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 약재시장을 다녀와서(上) - 최유행(서울 영도한의원장)
상태바
안국 약재시장을 다녀와서(上) - 최유행(서울 영도한의원장)
  • 승인 2003.09.26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우량과 불량이 공존하는 거대 藥都
한국 상인들 주로 싸구려만 찾아


◇ 북경 경유 안국행

8월 3일 오전 11시 30분 북경공항청사, 10년 만에 다시 밟아보는 중국 땅이다. 매스컴을 통해 중국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예전에 도로를 가득 메웠던 자전거 행렬이 이제는 자동차로 넘쳐나는 광경을 보니 ‘상전벽해’란 말이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1세기의 한의학 시장을 같이 이끌어갈 동반자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경쟁국으로서의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북경시내에서 하루를 머문 후 이튿날 아침 커다란 기대를 품고 중국 하북성 안국 시장에 도착했다. 기대와는 달리 안국 시장은 지난 봄 중국을 강타한 사스 여파로 조용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했다. 약재거래가 이루어지고는 있었으나 그간의 심한 가격변동으로 인하여 중국 상인들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안국시는 중국의 藥都라 불릴 정도로 중국 내외에서 약재시장으로 유명하며 그 역사는 중국 송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면적 480㎢, 인구 38만에 시장면적만 68만 ㎡(약 20만6천평)에 달한다. 안국에서 거래되는 약재는 2천여 종이며, 연간 거래액은 약 50억 위엔, 무게로는 10만 톤에 이르는 거대시장이다.

먼저 동행했던 일행의 거래처들을 방문해 보았는데 여름철이라 그런지 많은 약재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약재의 품질 또한 그리 좋은 것은 아니어서 실망스러웠다. 이동 중에 차도와 인도에 여러 가지 약재를 건조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건조되는 과정이 중국산 약재 품질저하 원인중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기대감만큼 상반되는 실망감을 안고 하루 일정을 마감했다.

다음날 아침 현지인의 안내로 안국약재시장 소매상들이 모여서 장사를 하는 일명 ‘따팅’을 찾았다. 그곳에는 수백명의 소매상들이 많은 약재들을 거래하고 있었다. 가격도 품질도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다.

눈에 들어오는 여러 가지 약재들이 있었는데 크기 형태 빛깔 등이 흔히 우리가 쓰는 약재와 흡사한 것도 있었지만 전혀 다른 종류도 많이 있었다.

목단피, 천우슬, 지모, 복령, 감초, 계피 등은 한국에서 보던 것과 같았으며 토사자, 전충, 반하 등은 내가 보던 기존의 약재와 비교해서 품질이 월등하게 좋아 보였고 백출, 왕불유행은 우리가 사용하는 약재와 판이하게 다른 약재들도 함께 판매되고 있었다.

좋은 품질의 약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곳 상인들의 이야기가 한국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품질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가격문제로 좋은 품질의 약재는 한국 상인들이 사가지 않는다는 답변이었다.

가끔씩 전해 듣던 국내 수입약재 품질문제의 현실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안내인에게 다른 곳도 보여줄 것을 요구하자 그는 한 도매상의 사무실로 안내해 주었다.

그곳에서 후박과 반하를 보았는데 기존에 내가 사용하던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들의 설명은 가짜 약재도 상당량 유통되고 있다는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가격에 따라서 약재의 품질 차이도 커 일반적인 가격보다 많이 차이가 나는 약재는 위품, 즉 가짜로 의심해봐야 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진품 후박과 중국에서 ‘한반하’로 불리는 진짜(?) 반하의 견본을 얻어서 호텔로 돌아왔다.

◇ 중국 약재의 쓰레기장 ‘한국’

숙소로 돌아온 이후 나는 내가 지금 한의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약재의 품질에 문제가 있지나 않을까 하는 의구심 마저 들었다. 그래서 이왕 안국에 온 김에 중국과 한국의 약재시장과 유통에 대해 문제가 없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안국의 상인들과의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같이 동행한 일행의 주선으로 시장을 둘러본 그날 저녁 안국의 상인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안국 상인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엽기적이라 할만한 내용도 있었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7~8 년 전 까지만 해도 중국 상인들 사이에서 한국은 ‘약재의 쓰레기 처리장’으로 여겼다한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져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한국 상인들은 싸고 좋은 약재를 찾으려고 한단다. 싸고 좋은 약재라니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그 실상은 따로 있었다.

모든 한약재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싼 것은 품질에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단순히 품질이 낮아서 가격이 싸다면 그래도 나은 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불량 한약재인데 위·변조된 한약재와 가짜 한약재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위·변조된 한약재는 원래의 약재에 어떤 물질을 혼합 또는 첨가해서 무게를 늘리는 방법이 주류를 이룬다고 한다. 전충, 저령, 홍화, 차전자, 조구등, 관동화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전충의 예를 들어보면 전갈 말린 것인 전충은 살아있는 전갈을 수거하여 끓는 물이나 끓는 소금물에 데쳐서 말리면 완성품이 된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중국의 상인들은 전충의 몸체 속에 전분과 계란흰자위 등을 혼합하여 주사기로 주사하고 다시 끓는 소금물에 삶아내서 살짝 건조한다. 이렇게 하면 전충의 무게가 늘어나서 돈을 더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차전자에는 달맞이 꽃씨를 조구등과 관동화에는 동일 식물의 줄기를 섞어서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사용하고, 홍화에는 여러 가지 이물질을 섞어서 무게를 늘리기도 한다. 이러한 방법은 중국에서는 고전적이며 지금도 많이 통용되는 방법이라 한다. <계속>


● 필 자 약 력 ●

△동국대 한의대 졸 △동국대 한의대 박사 △한서대 부설 서울한의원 원장 역임 △現 영도한의원 원장·상명대 대학원 외래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