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70] 시대의 부산물, 국제시장판 애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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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70] 시대의 부산물, 국제시장판 애독서
  • 승인 2015.03.0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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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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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家庭要鑑」③


이 책에는 또 각종 생활용품을 스스로 만드는 법이 소개되어 있다. 화학공예품제조법에는 잉크, 세탁비누, 복사지, 씻는분, 고급향유, 齒磨粉, 파리약 등의 제조 방법이 들어 있다.

당시 신가정에서 많이 소용되던 생활필수품인 셈인데, 이중 씻는분(洗粉)이란 미용에 쓰이는 분말형태의 세제이다.

 

 

 

 

◇ 「가정요감」

 

 

제조원료로 白檀香, 滑石, 綠豆, 甘松, 白福, 白芷, 龍腦, 硼砂가 들어가는데, 구식제조법과 신식제조법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대중적인 생활용품이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한편 각국문자수, 朝鮮諺文, 영국국문, 數字, 米突法(미터법), 九九法, 각국도량형환산표 등 다양한 기초지식들을 늘어놓고 있어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한글 항목에는 母音, 子音, 반절, 重母音, 된ㅅ, 받힘 등으로 나누어 표기법을 표시했는데, 당시 아직 문맹률이 높아 문자지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적지 않았음을 감안한다면 반드시 필요한 교육자료라고 간주할 수 있겠다.

전통적으로 중요시했던 편지글투(最新時行尺牘)도 실려 있다.

하지만 이제는 순한문투에서 벗어나 한글로 된 원문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있다.

첫 번째 사례로 든 아들이 밖에 있어 부친께 드리는 편지의 내용 가운데서는 화려한 경성시내의 모습을 통해 변모된 나라 안의 도시풍경을 그리고 있어 도회지로의 진출을 꿈꾸는 시골청년의 동경심이 드러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다양한 사례를 들어 예시한 편지글투와 함께 전통예법에서 중요시하던 各黨 칭호, 가정의식과 서식, 제물도 등의 내용이 여전히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 아직 일반 대중의 생활관습이 하루아침에 바뀐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반해 연회석에서 알아둘 예법도 실려 있어 점차 사교 모임에 필요한 에티켓이 강조되고 있어 변화된 생활상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또 한 구석에는 ‘시환병이전염하지아니하는법’이 실려 있다.

내용인즉 전염병이 유행할 때 이를 방비하는 방법인데, 病人의 속옷을 장독대에 걸어두고 이슬을 맞힌다거나 쇠고기 3근을 굴뚝 속에 감추어 둔다거나 하는 방법이 실려 있어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사회전반이 서구화, 산업화되어가는 시점에서도 저변의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전근대적 요소가 잔존해 있었던 것이다.

이외에도 신수보는법, 길흉일과 일진을 가리는 방법, 각종 점치는 방법과 부적쓰는 법, 기타 택일법이나 궁합보는법, 解夢法, 解名法, 여러 가지 징조를 살피는 방법과 토정비결과 같은 비결서의 내용도 실려 있어 사회의 기저층에 처한 부류들은 아직도 俗信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었음을 볼 수 있어 흥미를 자아내게 해준다.

어떤 내용은 다소 황당하게 느껴진다.

사람을 알아보는 비결로부터 시작하여 웃는 소리로 여자의 善不善을 아는 법, 여자의 투기를 그치게 하는 법, 음행있는 여자를 교정하는 법, 병을 물리치는 모든 방법, 天干字病占, 地支字病占, 병을 물리치는 眞言과 부작 삼십장 등의 내용은 간구함이 지나쳐 오죽했으면 저런 방법에 기대었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차라리 애처롭다는 심정이 든다.

가장 압권이라 할 수 있는 내용은 권미에 실려 있는 관형찰색도이다.

‘九州八卦干支之圖’라는 제목 아래 ‘달달이남좌녀우로 기색을보는법’이란 부제가 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 전통적인 관상법이 시대변화에 맞춰 점차 남녀간의 사교와 교제에 구비해야할 필수지식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苦笑를 금할 수 없다.

피난민들이 오가던 국제시장 통에서 손쉽게 찾아보았음직한, 시대상을 반영한 부산물이라 하겠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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