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평양 방문기(下) - 안철호(전북 완주 농민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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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평양 방문기(下) - 안철호(전북 완주 농민한의원장)
  • 승인 2003.09.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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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2일 (평양 사일째) □□□
<전호에 이어>

◆ 황제내경 모르는 고려의사

이제 우리는 평양산원으로 간다. 세계적인 자랑거리라 내세우는 산부인과 종합병원이다. 병원에 들어서니 신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며 실내화를 내어 준다. 흰 까운도 모두 입었다.

안내하는 중년 여성선생의 설명을 들으면서 면회실, 신생아실, 입원실, 치료실 등을 둘러본다. 규모는 1,500베드 정도 되는데 500베드가 아이용이고 1,000베드가 산모용이란다.

하루 평균 40~50명의 신생아가 출산되고 있고 500여명의 의사가 근무한단다. 그 중 8명 정도의 고려의사(북에서는 한의사를 그간 동의사로 부르다가 몇 년 전부터 고려의사라 부른다)가 있으며 지금 우리를 안내하고 있는 여선생이 고려의사 출신이라 한다.

반가운 마음에 몇 가지 물어보았다. 그런데 ‘黃帝內經’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국내의 동의보감, 향약집성방 등의 책은 잘 아는데 왜 황제내경을 모르는 것일까? 이런 것도 주체사상의 영향일까?

저녁식사는 첫날 만났던 조충환 민화협 부회장을 우리가 초청하는 형식이다. 44층 만장에 음식을 차렸다고 한다. 모두 모여 그간 협조해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며 마지막으로 평양의 만찬을 즐긴다.


□□□ 8월 23일 (마지막날) □□□

새벽 6시 30분. 모닝콜은 어김없이 정확한 시간에 울린다.
창밖엔 또 비가 내린다. 올해는 비가 너무 많다. 이곳 북에서도 비가 많아 걱정이란다. 가뜩이나 식량이 부족한 판에 수확기에 접어든 알곡이 잦은 비로 여물지 않을 것을 우려하나 보다.

7시 40분. 호텔에서 우리를 태운 차는 첫날 들어오던 길을 거꾸로 되짚어 나간다. 보통문을 지나고 김일성종합대 학을 지나면서 도심 외곽의 한산한 도로가 나타난다. 이른 아침, 외곽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부지런히 도심쪽을 향하여 출근을 하는가 보다.

◆ 나무심기 지원 고려해 볼만

어느 삼거리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흔치 않은 도로표지판이 보인다. 신의주 218km, 향산 135km라고 적혀 있다.

빗발이 거세진다. 조그만 하천 하나를 지나는데, 천변에 심어둔 옥수수 밭이 물에 잠겨버렸다.

순안구역에 들어서자 도로에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다. 도로에 넘친 흙탕물을 치우기 위해서다. 산이 헐벗어서 그런지 조금만 비가 와도 물이 금새 넘치나보다.

내 생각인데, 북측에 나무심기 지원을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북녘 땅의 아름다운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꼭 필요한 사업이 아닐까?

순안 공항, 수화물을 부치고 탑승대기실에 오른다. 이제 평양의 모든 일정이 마감되는 순간이다.

평양을 빠져 나왔는데 북경에 도착하자 우리는 큰 시련(?)을 겪는다. 항공기 예매가 잘못된 것이다.

인천-북경 왕복 표를 예매해 두었는데 18일 출국일자는 맞지만 23일 귀국이 아니라 25일자로 예약이 되어 있다. 간신히 서울의 여행사와 연결이 되고 어렵사리 중국항공으로 좌석을 확보하여 오후 6시 10분 티켓을 구했다.

여유시간에 공항 이곳 저곳을 둘러본다. 서점이 있다. 함, 보자. 혹시나 한의학 관련서적이 있을까 싶어 기웃거렸 더니 ‘中醫健康’이라고 적혀있는 곳이 있다. 한참 뒤적거렸으나 쓸만한 책은 없다.

상가를 기웃거리다보니 일행들이 발 맛사지를 마치고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이제 티켓을 받고 출국심사대를 통과 할 참이다.

여기서 내 여권을 보면서 뭐라하는데 하나도 모르겠다. 영어로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니 날 몇번 쳐다보더니 가란다. 권위적인 모습에 기분이 나쁘다.

아무튼 이제 모든 수속이 끝나고 비행기만 타면 된다. 중국은 우리가 남북으로 갈라진 덕에 중간이득을 많이 취하는 것 같다.

북에서 나오는 한약재도 과거엔 모두 중국을 통해 3자 무역으로 거래되 지 않았는가? 우리처럼 북경을 거쳐 왕래하는 사람들 덕에 자기들 물건을 많이 팔고 있는데….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할 이유가 이런 곳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 필자후기

이상으로 평양방문기를 모두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일주일간의 평양여행,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우리의 이런 노력이 조국통일을 앞당기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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