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67] 東醫情神으로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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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67] 東醫情神으로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라
  • 승인 2015.02.0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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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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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鑑要集」

지난 2013년 산청전통의약엑스포에 영문판 동의보감이 첫 선을 보이고 2014년에 이루어진 ‘의성허준저작집’ 발행을 정점으로 다채로웠던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 사업을 모두 마무리하고 이제는 지난 수년간에 걸쳐 진행되었던 사업성과를 갈무리하는 동의보감 기념사업 백서 편찬의 마무리를 목전에 앞두고 있다.

많은 분들의 뇌리에 감동으로 남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나 동의보감 간행 400주년 기념의 해 등등 수많은 일들을 치러왔지만 아직도 마음 속 한편에는 미처 손이 닿지 못했던 일들이 떠올라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 「보감요집」
올해는 또 의성 허준 선생이 서거하신지 400주년이 되는 해이어서 더욱더 뜻 깊은 한해가 되어야 할 터인데 신년 벽두부터 의권 투쟁에 분주하다보니 눈길이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불편한 속내를 다잡고 心機一轉 한다는 뜻으로「동의보감」에서 병증문목에 수록된 대표적인 주요 처방만을 발췌 선록한 조선 후기필사의서 1종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비록 책의 크기는 작지만 만만치 않은 분량을 실끈으로 단단하게 묶어 불룩하게 배를 내민 모습이 마치 신형편에 앞서 실려 있는 신형장부도의 옆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서문은 따로 실어 놓지 않았으나 권두에 각 병문별로 정선한 처방목차가 있고 뒤이어 내경편, 외형편, 잡병편으로 구분하여 병증문목 목차가 별도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전서는 乾坤 2책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 장을 펼치자마자 시작 부분에 신형장부도 略畵 속의 오뚝이 마냥 앉아 결코 쓰러지지 않을 不倒翁이 투박한 솜씨로 그려져 있어 책을 펼쳐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웃음을 머금게 해준다.

건편에는 내경편의 정기신혈문으로부터 외형편의 전음, 후음문에 들어 있는 주요 방제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곤편에는 잡병편의 풍문으로부터 부인, 소아, 괴질, 잡방까지 다양한 내용이 수재되어 있다. 다만 본문에는 일관되게 이론이나 설명은 전혀 없이 약방만을 차례대로 수록한 것이 또한 이 책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 권미에는 몇 가지 내용들이 부록으로 곁들여져 있는데, 種痘方과 別方草窓集이 바로 그것이다. 대개 한국본 의서에 주목하여 이 글을 읽어온 독자들이라면 이미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종두방은 조선 후기에 널리 활용된 박진희의 「두창경험방」가운데 약처방과 적응증만을 간략하게 선록한 것이고 別方草窓集은 역시 윤동리가 지은 「초창결」에 등장하는 처방을 발췌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본문을 마치고서도 아직 미진한 점이 있었던지 다소간의 처방을 부록편으로 실어 놓았다. 桂香丹, 通隔丸 같은 환산제나 大風瘡에 쓰는 燻鼻方, 燻口方, 保命丹, 銀蟾散 등이 그것인데, 대개 수은이나 信石, 웅황, 흑연, 輕粉 같은 중금속제재가 주재라서 이제는 써보기가 힘들 것이다.

특히 보명단 조항 아래에는 ‘此方倭人所傳’이라는 문구가 추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일본에서 전래한 서적에서 차용했거나 도래한 왜인에게서 전해들은 土疾 즉, 풍토병 치료처방으로 보인다.

또 癰疽解毒方에는 산야에서 구할 수 있는 갖가지 천연목 재료가 들어간다. 예컨대 海桐木 엄나무, 小太木 소태(ㅌ+아래아+ㅣ)나무, 穗穗竹根 수수뙤(ㅅㄷ+아래아+ㅣ)뿌(ㅅ부)리, 木麥藁 몌물집, 위의 4가지 약재를 불에 태워 타고 남은 재를 물에 풀어 따뜻하게 덥힌 약물에 종기가 난 곳을 5~6일 동안 담가 두는 방법이다.

크기에 상관없이 모든 옹저를 해독한다하였고 가라앉은 뒤에는 松津과 黃蠟, 亂髮灰로 제조한 松脂膏를 붙이면 새살이 돋는다고 하였다. 그 뒤에는 小兒驚風神方, 活龍散, 萬靈丹, 辟穀方, 烏鬚仙方 등이 기재되어 있는데, 어수선한 한의계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해묵은 종기를 씻어내 새살을 돋게 해줄 만령단 같은 해법을 찾아야 한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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