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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정의 도서비평] 내가 선택한 고독
도서 비평 |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
2015년 04월 30일 () 11:43:30 윤희정 mjmedi@mjmedi.com

카톡을 뒤늦게 깔았다. 워낙에 사람과 어울리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나로서는 큰 결심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으며 그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틈만 나면 고민하니, 카톡을 깐 그 날은 내 개인의 역사에 기록해둘만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김해자 著
아비요 刊

깔기 전 고심과 번민은 컸다. 일주일의 고민 끝에 결국 시대의 흐름에 발을 담궜다. 주위 사람들의 칭찬과 무슨 심정의 변화가 있었냐는 물음에 피로해질 때 쯤 김해자 시인을 다시 찾았다.

「남자보다 무거운 잠」, 「가이아 노래방」등의 시를 통해 그녀의 시적 매력을 익히 알고있던 터. 표현들이 어찌나 웃기던지(오해는 마시라. 내용은 심장 쥐어 뜯도록 슬프다) 혼자 낄낄대다 주위 시선들로부터 곤혹스러워졌던 옛 기억을 떠올리며 구해놓은 산문집을 펼쳐들었다. 카톡으로 요 며칠 분주해진 정신을 가다듬을 요량으로.

지상의 누추하고, 서럽고, 쓸쓸한 것들에 시선을 두는 인간한테만 삶은 진지하고 엄숙하고 사랑스럽다. 어둡고 비참한 삶과 분리된 나만의 저 너머 삶을 지향하는 것은 허영이고, 무지스러운 일이다.

가장 건강한 마음이란 쉽게 상처받는 마음이라고 하지 않던가. 매일의 삶에서 벌어지는 부조리에 매순간 상처받고, 울고, 비통해한 끝에 비로소 건강한 정신을 소유할 수 있다. 상처받지 않는 자, 울지 않는 자는 삶을 진정으로 살아낸다고 할 수 없다. 여기 매일 상처받고 우는, 그래서 매일이 행복한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

시인 김해자.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문(좋은 문장)을 쓰는 것이랬던가. 미문은 미문의 인생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녀는 이 말을 증명한다.

어느 소설가는 말한다. 죽음은 짧은 고통, 삶은 긴 고통이라고. 긴 고통인 삶을 아름답게 견디어 세상을 사랑으로 품는 김해자는 미문의 인생을 살아낸 시인이다. 세상엔 페이지 터너(page-turner·흥미진진한 책)가 넘쳐난다.

예외는 있는 법. 그녀의 산문집은 한 향기로운 삶을 들여다보는 흥미로움 그 자체이지만, 책장을 오래 붙들고 그녀의 생활과 깨달음을 느릿느릿 음미하게 된다. 느리면서도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다.

시인의 밑바닥에서 생성된 깨달음들을 들여다보자.

“슬픔이 가까울수록 우리는 깨어난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가장 귀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게 만들었다.

진정 사람 속으로 들어가는 길은 홀로 고립되어 철저히 외로워져 자기와 대면하는 자리에서 찾아진다.”

일상에서 겪는 슬픔과, 내가 자초한 고립과 외로움에 이보다 더 큰 격려가 있을까. 깨어있기 위한 대가로서 겪어내야 하는 슬픔과, 세상 안에 처해지기 위한 선행조건으로서의 고독.

이것만으로 그녀의 위안은 내게 가슴 따뜻하다. 세상의 낮은 곳에 머무르며 세상을 품는 아름다운 시인의 사소한 것들이 문득 궁금해진다.

깨어있는 그녀의 고민은 여전히 계속된다.

“네모난 책들에 둘러싸여 나는 세상에 무엇을 보태었는가. 수많은 책속에 갇힌 이 밤, 나는 무엇을 기록하려하는가!” 이는 지금 이 순간 내가 품는 고민이기도 하다.

비록 카톡으로 오랜 고립을 깼지만, 내 마음의 고독은 지킬 것이다. 이 고독을 무기삼아 세상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서둘러야겠다. 언젠가는 사각형 책들의 세상에서 벗어나 진짜 세상으로 나아갈 그 날을 꿈꾸며 오늘도 나는 슬프고 고독하다. 

윤희정 / 광주광역시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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