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옹의 도서비평] 한약! 아이들에게 참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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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의 도서비평] 한약! 아이들에게 참 좋은데~
  • 승인 2015.04.1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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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

정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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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비평 | 엄마가 읽는 동의보감
 
오후 2시 20분/ 13시간이나 싸웠다/ 오랜 기다림 그리고 기도…/ 드디어 울음소리가 들린다./ 억지로 뽑아내서 머리는 뾰족하고 얼굴에 핏기가 가시지 않았지만/ 세상 누구보다도 잘생겼고 장하다./ 눈물이 핑 돈다.

방성혜 著
리더스북 刊

아이의 탄생은 나에게 큰 변화를 가져왔다. 퇴근하면 바로 집에 가서 아이 보는 것이 가장 행복했다. 소중한 아이였기에 내가 아이의 건강을 책임지게 되었다.

분유를 거부했기 때문에 아이와 밤새 싸우며 잘 나오지도 않는 엄마의 초유를 먹였다.

황달이 너무 심해 병원에서 입원을 강권했지만 피를 한 주먹 뽑아야 된다는 말에 기겁하고 병원을 뛰쳐나왔다. 그리고 조리원에서 의서에 나온 것처럼 약재 달인 물로 입을 씻기면서 먹었다.

예방접종을 모두 거부했기에 아이가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바로 달려가 치료해주었다. 그리고 소아과와 관련된 의서를 탐독하였다.

아이가 열이 날 때는 아이 엄마는 양방해열제를 먹이길 원했지만 해열제가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은 아니기에 난 거부하고 손발의 경혈점을 사혈하고 내가 달여 온 약을 먹였다. 비록 바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1~2일 고생하니 열도 떨어지고 감기도 금방 낫는 것을 보며 아이 엄마는 신기해하였다.

100일 이후에 갑자기 태열이 생기니 보는 사람마다 모두 걱정을 했다.

“소아과 한번 가보지, 병원 한번 가지, 용한 한의원이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초초해졌다. 한약 연고, 한약, 침 등 모든 한의학 치료를 시도했다. 아내가 몰래 양방소아과에 갔더니 아토피라고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있는 양약 연고를 가져왔지만 바르지 말라고 했다.

50여일 정도 치료했을까? 좋아졌다 나빠졌다 반복을 한 후 아이의 피부에서 새살이 돋아나는 것을 느꼈다. 마치 봄날 새싹 나는 것처럼… 그리고 보름 정도 지나자 깨끗이 치료되었다. 물론 지금도 엉덩이 같은 부분은 건조해서 계속 한약 연고와 보습제를 발라주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삐뽀삐뽀 119」와 같은 대중적인 양방소아과 서적은 많은 반면에 대중적인 한의학 소아과 서적이 별로 없는 것이 놀라웠다. 우리나라의 소아과 전통은 오래되었다.

조선시대 조정준의 「급유방」, 정약용의 「경험두방」, 최규헌의 「소아의방」 등의 책들이 소아과 전문 서적들이다. 종합의서에서 ‘소아문’을 따로 두어 저술한 것까지 합치면 소아 질병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방법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그렇지만 막상 대중적인 소아과 관련 한의학 도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엄마가 읽는 동의보감」은 한의사 방성혜가 지은 책으로 두 아이의 엄마 입장에서 저술하였다. 아이를 키우며 흔히 접하기 쉬운 질환들에 대해 두 아이를 키우며 경험한 것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서술하여 한의학적 치료방법을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동의보감 원문까지 실어놓아 전문적인 지식을 겸하고 있어 믿음직하다. 무엇보다 아이의 엄마 입장에서 글을 전개해 나가기 때문에 읽다보면 내 아이도 이런데 하며 공감대가 생긴다.

그리고 별책부록으로 아이 증상에 따라 한약재를 이용한 음식 조리법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의 엄마라면 누구라도 관심을 가지고 볼 수 있다.

사실 아이를 한의약으로 키우는 데 있어서 가장 힘든 것이 아이 엄마를 설득하는 것이다.

양방 의료 문화에 익숙한 아이 엄마들을 한 번에 설득하는 것은 힘들다. 그렇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과정을 이겨낸 저자의 수기와 같은 내용을 읽힌다면 보다 쉽게 믿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의 제목’이다. 제목만 본다면 동의보감이 강조되어 있어 이 책이 소아과에 관련된 내용인 것을 놓치기 쉽다. 아이들을 위한 한의학 서적임을 강조하는 문구가 들어가야 할 것 같다.

‘한약 아이들에게 참 좋은데 어떻게 말할 방법이 없네!’ 라는 광고 문구처럼 포기하지 말고 아이들 엄마에게 이 책을 권해보자.

무항생제나 유기농만 골라 먹이면서 항생제를 무한정 아이에게 투여하는 현재 의약 풍토를 바꾸어 보자. 한의약 건강 지도는 우리의 책임이다.<값 1만6000원> 

정유옹 / 사암은성한의원,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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