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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돈의 도서비평] 고전을 통해 본 ‘인간의 본성과 지혜’
도서 비평 |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
2015년 03월 05일 () 13:24:36 김진돈 mjmedi@mjmedi.com

혼돈의 역사에 놓인 개인이 어떻게 인생을 풀어가야 하는지 인생의 지혜를 말해준다. 춘추전국시대 백가쟁명이 해결하고자 했던 두 가지 문제, 제국과 인생문제 중 인생과 사람에 대해 화두로 꺼냈다.

이 책은 중국의 유가 경전인 「주역」과 「중용」으로 세상의 이치를 알아 다가올 어려움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를, 도가와 병가의 경전인「노자」와 「손자병법」으로 인간의 본성과 개인의 잠재된 힘을 이해하고, 위진 시대 지식인과 선종 조사들의 일화를 보면서 인생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중톈(易中天) 著
심규호 譯
중앙books 刊

익숙했던 고전을 재해석하고, 같은 주제로 다른 고전과 비교 분석하고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역사적 사건들을 새롭게 풀었다. 세계 역사의 큰 흐름에서 보면 개인은 미미하지만, 혼돈과 변화 속에 중요한 건 나 자신이고, 세상의 중심이 결국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깨달음을 보여준다.

주역은 축심시대(The Axial age)보다 훨씬 빠르다. 축심시대란 독일 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기원전 800년부터 기원전 200년까지 6백여 년을 인류 문명의 중대한 돌파시기라고 말한 때다. 당시에 세계적으로 각 민족의 위대한 정신적 스승이 출현해 세계 대문명의 표지가 됐다는 의미다.

주역이 알려주는 4가지는 우환의식, 이성적 태도, 변혁정신, 중용원칙이다. 과학과 종교는 무술(巫術)에 근원을 두고 있지만 서로 상반되고, 과학과 무술은 놀랄 정도로 유사한 부분이 있다.

세계의 변화는 규율을 가지고 있기에 인지할 수 있고 인류가 자연을 인식하고 규율을 파악하면 자연을 이용하며 개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통한다. 문제는 무술은 인류의 인식과정에서 일종의 시행착오단계라 할 수 있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원시시대의 인류는 점점 진정한 규율을 찾아내고 종합할 수 있었다. 무술이 생각하는 사물간의 관계나 연계는 나름대로 이치가 있기에 과학이 탄생한다. 과학은 무술에서 나왔기 때문에 무술은 ‘전과학’이라 하고, 과학이 생겨나기 전 원시무술은 과학전의 과학이지 거짓과학이 아니다.

서양의 경우는 무술이 점차 과학으로 변했으나, 중국의 경우는 「주역」에서 볼 수 있다시피 무술에서 철학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역경」은 무술 속의 철학이고 「역전」은 철학 속의 무술이다. 무술에서 철학으로 변한 것은 사상의 비약이자 이성의 승리다.

맹자는 배워야 할 성인으로 이윤과 공자를 꼽았다. 이윤(伊尹)은 성지임자(聖之任者) 즉, 성인 가운데 가장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고, 공자는 성지시자(聖之時者) 즉, 성인 가운데 세상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손자가 전쟁계획에서 가장 중히 여긴 것은 바로 ‘이(利)’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전 전쟁은 정의나 도덕을 앞세웠는데 그는 전쟁목적이 효용의 극대화였다. 노자가 강조한 배워야 할 것은 큰 강과 바다이다. 자세를 낮출수록 많은 것을 얻고 텅 비어야 물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장자는 절대적 자유를 추구했지만, 한비는 절대적 전제(專制)를 주장했다. 노자, 장자와 한비자도 無爲를 주장했다. 장자가 진짜 무위라면 한비는 가짜 무위이다.

有爲에서 無爲를 찾는 것은 묵자라면, 무위에서 유위를 찾는 것은 한비이고, 무위에서 무위를 찾는 것은 장자이다. 유위에서 무위를 찾는 것은 선종(禪宗)이다. 무위에서 무위를 찾는 장자와 유위에서 무위를 찾는 불교 선종 사이에 ‘위진 풍도’라는 연결 고리가 존재한다.

도가는 ‘眞’을 추구하고 유가는 ‘善’을 추구하며, 위진은 지혜를 숭상했고 ‘美’를 추구했다.

선종은 인간의 불법이고 지혜의 불법이고 자아의 불법이다. 지식은 사회에 속하고 지혜는 개인에게 속한다. 고로 지혜는 오직 깨달을 수밖에 없다. 불교의 근본은 각오(覺悟)이다.

중생이 원래부터 불성이 있는데 아집 때문에 미혹에 빠져 있다. 미혹에 빠지면 부처도 중생이고 깨달으면 중생도 부처로다.

황벽은 주로 때리는 것을 좋아하고 조주는 뜬금없는 말하기를 즐겼다. 선종은 기괴하다. 왜냐? 단도직입적으로 집(執)을 깨뜨리기 위함이다. 중생들은 왜 집에 사로잡히는가? 완고한 고집 때문이다.

‘공안’은 기봉(機鋒)과 관련이 있다. 선사가 학인을 깨우치려고 모종의 기연(機緣)을 잡고 모종의 기회를 이용해 적당한 시기에 마치 예리한 침을 놓듯 학인을 자극한다는 의미다.

선종이 부정한 것은 교조(敎條)이고 집착이며 긍정한 것은 자유이고 자아이다. 고로 집착하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말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무엇이든 가질 수 있다. 선종의 경계를 상징적으로 보인 게송이 있다.

종일토록 봄을 찾았으나 봄은 보지 못하고/짚신 다 닳도록 이산저산 구름 밟고 다녔네/돌아와 활짝 핀 매화 내음 맡으니/봄은 매화가지에 이미 무르익었네. //자, 그대는 봄빛(春光)을 보았는가?(값 2만원) 

김진돈 / 송파문인협회 명예회장, 시인, 송파구 가락2동 운제당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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