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평양 방문기(中) - 안철호(전북 완주 농민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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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평양 방문기(中) - 안철호(전북 완주 농민한의원장)
  • 승인 2003.09.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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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1일(평양 삼일째) □□□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출발이다.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이다. 특히 액제 생산설비 때문에 말이다.
7시 50분에 연구소에 도착, 기술진은 설비시설의 조립과 시연을 위해 1층 생산시설이 설치된 곳으로 이동, 의료팀은 기존에 보낸 의료기기들의 사용설명을 위해 담당자들과 각각의 방으로 간다.

연구소는 총 300여명의 직원(과학자 130명, 교수박사 4명 포함)이 근무한다고 한다. 대단한 규모다. 식품안전성연구실, 영양기준화연구실, 젖대용품연구실, 어린이위생연구실, 영양프로그램개발연구실 등이 설치되어 있다. 고려영양연구실이 간판은 보이는데 방을 옮겼다고 하더니 끝내 설명이 없다. (이곳 과학자들이 고려의학의 특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닐지…)

■ 고려영양연구실은 어디로 옮겼나?

연구소 직원들이 보고 있는 책들을 보니 인쇄, 종이재질, 제본상태가 매우 조악하다. 우리 70년대 수준쯤 되는가 보다. 각 연구실마다 설치된 컴퓨터도 성능이 좀 떨어져 보인다. 연구소 홈페이지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지금 개발중이라고 한다.

기술진이 설비시설을 가동시키는 동안 나는 회의실에서 액제설비시설과 관련하여 고려약을 추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기존의 액제설비 혼합탱크에 한약 추출물을 넣을 수 있도록 하면 된다는 것이다.

고려약을 많이 활용하는 이곳의 특성을 반영하자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나의 기계적인 지식이 부족하므로 차후 방문할 한의사는 이 부분의 전문가를 파견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기술진은 거의 모든 업무를 마무리하였다. 문제는 설비기계의 운반과정에서 히터가 하나 고장났으며 장착된 히터 도 용량이 부족해 보인다고 한다. 보완작업은 차기 지원품에 보내거나 다음 방북팀에게 보내기로 했다. 전기쪽의 문제는 변압기를 조금 더 대용량으로 교체하면 된다고 한다.

올 11월 중순까지 연구소 부속시설로 ‘어린이영양증진센터’를 완공시키겠다고 한다. 이 부분은 우리측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그 기일까지 완공될지 의문이다. 영양증진센터는 입원실을 포함한 진료시설과 각종 제약시설이 만들어진다. 하루빨리 완공이 되어 북의 어린이들이 건강해지고 키도 쑥쑥 커서 통일의 굳은 밑거름이 되어지길 기대해 본다.

■ 전통 살아있는 옥류관 냉면

12시 40분. 옥류관.
건물은 마치 경주의 전통문화 시설에 들어가는 느낌이다. 초록색 기와지붕과 코앞에 흐르는 대동강물이 잘 어우러진 다. 우리가 안내된 2층에는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거나 대기중이다.

10여 년 전까지는 한끼에 5천명 분량을 공급했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시한 후로는 1만명 분량을 공급하게 되었단다.

여기는 100g, 200g, 300g, 400g으로 주문한다. 보통 200g이 표준인데 여성이나 양이 적은 남성들, 또 고기를 먹거나 하기 때문에 100g짜리도 준비한다. 합리적이다. 나는 300g짜리를 시켰다. 약간 배부르다 싶은 양이다. 기본 그릇에 100g짜리 조그만 그릇이 하나 더 딸려 나오는 식이다.

인공감미료나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졌는지 냉면 맛은 기대에 못 미치지만 전통적인 맛이 살아있는 느낌이다. 특히 꿩고기를 넣고 끓인 육수라는 점이 맘에 든다.

■ 침·구·부항, 전침기 지원 기대

오후 3시.
숙소인 고려호텔 2층 면담실에서 조선의학회 실무자를 만나기로 했다. 약속장소에 도착해서 10분쯤 기다리자 정봉 주 부회장과 병원설비 담당을 맡고 있는 의사선생이 나왔다.
1시간 정도 걸쳐 구역병원(우리로 보면 구, 군단위 병원)의 지원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초음파, 내시경, 기초적인 수술도구 등이 지원되 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고려의학 설비로는 침, 구, 부항셋트, 간단한 치료장비(전침치료기 등)가 지원되길 기대한다는 것이다.

구역병원은 평양시내에 모두 23개가 있다. 구역병원에 골고루 장비를 지원하기 위해 모두 23배수의 물품지원이 좋겠다는 뜻이다. 즉 침을 100박스씩 보낸다면 모두 2300박스를 보내는 식이다.


□□□ 8월 22일(평양 사일째) □□□

■ 뜨거운 교육열은 남북이 동일

9시 반에 모여 출발한다. 차창 밖을 보니 길가의 화단에서 풀을 뽑고 있는 아주머니들이 보인다. 마치 공공근로사 업이 진행되고 있는 느낌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에는 ‘금요로동’이라는 제도(?)가 있다.

뭔고 하니, 사무직 노동자들이 매주 금요일마다 현장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자율사업이라 한다. 이게 정말 잘 이루어지고 있다면 정말 대단한 사업이다. 계층간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사회를 보면 계층간의 질시와 반목이 국력을 소모시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금요로동의 현장을 체험해 보았으면 좋겠다.

10시. 우리는 인민대학습당에 도착했다. 이곳은 국가중앙도서관의 역할과 교육기능이 합쳐진 학습기관이다. 250여명의 전문강사가 배치되어 시민들의 학습을 돕는다. 열람실, 문답실(학습을 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이곳에 와서 질문을 하면 전문강사가 대답해 준다고 한다), 도서대출창구, 교육실 등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많다. 높은 교육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북의 대졸자 비율은 40% 정도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음악강의실에 가보니 음악CD와 카세트 테잎이 있고 듣고 싶은 음악을 헤드폰으로 들을 수 있게 자리마다 설치되어 있다. 한쪽 벽면에는 구형 레코드판이 가득 꽂혀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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