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사용③]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오해와 그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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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사용③]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오해와 그 해답
  • 승인 2015.01.1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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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호

김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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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기고-경희대한방병원 김현호 박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하여’③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이 최근 의료계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진단생기능의학과에서 전임의로 있는 김현호 박사가 이 문제와 관련 긴급기고를 했다. 민족의학신문은 4차례로 나눠 글을 싣는다. <편집자주>

<의료기기 사용에 대하여>
①의료기기란 무엇인가
②의료기기 사용의 법적 근거와 임상적 당위성
③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오해와 그 해답
④한의사, 한의계가 해야 할 일 / 한의약의 재도약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오해와 그 해답

◇김현호 박사

앞서 말한 법적 근거와 임상적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하여 양의사들은 다양한 우려를 하고 있으며, 비난에 가까운 오해를 쏟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이러한 오해가 발생하는지 알아보고, 이러한 오해를 현명하게 종식시키고 한의사와 한의학의 입장을 확고히 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단’이라는 행위가 가진 본질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의료행위는 정보수집(사진) - 정보통합(변증) - 의사결정(치법) - 중재행위(방약)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정보통합이다. 의사의 사진행위 혹은 의료기기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통합하는 것이 바로 변증 혹은 진단의 행위이고, 이것이 완료되면 그 뒤의 치법과 방약은 자연히 이어지는 것이 의료의 논리 전개이다. 한의사의 의료기기사용에 관한 몰가치한 질문들은 대부분 정보수집과 정보통합을 혼동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의료기기는 측정치 보여줄 뿐
진단하지 않는다


의료기기는 측정기기이다. 단순한 과정일 수도 있고, 매우 복잡한 공학적 과정을 거쳐 측정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반드시 그 다음에는 이 정보를 고도로 통합하는 ‘의사’라는 의료인의 ‘판단’이 수행되며, 이를 통해 내려진 결정, 즉 질병의 참값에 최대한 근접시키려는 이 노력이 바로 ‘한의학의 변증’이며 ‘양의학의 진단’이다. 의료기기가 진단을 내린다, 또는 진단만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의료인 스스로의 전문가적 가치를 폄하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다.

만일 그렇다면 이미 현대의 의료는 IBM의 Watson이라는 인공지능에 의해 이미 재정의 되었을 것이다. 의료기기는 진단해주지 않는다. 측정치를 보여줄 뿐이며, 그나마 ‘높은’ 가능성을 ‘제안’할 뿐이다. 최종적인 결정은 언제나 의사가 하는 것이며 그 결정의 근거로 한두개의 의료기기‘만’을 사용하지 않는다. 한의사는 의료기기의 측정 결과만을 보고 ‘기혈’을 말하고 ‘담음’을 말하지 않는다.

다양한 정보-가능성 갖고 치료
더욱 환자 친화적인 진료 가능


우리가 동의보감을 존중하고 참고하되 그 안의 글자 하나하나, 내용 하나하나까지 믿고있지는 않다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한의사는 예전과 같이 환자를 진찰하고, 판단하고, 한방의료행위를 통해 치료할 것이다. 다만 환자를 제대로 판단하고, 오류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정보가 필요하고, 의료기기는 그 정보를 주는 기기일 뿐이다. 부디 의료인이라면 자신의 행위가 어떤 프로세스를 통해 진행되는지, 정말 그것의 본질을 알고 있는지 한번쯤은 자성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진단’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의료계에서 쏟아지는 다음과 같은 일부 우문에 대한 현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의사들은 의료기기에 관한 교육이 없다’라는 것은 사실에 대한 완벽한 왜곡이다. 한의대의 정규 과정에는 ‘진단검사의학’과 ‘방사선학’, ‘조직학’이 있으며, 이를 이용할 ‘양방진단학’을 배운다. 당연히 ‘해부학’은 기본이며 ‘양방생리학’과 ‘양방병리학’ 역시 기본 과목에 속해있다. 또한 의료기기에 관한 저변을 넓히고, 다양한 비침습적 생체 신호를 통합적으로 판단하여 한의진료에 활용하기 위한 ‘생기능의학’이 ‘한방진단학’에 속하여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둘째, ‘의료기기로 기혈을 보고 어혈을 보려고 하느냐. 혈액 검사로, 영상 검사로 그러한 것들을 보는 것은 사기다’라는 지적이 있다. 이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의료기기 중에서 한의학의 복잡한 증 개념인 ‘기혈’ 또는 ‘음양’, ‘어혈’, ‘담음’ 등을 직접 보여주고 검출해내는 기기는 없다. 따라서 한의사가 그러한 것을 직접 보려고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은 정보의 수집이라는 ‘측정’ 과정과 정보의 통합이라는 ‘진단’과정에 대한 몰이해를 여실히 보여준다.

셋째, ‘한의학과 (양)의학은 그 원리가 다르니 현대의료기기를 가져가서 뭘 어쩌자는 것인가? 의사흉내를 내려는 것인가?’라는 질문 역시 두 번째 질문처럼 측정과 평가, 그리고 진단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발생하는 질문이다. 또한, 의료기기는 현대의학적 원리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명제도 잘못되었다. 의료기기는 과학과 공학적 원리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의료를 위해 사용될 뿐이다.
그리고 의료의 역사를 보았을 때, 관찰 도구와 측정 기기의 발달이 의학의 방향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상식에 가까운 사실이다. ‘의료기기와 한의학의 연관성 연구가 선행되었는가?’라는 질문도 제기되었는데, 의료기기 사용이 자유로운 중국과 일본의 연구결과에서 수없이 많은 연관성 결론을 찾을 수 있다.

넷째, ‘의료기기를 이용해서 진단을 한다고 하자, 골절이, 세균감염이, 급성신부전 등이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있다. 이러한 질문은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완벽한 몰이해를 보여준다. 골절이 미세하고 거동이 가능하다고 정보가 종합되면 한의학의 특기인 비침습적 보존적 치료를 할 것이고, 보존적 치료가 불가능한 골절이 나오면 당연히 정형외과 혹은 상급의료기관으로 보낼 것이다. 세균 감염의 증거가 보이거나 급성신부전이 의심되면, 당연히 전원하거나 급히 컨설트를 하여 환자에게 최상의 의료를 제공할 것이다.’ 1차 의료기관인 의원에서 급성신부전을, 패혈증을, 급성심근경색을, 뇌졸중을 다룰 수 있는가? 그건 한의학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전달체계의 본질이다. 1차의료기관인 의원과 한의원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하지 못하는 일을 구분하여 그 이후에 환자가 제대로 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히려, 2015년까지 한국에서는 불합리한 차별 속에서 한의사가 이 일을 충실히 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 놀라운 사실이다. 의료기기를 사용할 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의심 되는 질병을 적극적으로 배제진단하지 못하고 방어적, 소극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으며, 한의학이 훨씬 효과적인 질환에 대해서도 병의원을 다녀와야만 하는 시간적 경제적 수고가 환자에게는 부담으로 가해졌으며, 그러한 과정 중에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질환이 진행되는 경우들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것인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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