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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래포럼 46차 토론회] “한의학의 내적 성찰 필요”“의료기기 사용의 목표를 명확히 해야”
플로어 토의
2015년 04월 02일 () 10:03:27 박애자 기자 aj2214@mjmedi.com

   
◇김재효 대표(사회), 고흥 교수, 김윤경 교수, 정의민 연구원, 손인철 원장, 김태우 교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순서)


고흥 교수(세명대 한의대): 대한한의사협회에서 KCD 병명을 사용하겠다고 받아들였을 때 한의계가 변할 것으로 기대했다. KCD 병명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한방을 많이 포기하겠다는 것, 즉 한방을 양방화시키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였었는데 생각보다 기초학 교수들의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의료기기 문제는 KCD 병명과 달리 모두가 원하는 일이다. 한의사를 비롯해서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등 의료기사들 역시 원하고 있다. 의료기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현재 고용시장은 포화 상태라서 새로운 고용 시장이 열리길 기대한다.

즉, 한의사들이 고용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의료기기 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1만5000개의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정의민 연구원(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의사 개인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한의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사용한다든지 아니면 협회 차원에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서 한의사뿐만 아니라 학생들까지 관련된 지식을 축적해놓을 수 있도록 교육 등을 충분히 진행한 후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의 판례들을 보면 그렇지 못 했다. 일부 한의사들이 앞장 서서 양방의 새로운 의료기기를 알음알음 쓰다가 걸려서 문제가 됐고, 이에 한 번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 두고 두고 문제가 되고 있다. 어설프게 환자에게 단순히 자신의 이익적인 영업 행위를 위해서 했던 일이 전체 한의사에게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사례인 것이다.

향후에라도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있어 한의계 내부의 인식이 필요하다. 한의사 개인이 사용하고 싶은 의료기기가 있더라도 충분히 저변을 확대해 사용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여부를 규정하는 법은 없지만, 특정한 의료기기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사용할 수 있도록 구분돼야 한다.

고인성 공보의(남원시보건소): 강연석 교수가 ‘현상으로 규정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교과서에서는 한의학적인 반위나 열병 같은 질병들을 상당히 심각한 응급질환이라고 규정하고 배웠다.

하지만 실제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겪는 것들은 질병 수준으로 규정되지 않은 현상 차원에서의 아픔, 진통 등을 다루는 모습을 보게 된다. 현상으로 규정된 개념 자체가 의학 교육이나 교과서적인 면에서 다뤄져야 한다.

KCD 병명에서 말한 근육통 단위의 그런 것들도 당연하게 쓰는데 현재와 같은 경우 한의사들이 변증 체계와 병질엄의 증(症)과 말씀 언 변의 증(證)과 병을 치료할 수 있는 한의학 기술이 있느냐를 두고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현상 자체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를 정의해 보급해야 한다.

김윤경 교수(한미래포럼 부대표, 원광대 한약학과):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가 천연물신약 사태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천연물신약도 한의사가 처방하면 안 된다는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하지만 천연물신약에 대한 한의사들의 반응이 내부에서 엇갈렸다.

의료기기 같은 경우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 내부적으로 전통의 답습이냐 아니면 현대화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인식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이 터졌다. 천연물신약의 경우 의사가 한의사 필요 없이 전통의학에서 나온 정보를 가지고 만들었고, 침도 IMS로 바꿔 가지고 가겠다는 식으로 주장해오고 있다.

이러한 양상이 바뀌려면 한의사들의 대다수가 전통을 답습하는 것, 전통을 잘 하는 것이 좋은 한의사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학문을 현대적으로 어떻게 일반인에게 잘 설명해줄 것이며 임상을 잘 정리해서 현대화 하는 것이 현대 사회를 사는 한의사들의 사명이다.

학문의 현대화, 발전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새로운 제형의 한약을 쓰는 것은 중요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한의사들이 많아져야 의료기기를 사용 빈도가 높아지고, 새로운 제형의 처방을 사용하는 한의사들이 많아지다 보면 역량이 쌓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준비가 적은 상황에서 의료기기 관련 사건들이 터지면서 사법부에서 ‘한방의료행위가 아니다’, ‘한방원리가 아니다’라는 판결이 나온 셈이다.

손인철 원장(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 의학은 환자에게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도구 등)을 가지고 대응하는 것이다. 도구는 역사가 변하는 과정에서 같이 발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 시대에 개발된 도구 사용을 포기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한의학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의료기기 문제를 잘 풀어서 한의학이 이 시대에 치료 영역을 확보하고 적극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석학도 중요하지만 한의학의 치료 영역을 확장할 것인가 고민하면서 의료기기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호소해야 한다.

의료기기는 질병을 치료하는 하나의 도구로서 모두 양방의 것이 아니다. 향후 한의학의 영역을 질병 치료 의학으로서 키워나가면서 현대 과학까지 안고 가는 것이 이 시대의 한의사가 풀어가야 할 과제다.

김태우 교수(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발제와 패널토의를 들으면서 의문이 드는 것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이 허용됐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어떤 식으로 한의학을 위해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듣고 싶다.

김현호 박사(경희대 한의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이 허용됐을 때 국민의 편익 증진에 큰 기여를 하겠지만, 역으로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오진의 가능성이다. 오진은 의료인 개인의 문제다. 의료인이 면허를 받은 것은 어느 정도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이 된다는 것을 국가시험을 통해 증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진료과정의 오진이나 의료사고는 의료인 각자가 책임지는 것이지 학문이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 상태에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이 허용됐을 때, 일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진의 사례는 한의계 전체의 문제로 공격받을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협회와 학회에서는 관련 교육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하며, 의료기기를 단순한 영업수단으로 오용하는 한의사들에 대해서는 자정 작용을 강화해야 한다.

고흥 교수: 양방에서도 영상의학과 전문의한테 영상 판독을 받은 결과를 첨부해 진단을 하고 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진단명이 있어야 보험 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활용한다고 하면 어떠한 모습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고 현실적인 방안을 만들어두어야 한다.

박유리 박사(경희대 한의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한의사의 정체성 문제이기도 하다. 의료기기가 한의계로 들어온 순간 한의사의 의료 행위를 어떻게 볼 것이며, 어떤 식으로 발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내적 성찰이 필요하다. 한의학이 향후 나아갈 방향에서 도구 차원의 논의를 떠나 정체성 차원에서만 논의를 한다면 현대 의료기기를 받아들이는 부분이 위험한 부분도 있지만 도움되는 부분도 있다.

고흥 교수: 의료기기 등을 사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전적으로 한의사 개인이 판단하는 문제다. 개인적인 판단 뒤에는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양방을 보더라도 모든 내과의사가 다 내시경을 하지는 않는다. 비용 문제를 떠나 책임감이나 진료패턴의 문제다. 한의사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접촉성 피부염 환자의 간독성과 관련한 사망사건을 보면, 한의사에게 임상검사를 허용했다면 이런 사고는 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제대로 된 검사 지표를 활용할 수 없으니까 증상만으로 약을 처방했고, 이후 제대로된 모니터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의료사고가 난 것이다.

한의사한테 진단기기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한의학으로 치료될 것인가 안 될 것인가에 대한 정보 수집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차단돼 있다.

박유리 박사: 의료기기가 도구로서 한의치료를 보완하기 위해 진단을 명확하게 하자는 필요성의 공감대는 형성됐다.

김재효 대표(사회·한의학미래포럼 대표, 원광대 한의대): 최근 참가한 회의에서 혼자 한의사였고 나머지는 다 양방 의사들이었다. 그들과 대화를 통해 한의사들 의료기기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경제적인 논리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의사는 의사가 가지고 있는 밥그릇을 빼앗으려고 의료기기가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보는 환자의 안전을 챙기기 위해서 절실한 정보가 필요한 것인지를 명확히 국민들에게, 의사들에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

강연석 교수(원광대 한의대): 김태우 교수의 질문과 관련해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있어, 우리가 양방 의사들처럼 병을 진단하고 양방 의사처럼 되는 것인지, 아니면 한의사가 진료를 하는데 있어 한방의료행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인지 명확히 해야 향후의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후자로 접근해 설명한다면 보다 설득하기 쉬울 것이고, 또한 박유리 박사가 제기한 한의학의 정체성 논란에서도 쉽게 벗어날 것이다.

이와 함께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제 당위적인 주장 외에 현실적인 실행방안도 논의돼야 한다. 전 세계에서 진단기기가 가장 과잉 공급된 상황에서, 모든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구입하는 것이 타당한지 아니면 지역별, 권역별 진단센터에서 한의사를 위한 진단검사에 협조를 할 것인지, 아울러 한의사들이 진단기기를 구입할 경제적 여력이 얼마나 있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학문적으로는 무심코 사용한 피상적인 개념은 없는지도 되돌아봐야 하고, 한방의료행위 속에서 무엇이 주가 되고, 무엇이 부가 되어 우리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한의사들의 사회적 역할과 의료행위에 대해 국민적 동의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재검토하자. 

정리=박애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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