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71] 士大夫가 펴낸 부인소아 단방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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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71] 士大夫가 펴낸 부인소아 단방요법
  • 승인 2015.03.1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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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mjmedi@http://


「壽民錄」①


서발이 붙어 있지 않아 작성연대나 작자가 명확하지 않은 간이의방서로 병증별로 간단한 치료법을 모아 분류해 놓은 책이다. 표지서명은「普濟神方」으로 되어 있지만 중국 明代의 거대방서인「普濟方」과는 서명이 유사한 것 말고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 「수민록」

 

 

원작자가 밝혀져 있진 않으나 광곽과 판심을 그려 넣은 전용지에 활달하게 적어내린 필치에서 예사롭지 않은 책임을 직감하게 된다. 아마도 지체 높은 사대부가에서 맘먹고 작성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본문은 단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목차도 별도로 붙어 있지 않아 자세한 저작 동기나 편찬체제를 쉽사리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수록순서대로 부인문, 소아문, 온역문 등으로 거칠게 나뉘어져 있을 뿐인데, 그나마 명료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아 찾아보기에는 다소 불편하다.

차라리 무작위로 늘어선 각 병증항목을 찾아보는 것이 무난하며, 동일한 병증목 아래에는 圓圈을 두어 각각의 조문을 구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수록순서에 일정한 규율성은 찾아볼 수 없고 단지 흔히 접하거나 위급한 질환들을 우선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른 의방서들과 달리 부인문과 소아문을 서두에 먼저 끌어내어 싣고 이후에 일반적인 외감과 내상질환들을 열거하고 있는 것은 조선시대 부인과 소아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보호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의료시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상황임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부인문의 孕婦子懸으로부터 風丹, 連珠瘡, 黃疸까지 대략 230여 항목에 달하는 각 병증항목에 따라 그에 해당하는 치료법이 수재되어 있는데 주로 단방요법을 채록하여 나열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또 이 책의 끄트머리에는 부록으로 絶瘧方과 함께 雜方(物類相感), 物性相忌가 실려 있어 본문에 미처 다루지 못한 관련 사항을 보충해 놓았다.

부인문에는 孕婦子懸, 胎動漏血, 難産, 산후복통 등 주로 임신과 출산에 관련된 병증을 다루고 있다. 그 외 일반적인 여성 질환으로는 血崩과 부인소변불통만을 들고 있을 뿐인데, 당시 부인들에게 호발했던 질병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 몇 가지 예시를 들자면, 산후병이나 출산 후 복통에는 생강나무[生薑木 새양나모]를 달여서 먹는다고 하였는데 이 나무는 일명 兒孩木이라고도 부른다. 또 출산 뒤 끝에 설사가 난 경우에는 “흰쌀죽[白粥]을 끓여 다 익은 다음에 계란 흰자 2∼3개를 죽에 넣어서 마신다”고 하였다. 이렇듯 이 책의 내용들은 전반적으로 매우 실용적이고 간편한 방법들로 꾸며져 있다.

소아문에도 食傷, 吐瀉, 疳疾, 驚風, 胎丹 등 소아에게 자주 발생하는 질환들을 위주로 간단한 처치법들을 적어 놓았다. 소아가 음식을 잘못 먹어 부종이나 창만이 생길 때에는 “미꾸라지[鰍魚 머리]를 먹인다”고 하였고, 胎丹을 치료하는 데에는 “돌미나리[櫓芹]를 짓찧어 즙을 내고 여기에 꿀[生淸]을 타서 붙이면 좋다”고 적혀 있다.

단방이라고 해서 초근목피를 이용한 먹는 약방만 수록한 것이 아니다. 제법 다양한 외치법과 물리요법이 등장한다. 예컨대 孕婦子懸에는 牛糞灸를 하는데, 헝겊으로 싸서 임신부의 가슴에 올려두면 태아가 내려온다고 하였다.

또 산후에 태반이 미처 빠져나오지 않는 胎衣不下증에는 주둥이가 큰 옹기 병을 솥에 넣고 삶은 다음, 병 안의 물은 쏟아버리고 깨끗이 닦아서 병이 뜨겁게 달구어져 있을 때, 병의 입구를 산부의 배꼽에 대서 처치하는 방법도 있다.

일종의 간접구법인 셈인데, 이때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산부의 배에 병구가 밀착되게 붙잡아주면 배꼽 주위가 점차 단단하게 뭉치면서 뱃속에서 꼬르륵꼬르륵 물 빠지는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태반이 빠져나온다고 적혀있다. 실제 징험하지 않고서는 표현하기 어려운 내용이어서 이 책이 매우 실사구시적인 사조에서 기술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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