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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래포럼 46차 토론회]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운 방법으로 대화 시도해야”
주제 발표: 강연석 교수(원광대 한의대·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 기획이사)
2015년 04월 02일 () 09:39:56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의료기기, 진료도구인가? 직무영역을 구분하기 위한 도구인가?’ 라는 질문을 통해서 의료기기를 정말 한의사들이 활용할 준비가 돼 있는지, 의료기기를 사용한다고 했을 때 개념이나 용어들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이야기를 해봤으면 좋겠다.

어떤 것이 한의학적이고 양의학적인가, 한국사회에서는 1930년대에 한의학이 존재하느냐 마느냐의 질문과 토론이 있었고 이후로 설명방식이 바뀌지 않았다.

   
◇강연석 교수
한의학과 양의학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몇 가지 드는 생각이 있다. 한의학은 철학적이고 양의학은 과학적이다, 한의학은 근본치료고 양의학은 대증요법, 또 한의학은 경락, 침구 양의학은 해부, 외과로 구분하는 것이 맞는가?

실질적으로 유럽에서도 현대의학이 나오기 이전에는 마찬가지였다. 레스터 킹(Lester S. King)은 의학교과서는 질병 실체들을 편람할 수 있게 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종 질병들을 기술함에 있어 교과서는 그 당시에 중요하다고 여겨지던 특정 지식을 제시해놓기 마련인데 어떤 기전으로 병이 생기며, 원인에 대한 이론들, 병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들과 비견되는 병적 상태들과의 관련 그리고 진단하는 방법을 기술하고 있다.

레스터 킹이 주문한 것 중 하나가, 병을 고전적으로 기술해 놓은 것을 살펴보면 이론이 아무리 달라지더라도, 임상적 실체는 비교적 일정하게 남게 되고 히포크라테스가 산욕열이라는 임상적 실체를 정밀하고 생생하게 기술해 놓았기 때문에 250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우리는 그가 제시한 자료를 근거로 진단을 내리는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즉 지금 우리가 현대에서 질병개념으로 보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의학이 발전해오면서, 과거보다 병리학적인 기전에서 엄격해져온 것이다. 양방병리학이 이야기하는 개념설정에 의한 질병과 지식이 덧붙여지기 이전에 환자를 관찰하는 것을 통해 우리가 보았던 질병의 모습이 공존해왔다.

우리가 근대화시기를 거치면서 처음에는 한의사들이 당시에 유입된 서구의 의학지식을 배워서 쓰는 구조를 만들었다. 근데 이토 히로부미가 조선을 장악한 을사늑약 이후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일제강점기의 의생교육과정을 보면 양방과목이 많았다.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1944년에 조선의료령의 의생에 대한 규정에 면허에 대한 사항들이 있다. 조선의료령 3~17조까지가 의사와 치과의사가 할 수 있는 영역을 규정하고 있고, 뒤이어 의생에 대한 부분에서 의사에게 하는 규정을 의생에게 준용하고 있음을 기술하고 있다.

조선의료령 4, 5, 6조에는 의사가 될 수 있는 자격 요건이 기록되어 있는데, 의학교를 나와 일정한 자격을 얻은 자를 말한다. 한의학은 일제강점기 하에서 정식 학문으로 받아들이지 못했기에 당시의 한의사(의생)들은 대학교육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하는 의학이었기 때문에 실제 행위보다는 신분의 차이에 의해 의사와 한의사가 구분된 셈이다.

그 이후 무수히 많은 법령들이 만들어지면서 의사와 한의사가 법령에서 보장 받을 수 있는 것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여러 소송의 결과들 중 2014년 5월 29일에 나왔던 헌법소원을 보면 한의사가 물리치료사를 고용할 수 없다는 것의 헌법소원이 기각됐고 판결문에는 “이원적 의료체계 하에서 의료행위와 물리치료사의 업무 사이에는 의과학적 관련성이 많지만 한방의료행위와 물리치료사의 업무사이에는 그렇지 않은 점”을 이야기하였다.

이 관점에서 한방의료행위 또는 한의학적이라는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한의학이라는 것을 천인상응, 음양오행, 변증시치, 사기오미, 십이경맥, 기혈론, 수화론, 음양론 등의 형이상학적인 것만으로 규정한다면 물리치료사의 업무와 의과학적 관련성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형이상학적 내용은 한의학의 극히 일부 요소에 불과하다.

과거 초기의 질병과 인체관을 살펴보면 인격적인 귀신의 작용에 의해 질병이 발생된다고 생각하였지만, 차츰 인격이 배제된 정, 기, 신 등의 개념으로 서술했다. 또 황제내경의 음양오행설, 오운육기 등은 인격적 요소를 갖춘 귀신의 역할을 배제하고 자연을 관찰한 것으로 인체와 질병을 설명했다는 의의가 있다.

때문에 형이상학적인 이론이 한의학적인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의학으로 발전해온 것이 한의학적인 것이다.

하나의 예로 동의보감에서는 병을 살피고[審病], 증을 나누며[辨證], 맥을 살피고[診脈] 약을 쓰라[用藥]는 원칙을 이야기한다. 일반적인 증상을 구분하는 행위를 환자의 주관적인 요소에 많이 좌우된다고 하면, 맥진과 설진과 같은 진맥 행위는 의사가 판단하는 객관적 요소에 해당된다.

진맥은 즉, 질병을 보다 객관적으로 관찰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의료기기를 활용하여 보다 객관적인 관찰을 하겠다는 것이 과거 우리가 해온 한의학적인 행위와 별반 다른 것이 아니다.

만약 심병, 변증, 진맥이라고 하는 것들을 형이상학적인 토론으로 국한지어 설명한다면, 당연히 의료기기를 활용하는 것이 한의의료행위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당시 진맥이라고 기술한 부분이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들이라는 것을 명확히 이해한다면 의료기기를 활용한다는 것이 한의의료행위라는 것은 더 토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 가지 더 논의해야 될 것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변증만을 해왔고, 서양의학은 질병만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의학의 본질은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질병을 치료하지 않는 의학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단지 그 동안 한의학에서 이야기한 질병이라는 것이 서양의학에서 기술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규정한 질병일 뿐이다. 이것은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으며, 현대의학이 출범한 이후 해부와 생화학적인 지식이 결합한 방식으로 새롭게 규정한 질병과 다른 방식으로 기술되었을 뿐이다.

질병의 개념과 규정은 지식이 늘어남에 따라 끊임없이 구체화되거나 수정되어왔기 때문이다. 다만 한의학에서 변증은 약재와 처방을 선택하기 위한 과정이다. 모든 약재와 처방이 변증체계에 맞게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현대 사회에 맞는 기술방법으로 한의학을 재구성해야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 동안 무심코 이야기해온 형이상학적인 개념보다는 역대 의사들이 관찰해온 질병의 증상들을 중심으로 개념들을 재구성해야 한다.

현대의학 역시 예후를 판단하기 위해 증상을 구분하면서 감별진단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관찰된 증상을 중심으로 한의학을 기술한다면, 현대 의과학지식 또는 해부, 생리, 병리 지식, 그리고 의료기기의 활용과 접점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이후 법령 자체가 규정하는 것은 대단히 적었음을 기억하자. 초기에는 한의사나 양의사의 차이가 없었다. 한방의료행위를 규정하는데 관여하는 곳은 법령을 제정하고 판단하는 곳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료기기 및 의약품 허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신의료기술 판정),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보험적용)이다. 이들과 어떤 방법으로 대화를 해야 한방의료기기를 한의의료행위로서 활용해나갈 수 있을지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

 

정리=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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