람은 흔히 血虛가 많고 살찐 사람은 흔히 痰飮이 많다.

* 잠을 못자는 데는 2가지가 있는데 중병을 앓고 몸이 허약해져서 잠을 자지 못하는 것과 노인이 陽氣가 쇠약하여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이 있다.

* 살찐 사람의 흰색 帶下는 濕痰이 있기 때문이고, 여윈 사람의 흰색 帶下는 熱이 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
* 살찐 사람에게 赤濁과 白濁이 생기는 것은 濕痰이 많기 때문이다. 여윈 사람에게 생기는 것은 虛火가 있기 때문이다.

* 살찐 사람의 명치 밑이 더부룩한 것은 濕痰이므로 蒼朮, 半夏, 砂仁, 茯??, 滑石을 쓴다. 여윈 사람의 명치 밑이 더부룩한 것은 熱이 몰린 것이므로 枳實, 黃蓮, 葛根, 升麻를 쓴다.

* 여자는 肝과 胃를 상해서 젖몸에 병이 생기고 남자는 肝과 腎을 상해서 생긴다.

* 살찌고 윤택한 것은 血과 氣가 여유가 있는 것이고, 여위고 윤기가 없는 것은 血과 氣가 모두 부족한 것이다.

* 血이 실하고 氣가 허하면 살찌고, 氣가 실하고 血이 허하면 여윈다. 살찌면 추위에 견딜 수 있으나 더위에는 견디지 못한다.

* 살찐 사람은 濕이 많고, 여윈 사람은 熱이 많다.

* 살찐 사람은 氣가 허하므로 추워한다. 여윈 사람은 血이 허하므로 열이 난다. (중략) 그러므로 살찐 사람은 寒症, 濕症이 많고, 여윈 사람은 熱症, 燥症이 많다.

* 모든 병에서 남자에게는 반드시 성생활에 대한 것을 물어봐야 하고, 여자에게는 먼저 월경과 임신에 대한 것을 물어봐야 한다.

* 살찐 사람의 맥이 실같이 가늘면서 약하여 끊어질 것 같으면 죽을 수도 있고, 여윈 사람의 맥이 조급하면 죽을 수 있다.

* 젊은 사람, 갓 생긴 병일 때는 邪氣를 치는 것을 위주로 하고, 늙은 사람, 오랜 병일 때는 虛한 것을 補하는 것을 위주로 하는 것이다.

* 얼굴이 흰 사람은 發散시키는 성질이 있는 약을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본래부터 氣가 虛한데 더 허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얼굴이 검은 사람은 黃芪를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본래부터 氣가 實한데 더 보하는 것으로 되기 때문이다.

* 얼굴이 흰 사람은 술을 많이 마시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血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 살찐 사람이 배가 불러 오르는 것은 濕 때문이다. (중략) 여윈 사람이 배가 불러 오르는 것은 熱 때문이다.

* 임신하지 못하는 부인이 여위고 약해지는 것은 자궁에 血이 부족한 것이므로 陰血을 보해야 한다. 임신하지 못한 부인이 살쪄서 자궁에까지 영향을 있을 때에는 濕과 鬱痰을 헤쳐햐 한다.

그럼 다시 동의보감의 주제는 무엇인가? 동의보감 처음에 주단계의 글을 인용하여, “朱丹溪曰 凡人之形 長不及短 大不及小 肥不及瘦 人之色 白不及黑 嫩不及蒼 薄不及厚 而況肥人濕多 瘦人火多 白者肺氣虛 黑者腎氣足 形色旣殊 藏府亦異 外證雖同 治法逈別”하였다.

위의 살펴본 바와 같이 동의보감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사람의 개별적 차이’를 인정한 “맞춤의학”이 아닐까? 남자, 여자, 여윈 사람, 살찐 사람, 늙은 사람, 젊은 사람, 흰색 피부 사람, 검은 피부 사람 등등 개별적 특성을 고려해서 개별적 치료를 하는 개별 맞춤 의학을 제시한 것은 아닐까?

또한 동의보감에는 논란이 되는 내용도 있다. 보편적이고 합리적으로 재해석해 보아도 문제가 있다면 과감히 삭제해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동의보감은 대부분 고서를 인용하고 있지만, 고서를 직접 인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서와는 다른 내용들도 많다. 이에 대한 서지학적 정리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동의보감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대안으로, 세명대 고흥 교수의 제안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즉, 사변적인 중국식 변증론치를 할 것이 아니라, 임상적으로 검증된 동의보감식 변증론치를 한국 한의학의 특성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동의보감식 변증론치란 모든 병에 기계적으로 음양허실로 나누는 변증이 아니라, 각 병의 특성을 고려한 변증론치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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