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균의 도서비평] 지질학적 시간의 발견에서 신화와 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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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의 도서비평] 지질학적 시간의 발견에서 신화와 은유
  • 승인 2015.04.2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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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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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비평 | 시간의 화살, 시간의 순환

제목에서부터 우리의 국문법적 사고체계로서는 다소 어색한 표현이어서 오히려 눈길을 끈 책이다. ‘시간’이라는 공통된 단어를 놓고 보면 ‘화살’과 ‘순환’은 대비될 수 없는 나열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 著
이철우 譯
아카넷 刊
왜냐하면, ‘시간’이라고 한다면 상대적으로 ‘순환’이 아니라 그와 대비될 수 있는 무기가 등장하든지, 아니면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 ‘화살’이므로 시간이 느린 것으로 대비되는 어떤 단어가 ‘순환’이라는 단어 대신에 들어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제목에서도 ‘Time’s arrow, Time’s cycle’이라 되어 있어서, 옮긴이의 오류가 생긴 것이 아니라 저자의 의도에 의해 설정된 제목임은 분명하다. 제목이 궁금하여 몇 장 들쳐보니 내용은 지질학에 관한 것이고, 지질학적 시간관에 대한 이분법적 단어구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직선적인 시간관에 대한 은유적 표현으로서 ‘화살’이라는 단어가 설정된 것이고, 그에 대비하여 순환적인 시간관에 대한 표현으로서 ‘순환’이라는 대비를 한 제목임을 알 수 있었다.

여하간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지질학의 출발은 영국에서 비롯되었는데, 지질학사(地質學史)에 있어 17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초에 활동한 토마스 버넷(Thomas Burnet)과 제임스 허튼(James Hutton), 그리고 찰스 라이엘(Charles Lyell)의 중대한 지질학적 역할들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주며, 이들 각자의 지질학적 시간관에 대해 평가하고 다시 종합하였다.

버넷은 사물을 이해하는 과학이라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거부하는 교회와 사회의 뿌리 깊은 반감을 대변하여, 현재 지구 표면에서 일어나는 소멸과정은 원래 상태로 회복시키려는 하느님의 섭리에 의한 재생과정과 보완관계를 이루어 조화로운 질서를 만들어낸다고 하였다.

한편, 허튼은 선입견을 버리고 야외에서 관찰하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성서적 제한을 헤쳐 나갔는데, 지구는 풍화침식, 퇴적, 융기라는 연속적인 과정을 일으키며 한 순환 주기로 보았을 때 평균적인 균형상태를 이루기 위해 파괴와 재생이 되풀이된다고 생각했다.

또한 라이엘은 경험적 관찰을 통해 비균일론적 관점의 오류를 타파함으로써 지구의 연속적이고도 점진적인 발전과정을 유추했다. 그리하여 저자인 굴드는 유기체는 역사적 산물로서 시간의 화살을 대변하며, 광물과 같이 내재적인 기하학적 질서를 갖춘 무기체는 시간의 순환을 대변한다고 하였다.

이 책에서 필자가 느꼈던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자연관찰에 의하여 이루어진 지질학적 연대기가 이러한 심원한 시간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미 2009년 8월 국제층서위원회에 의해 신생대 제3기가 공식적으로 폐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교과서나 각종 인터넷자료에서 아직도 사용되고 있음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음은 우리 과학계의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기초과학이 소홀하게 대접받고 있음은 우리 한의학계도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임상에 밀려 기초한의학의 관심이 갈수록 저조해지고, 교수의 연구여건과 환경은 연구에 매진하고 몰입할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한다.

모래 위에 누각을 지으려는 성급한 생각들이 이제는 사라졌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을 작은 지면이나마 이곳을 빌려 토로하는 바이다.<값 2만원> 

김홍균 /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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