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65] 天下萬物에는 각자 이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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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65] 天下萬物에는 각자 이름이 있다
  • 승인 2015.01.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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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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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物名括」①
◇ 「물명괄」
사람마다 개성이 있고 취향이 다르듯이 세상의 모든 물건에도 각기 저마다의 특성이 있고 효용이 다르다. 이들을 모두 낱낱이 구별해서 적재적소에 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물의 다양한 특성을 이름하나에 죄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하나하나에 모두 다른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서로 다른 면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가 생활 주변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만사만물의 이름을 드러내고 우리말 이름을 함께 적어놓은 작은 목록집이 있다. 이름 하여 「물명괄」이란 책이다. 필사본 1책으로 상하 2권으로 나눠져 있다.

선장본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의 표지 한켠에는 ‘慶尙道內各邑去三月朔市直成冊’이란 공문서철의 제목이 적혀 있어 지방 관아의 하급관료를 지낸 사대부나 관원이 표지를 재활용하여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도 1800년대 후반에 어느 지방의 관아에서 공물수납이나 물물교역을 위한 참고서로 작성하지 않았나 싶다.

표지에는 「物名錄」이라 되어 있고 목록과 본문에서는 ‘物名括’이란 제목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고의서로는 아주 오래 전에 柳僖(1773∼1837)가 지은 「物名攷」를 소개한 적이 있다.(제32회, 지상 만물을 보는 새로운 시각 - 「物名考」, 2000년 5월 22일자 참조) 또 다산의 둘째 아들 丁學游(1786∼1855)가 지은 「詩名多識」도 넓게 보아 이러한 범주에 속한다.(526∼528회, 2012년 3월)

이러한 물명류 저작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당대 지식사회에 고증학이 성행하고 박물학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른 것으로 당시에 유통되었던 산물과 물명의 변천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되기에 한의학 뿐 만 아니라 국어학이나 생활사, 혹은 고대식생을 연구하는 분야에서 다방면에 걸쳐 학술적으로 참고가치가 매우 크다.

물명은 여러 가지 부류에 따라 구분되어 있는데, 분류에 따라 저자의 관심사가 어느 분야에 집중되어 있는지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우선 草木類, 鳥獸類, 蟲魚類 순으로 기재해 놓았는데, 이것들이 전통사회에서 가장 생존을 위한 먹거리가 되고 농업이나 축산과 같은 생산 활동의 대상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다음으론 宮室類, 舟車類, 服食類, 耕織類, 工匠類 등의 순으로 수록한 것은 이러한 것들이 주로 의식주에 관계되는 내용이어서 실생활과 가장 밀접하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또 이와 함께 供奉類, 文武類, 戱俗類, 身體類, 事情類, 親屬類, 雜人類, 漁獵類, 雜事類, 雜物類 등 총18가지 부류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상적인 향촌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것들은 대충 모두 망라되어 있다. 이중 의약과 관련성이 많기로는 초목류와 복식류, 신체류, 잡물류 등을 꼽을 수 있다.

예컨대 초목류에는 참외(과), 호박(南瓜), 동화(冬瓜), 당근(胡蘿蔔), 배추(白菜), 갓(芥菜), 아욱(冬葵), 고추(番椒) 등 식재료들을 위시하여 燈心草, 茺蔚子, 萹蓄, 浦公英, 車前, 木賊, 覆盆子, 側柏, 桔梗 등과 같은 약재로 쓰이는 식물도 많이 들어 있다. 또 어떤 것들은 한 가지 사물에 대해 여러 가지 異名들이 함께 정리되어 있다.

예를 들면 ‘布穀 벅국이’는 다른 이름으로 採藥吏란 별명이 있다. 나물이자 식치에 사용되는 머위는 역시 白菜 혹은 千金菜라고도 불린다. 턱수염이 멋진 염소(원문 羊)에겐 髥鬚參軍이란 멋진 이름이 붙여져 있다.

특히 이들의 鄕名은 모두가 순우리말 발음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다소 생경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상당히 익숙한 이름들이 고어로 표기되어 있어 한결 친밀감이 든다.

예컨대 鳥獸蟲魚류 가운데, 田螺는 우령이, 壁鏡은 낙거믜, 八稍魚는 낙졔, 梟 옷바미, 乳牛 암쇼, 獅子狗 터펄, 蟑螂 박휘 등으로 열거되어 있어 매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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