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77] 전통 수술요법에 대한 재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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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77] 전통 수술요법에 대한 재인식
  • 승인 2015.04.2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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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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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科精要」 ①

 
동아시아 전통의학에서 전문분과 가운데 外科學 분야의 선하(先河)를 이룬 대표적인 저술로서 宋代 陳自明(1190∼1270)이 지은 「外科精要」를 들 수 있다. 진자명은 외과학에서 뿐만 아니라 부인과 영역에서 뛰어나 1237년 「婦人良方」(혹은 婦人大全良方으로 불림)을 저술하였는데, 唐宋 이래 가장 완비된 부인과 전문서로 평가받는다.
 

◇ 「외과정요」

이 책에 대해서는 진즉 이 코너의 610회 ‘女性性과 부인과 영역의 변천’(2013년11월21일자)와 611회 ‘婦人方論의 進化와 학술성과’(2013년11월28일자)로 소개한 바 있다. 또한 이것의 모태가 되는 「管見大全良方」을 펴낸 바 있다. 그의 저작 2종은 모두 조선의 「의방유취」에 담겨져 전해 내려오고 있다.

오늘 소개할 책은 그의 또 다른 외과학 전저인 「외과정요」로 1263년에 처음 나왔는데, 이 책은 주로 당시의 명의로 알려진 李迅·伍起予 및 曾孚先 등의 외과서를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을 첨가하여 새로 엮은 것이다. 조선에서는 세조 10년(1464)에 규정된 醫科取才에서 考講書로 이 책이 사용되었다.

전서는 모두 3권 60편으로 되어 있는데, 주로 癰疽와 發背의 진단과 감별 및 灸法, 약물 사용과 치료처방 등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서술하였는데 내용이 비교적 간단하고 명료하다. 지은이는 외과에서의 약물 사용은 마땅히 경락의 허실에 근거하여 원인과 증상에 따라서 치료해야지 熱毒이 內攻할 것을 염려하여 寒凉한 약재나 攻伐하는 방제만을 즐겨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이 책의 후대 연구가로 明나라 薛己를 들 수 있는데, 일찍이 진자명의 「婦人良方」에 주석을 달아 「校注婦人良方」을 펴낸 바 있다. 薛己는 이 책에 대해서도 모자라는 내용을 보태고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빼버리고 補注를 달았다. 그리고 약간의 경험의안을 덧붙여서 자신의 저술인 「薛氏醫案」속에 수록하였다. 이 밖에도 근대에 이르러 이 책의 이름을 「外科寶鑑」이라고 고쳐 달은 책이 있다.

지난 20일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대만중앙연구원 歷史語言硏究所의 李建民 박사가 ‘전통의학에서의 수술요법에 대한 재인식’이란 논제로 강연을 하였다. 동아시아 전통의학에서 잃어버린 술법으로 치부하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외과 수술법에 대해서 외국의 역사학자가 남다른 관심을 갖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였다.

물론 외과처치를 포함한 수술치료법의 대체는 침구술에 녹아있다곤 하지만 창양, 외과를 비롯하여 산과, 소아, 전염성 질환 등 우리에겐 잊혀진 전문영역이 너무 많아 상실감이 적지 않았었다. 필자가 섣불리 이것들 모두를 옛 모습 그대로 다시 되살려야만 한다고 주장하진 않는다 하더라도 과거 우리가 망각했던 술기가 무엇이고 무엇 때문에 무슨 이유로 사라지게 되었는지 추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때 마침 작년 문화재위원회에서 안건으로 상정되었던 보물본 동의보감의 국보 승격문제가 공식적으로 입법되어 지정 예고되었다는 뉴스를 접하였다. 이미 2009년도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터인지라 사회각계로부터 당연히 국보로 지정해야한다는 여론이었지만 차제에 지정대상을 조사하고 명확하게 현존상황을 파악하자는 신중한 논의가 있어 시일이 다소 늦어진 것일 뿐이다.

이제 동의보감이라는 유형의 서적이 국보이자 온 인류의 문화재로 대접받는 것도 영예스러운 일이지만 이 기회에 동의보감에 담겨진 한의학의 우수성과 전통의 지혜가 좀 더 널리 알려지고 한의학의 자긍심으로 확장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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