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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병 시평] 제주에서 외칠 ‘유레카’
시평
2015년 05월 13일 () 12:30:40 채윤병 mjmedi@mjmedi.com

신록의 5월 일요일 오후, 한강을 옆에 끼고 달리며 보이는 푸른 잔디 위 가족들과 캠핑을 즐기는 모습은 너무나 평화롭게 보인다. 제주에서 개최되는 제10회 ICCMR학회 참석을 위해 스웨덴에서 오는 교수 일행을 픽업 다녀오는 길에 “쉬는 날 뭐하세요?”라고 물어본다.

   

채 윤 병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경혈학교실 교수

“쉬는 날도 일해요”라고 답했다가, 이상한 사람으로 나를 쳐다볼까 걱정된다. 이내 농담인 듯이 이야기 했지만, 우리에게 휴식은 사치인 듯 한 시대를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 후배 한의사가 “주7일 매일 야간진료 (오전7시~오후9시), 매일 점심시간 없이 진료”라는 글을 SNS에 올렸었다. 차마 사실인지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진실로 엄청난 열정으로 진료실을 운영한다. 학교 연구실도 공식적으로 주5일이지만, 밤낮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우리는 항상 무언가에 바쁘다. 지난 몇 해를 돌아봐도 두 다리 뻗고 배 두드리며 지내본 시간은 별로 없다. 이제는 내게 일주일은 하루같이 빨리 지나간다.

스승의 날 즈음하여 연구실을 거쳐간 학생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그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지난 몇 년간 그들과 함께한 사진을 정리해 보았다. 일상을 버리고 과감한 일탈이 없었다면, 제주, 부산, 전주, 양양, 제천 등 전국 각지에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일상에 매몰되면,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을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정말 바쁜 일상들이지만, 그 가운데 하루씩 가끔 의도적으로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계획하였다.

외국 분들을 모시고 서울의 지하철을 타면 유럽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행동을 하고 있다. IT 강국 대한민국을 보여준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지하철 타는 내내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무언가를 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 중독에 가깝다 볼 수 있다. 소셜미디어와 앱 등에서 끊임없이 Push기능을 통해 ‘알림’을 보낸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은 손안에 컴퓨터를 두었지만, 무한 자극 노출로 인한 디지털 시대에 더 분주한 삶을 살아야만 하게 되었다.

스웨덴 출신 뇌과학자 마커스 레이클은 아무런 과제 없이 한가로이 있을 때 뇌의 특정부위가 더 활성화되는 현상을 발견한다.

기존의 뇌는 외부의 주어진 자극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과 달리, 디폴트모드 네트워크 (default mode network)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더 많은 활성을 보이는 영역이다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 영역은 자아성찰, 자전적 기억, 자유로운 생각(mind wandering) 등을 통해, 창의성 등이 나타날 수 있는 두뇌 회로로 여겨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는 일년에 2주간은 외딴 오두막 같은 곳에 사유의 시간을 갖곤 했고, 전설의 경영자 잭 웰치는 GE회장 시절 매일 한 시간씩 창 밖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침대에서 늦잠을 자는 도중 천장에 붙어 있는 파리를 보고 X축과 Y축을 발견한 데카르트나 목욕탕 속의 충분한 피로회복이 아니었으면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치며 욕조 밖을 뛰쳐나올 일은 없었을 것이다.

현대사회는 정보의 홍수 시대이다. 외부 환경의 수많은 자극들과 서로 부딪히며 살아간다. 잠시 눈을 감아 보자. 내 마음의 눈을 외부가 아닌 내 자신을 돌아봐 보자. 자기 안에 있는 진짜 자신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 잠시 떨어져서 나를 바라보았을 때, 자신이 가는 길이 더 잘 보일 것이다.

나는 내일 제주로 떠난다. ICCMR학회 참석을 위해 가는 것이지만, 학회 마치고 나서 기필코 ‘멍 때리기’ 시간을 가질 것이다.

에메랄드 빛의 우도의 바다와 푸른 하늘과 하얀 백사장에서 잠시 느림의 미학을 즐겨보리라. 이러한 일상에서의 탈출이 지금 내가 풀지 못한 내 삶의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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