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호 칼럼]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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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칼럼]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자
  • 승인 2015.01.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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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한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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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 창 호
동국대 한의대 교수
본과 3학년 때로 기억한다. 15년 전 어느 날 일이다. 새 학기가 시작하고 2주가 지나도 진단방사선과 수업에 교수님이 아무도 오지 않으셨다. 우리는 학교 측에 항의를 했고, 억지로 의과대학병원 진단방사선과 주임교수님이 수업시간에 들어오셨다.

그런데 수업은 진행하지 않고 자신이 강의하고 싶어도 만일 수업을 하면 학회에서 제명된다고 하면서, 수업을 진행할 수 없는 이유를 늘어놓으며 이해를 구했다. 난 당시 그 교수님께 ‘5년 전 한의대에 입학할 때 우리의 커리큘럼이 요람에 나와 있는데, 지금 가르칠 수 없다면 이 대학은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는 이야기인가? 무엇을 이해해 달라는 말인가? 커리큘럼에 있는 대로 가르쳐달라. 달리 이해할 무엇이 있는가?’를 거칠게 항의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같은 학년에 수업이 진행되었던 임상병리학 수업은 첫 시간부터 별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당시 이 과목의 교수님은 “사실 이 강의를 하지 말라는 압력이 많이 있다. 하지만 교수가 어떻게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난 교수로서의 책무 때문에 다소 불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수업을 진행한다”고 말씀하셨고 우리들은 커다란 박수를 쳤던 기억이 있다. 누가 더 훌륭한 교육자인가? 누가 더 훌륭한 의사인가?

2015년 새해가 밝았다.
한양방 의료계에는 해묵은 난제가 많이 있다. 어느 때고 크고 작은 충돌이 있어 왔다. 하지만 올해는 좀 큰 파도가 일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된 일전은 벌써부터 심상치 않다.
이미 지난해 말 참의료실천연합회에서 제소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한방의료기관 혹은 한의사가 혈액검사를 의뢰하거나, 혈액검사기기나 초음파진단기기를 구입하거나 사용하려고 할 때 의사단체(전국의사총연합, 대한의협 등)에서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 6일 대한한의사협회는 긴급 전국이사회를 소집하였고, 이미 한의협 집행부는 ‘올해는 본격적인 싸움이 전개될 것’임을 신문이나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분위기를 알리고 있다. 12일에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관련 협회장 담화문에서 ‘총력을 모아 달라. 입법 행정 사법의 모든 영역에 조금이라도 힘을 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힘을 쓰고, 언론과 각종 여론이 우리 편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노력을 함께 해 달라’고 호소하면서 ‘격랑을 헤쳐 나갈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결정적인 계기를 반드시 만들자. 앞장서겠다. 모든 투쟁의 방법을 고려하겠다’고 결의를 보이고 있다.

한의계를 둘러싼 많은 난제가 있고, 일전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는 바 다소 우려스러움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싸움은 이미 피해가기 힘들게 되어가고 있다.
한의과대학 교육과정에 관심이 많이 있고, 대학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볼 때 한의과대학에서 교수되고 있는 교과목과 강의내용을 보면 당연히 진단검사와 의료기기 사용이 허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이익집단의 이해관계의 충돌, 즉 업권의 문제로 이해하는 것은 너무 편협한 생각이다. 한의사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의학 및 의료시장의 발전이라는 커다란 틀에서 보아야 한다.

한 두 사람의 돈벌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가진 지식과 자원, 그리고 미래의 가치와 효용 등을 고려하여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큰 판을 짜야한다. 이익집단의 의견뿐 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합의와 공감을 얻는 방향으로 해석되고 변화해야 한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한다. 어떻게 우리사회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만들어갈지를.

의료기기에는 한방과 양방이 따로 없다. 진단이든 치료든 어떠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어떠한 의료기기도 한의사의료기기와 양의사의료기기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의료기기의 허가 시 한방과 양방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그저 기기는 도구일 뿐이다. 도구를 효용에 맞게 사용하는 것은 인간의 속성이다. 한의사가 쓰면 한의사의 도구이고, 한의사에게 필요하게 사용하는데 있는 도구를 왜 쓰지 못한다는 것인가?

전임상시험으로 진행하는 동물실험에도 한방임상시험과 양방임상시험이 따로 없다. 그저 의약품임상시험과 의료기기임상시험이 있을 따름이다. 실험동물에게 한약이나 한약제제를 먹이면 한방임상시험 혹은 한방의약품임상시험이 되는 것이고, 한의학적 원리를 이용하여 진단이나 치료 목적으로 기기를 개발하면 한방 의료기기 임상시험이 되고, 개발된 장비는 의료기기로 승인 받은 후 한의사들이 사용하면 된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도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용도에 추가하면 된다. 적응범위를 확대하면 된다. 한의사들이 쓸 수 있는 범위가 있다면 기존의 도구를 쓰지 못할 이유가 없다.

사실 한의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여왔고 건강보험에서 급여하고 있는 경락기능검사기기인 메리디안기기도 의사인 Voll이 처음 고안한 EAV(Eletro-acupuncture by Voll)를 개량하여 개발하게 된 것이다. 독일의 의사가 만든 기기를 한국에서 한의사들이 많이 사용하면서 한방의료기기로 불리는 것이다.

2013년말 한의사가 안압측정기를 사용하는 것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고, 지난해 11월 케이스파트너스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88.2%가 한의사의 의료기기사용을 찬성한다고 발표하였듯 국민들은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을 찬성하거나 당연하게 여긴다.

새해를 맞았다.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국민은 대상이 아니라 이 나라의 주인이며, 국가는 곧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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