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는 ‘총론’…간략하면서도 핵심 이론 빠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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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는 ‘총론’…간략하면서도 핵심 이론 빠짐 없어
  • 승인 2015.03.2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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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훈

조남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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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훈의 독서일기 <9> 程國彭「醫學心悟」

예전에 한의학 고전 原文을 보면, 왠지 공부하는 느낌이 들고 좋았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별 내용 없는 漢字로 된 구절에 취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별 내용이 없어도 한자로 써 놓으면 그럴싸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던 것 같다.

조 남 훈
원당경희한의원 원장
아마도, 지금 환자와 소통의 어려움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나온 책 중에 ‘한의학 탐사여행’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예전에 보던 책을 다시 보는데, 「醫學心悟」가 새롭게 보인다. 程國彭이 쓴 책으로 元淸代의 우리가 볼 수 있는 한의학 서적에서도 후대에 속하는 것이다. 그래서, 瘟病에 대한 기재도 있다. 또한 傷寒論을 중시하였고, 外科에 자세한 기재가 특이하다.

이 책의 백미는 권1에 해당하는 총론이다. 醫中百誤歌에서 小腹으로 이어지는 글은 오랜 임상에서 얻은 생각을 잘 정리한 듯하다. 권1만 읽어도 충분한 보상이 있는 책이다.

醫中百誤歌의 제목의 뜻은 의사가 행하는 백가지 오류이지만, 실제로는 의사의 잘못 22가지, 환자의 잘못 12가지, 보호자의 잘못 2가지, 약의 오류 5가지, 전탕의 오류 2가지로 번잡하게 분류했다.

그 중 의사의 잘못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의사가 가난한 환자에게 냉담한 것이다’라고 한 부분이다. 하지만 「萬病回春」의 내용이 간략하면서도 핵심을 잘 지적했다. 「萬病回春」 雲林暇筆 醫家十要, 病家十要를 보길 권한다.

治陰虛無上妙方에서는 침을 자주 삼켜 陰虛를 치료하라고 하였다. 침을 華池之水라 칭했다. 이 내용은 「東醫寶鑑」에도 잘 나오는데, 도교 영향이 많은 듯하다. 「東醫寶鑑」津液門 廻津法에 잘 나와 있다.

醫有徹始徹終之理에서는 類似症을 주의하라고 하였다. 그 중에는 火似水, 水似火, 金似木, 木似金, 虛似實, 實似虛 등이 있다. 그 중에서 특히 金似木, 木似金은 눈이 다른 서적에서는 보기 힘든 개념 같다.

火字解에서는 인체의 火에 대한 기재가 있다. 天火, 人火, 君火, 相火, 龍火, 雷火 등 이름이 많은데, 實火, 虛火로 보는 것이 실용적이다. 實火는 敵(도적)과 같이 물리치고, 虛火는 子(자식) 같이 잘 보살펴줘야 한다고 하였다.

醫門八法에는 論汗法, 論和法, 論下法, 論消法, 論吐法, 論淸法, 論溫法, 論補法의 8가지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 「東醫寶鑑」의 十八劑보다 간략한 것 같기도 하고, 吐, 汗, 下 門보다는 자세한 것 같다.

經腑論에서는 아주 특이한 이론을 제시한다. 經은 경로로 왔다갔다 할 수 있다. 하지만 腑는 그릇이기 때문에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 특히 위부로 들어가면 下法 밖에 쓸 수 없다고 한다.

◇의학심오
「傷寒論」의 “有太陽陽明, 有正陽陽明, 有少陽陽明”의 해석에 있어서는 陽明을 胃腑로 보고 陽明經으로 보지 않았다. 三陰病에서도 經에 있으면 發散시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腑에 들어가면 下法을 쓴다. 그래서 急下之症이 나온다.

「傷寒論」에서는 經과 腑에 대한 설명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후대 학자들이 經病과 腑病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하지만 太陽經病, 太陽腑病, 陽明經病, 陽明腑病 정도에서 나누고 나머지 經에서는 거의 부병이 나오지 않는다. 경병과 부병은 필자는 개인적으로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본다. 물론 정국팽처럼 胃腑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데 동의한다.

아무튼, 太陽陽明, 正陽陽明, 少陽陽明에 대해서 보다 명확한 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經病, 腑病을 너무 도식적으로 나눈 감이 있다. 그래서 이런 주장까지 한다. 三陰經은 胃腑와 더욱 가깝게 있어 三陰入腑한다고 하였다.

또한 직중삼음제증에서는 ‘직중은 처음에 양경으로부터 시작하여 전입한 것이 아니고 바로 삼음경에 들어온 것이다’라고 하였다. 기존의 중국에서 나온 「傷寒論」 관련 서적들에는 三陰病 寒化證, 熱化證의 해석을 直中하면 寒化證, 傳經하면 熱化證이 된다는 일관된 주장이 나온다.

「醫學心悟」에서도 기존의 해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直中, 傳經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차라리 寒化證, 熱化證을 체질적 소인과 연결하는 우리나라의 상한론 해석이 더욱 실용적이라고 하겠다.

虛勞에서는 ‘補氣法을 논할 때는 東垣을 으뜸으로 삼고, 補血法을 논할 때는 丹溪를 으뜸으로 한다’고 하였다. 또한 ‘陽虛는 補하기 쉬우나 陰虛는 치료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鼻에는 ‘鼻淵이 처음 생길 때는 寒으로 연유되는 경우가 많으나 오래되면 寒이 변화되어 熱이 된다’고 하였다.

「醫學心悟」는 간략한 책이지만, 한의학의 핵심 이론이 빠짐없이 기재되어 있어, 간편하게 들고 다니면서 언제든지 펴볼 수 있는 양방의 내과 매뉴얼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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