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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학과 경혈학 융합연구…전통과 현대 간극 극복”
해외 젊은 연구자 인터뷰-존스홉킨스 의과대학 방문연구원 이태형 박사
2015년 01월 16일 () 10:26:19 홍창희 기자 chhong@mjmedi.com
 
   
◇이태형 박사는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방문연구자로서, 마타 한슨 교수와 함께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의사학과 경혈학의 융합연구.’
최근 고전 의서의 지식체계를 현대적인 데이터 마이닝 기법으로 재현한 연구논문이 SCI급 국제저널인 eCAM(Evidence-Based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Impact Factor 2.175)에 게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희대 한의대 채윤병 교수 연구팀은 동의보감 내경편의 침구법을 데이터 마이닝 기법을 활용해 분석함으로써 동의보감에 내재한 한의학 지식체계를 현대적 방식으로 구현해냈다. 이 논문을 함께 작업한 이태형 박사(존스홉킨스 의과대학 방문연구자)로부터 연구의 의미와 미국 내 한의학과 관련한 연구 트렌드를 들었다. 이 박사는 2013년부터 경희대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에서 채 교수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존스홉킨스 대학 의사학 교실에서 마타 한슨 교수와 함께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동의보감 데이터마이닝 기법 연구 논문 eCAM 게재
한의학의 흐름, 美 의사학계도 흥미 있는 주제 인식



▶미국에서 연구가 활발하다고 들었다.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동의보감과 같은 고전 의서에 담겨져 있는 전통의학의 지식체계를 현대에 활용할 수 있도록 분석 및 구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 20세기 후반 이루어졌던 한의학의 현대화 과정을 의사학 연구방법을 통해 고찰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의사학과 경혈학 간의 융합 연구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경혈학 교실 소속인 채윤병 교수께서 이전부터 한의 고전 문헌에 대한 고찰과 현대 과학적 연구를 연계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본인도 의사학 전공자로서 적극적으로 연구에 대한 의견을 말씀드릴 수 있었다.
후자의 경우는 본래 박사 학위 때 진행했던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계속되고 있다. 박사 학위 논문의 제목은 <해방 이후 한의학 현대화 논쟁 연구>이다. 현재는 1951년 이후 한국의 국가의료체계 내에서의 한의학 현대화 과정에 대한 연구를 마타 한슨 교수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사실 채윤병 교수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한의학 현대화 과정에 대한 의사학 연구와도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해방 이후 한의학계가 당면했던 한의학의 과학화, 표준화, 객관화 요구 속에 이루어졌던 한의학의 현대화 과정을 고찰하며, 그 흐름 속에 이분법적으로 존재해 왔던 전통과 현대의 간극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의 임상의 근거로서 활용되어 왔던 의서의 전통적 지식체계가 현대적 임상 근거를 창출하고자 하는 과학적 연구 방식과 반드시 배타적 관계일 필요는 없으며, 상호 협조를 통해 한의계 내에 발전적 논의를 이끌어 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통해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미국에서 보는 한의학에 대한 시각, 태도는 어떤가.
현재 존스홉킨스 의사학교실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한의학의 임상의학적 가치보다는 사학 및 인류학, 사회학 등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연구 대상으로서의 한의학에 대한 시각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한의학은 매우 흥미로운 연구주제로 평가된다. 먼저 관심을 받는 측면은 서양의학사와의 비교이다. 서양고대의학사에 대한 강의를 청강하면서 고대 의학의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서양과 동양의 의학 간에 유사한 측면이 존재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양자 간의 비교는 수업 중에도 토론 주제 가운데 하나로 비중 있게 다뤄지기도 했다.
근대 이후로 의학이 변화해 가면서 서양의학과 동양의학 간에 생겨난 차이 또한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20세기 이후 한의학의 역사는 전통과 근대가 직접적으로 충돌한 지점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현대에도 계속해서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사안들과 얽혀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에서도 한의학은 의사학 전공자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연구 주제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발표한 논문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린다.
이번에 eCAM을 통해 발표한 논문은 채윤병 교수, 정원모 연구원 등과 함께 2013년부터 진행했던 연구의 결과물이다. 동의보감 매 문(門) 말미에 수록되어 있는 침구법의 선혈 원리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침구법에 기재된 경혈들과 이들이 치료 대상으로 하는 동의보감 내의 변증요소 간의 관련성을 분석할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사실 침구 치료를 할 때 어떤 근거를 통해 선혈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데, 우선적으로 동의보감에서 염두에 두었던 선혈의 방식을 현대적으로 설명해 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데이터마이닝 기법을 활용해 분석했다고 하는데 독자들 이해를 돕기 위해 연구방법을 설명해달라.
데이터 마이닝 기법은 기본적으로 데이터베이스의 안에 숨겨진 패턴 및 관계를 발견해 유용한 정보를 추출해 내고 의사 결정에 이용하는 과정을 말한다. 저희가 동의보감이라는 데이터베이스 안에서 발견하고자 했던 것은 경혈과 각 경혈이 치료하는 변증요소 간의 관계였다. 이러한 관계에 대한 분석을 통해 각 경혈의 혈성을 변증요소들을 통해 표현해 낼 수 있었고, 반대로 각 변증요소에 가장 적합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경혈을 추출할 수도 있었다.
이러한 관계를 밝혀낼 필요성은 동의보감이라는 의서가 가진 특수성 때문에 제기됐다. 동의보감의 침구법은 중국의 다른 의서들과는 다르게 오장 및 정기신과 같은 변증을 토대로 구성돼 있으며, 이후 허임의 「침구경험방」, 사암도인의 「사암도인침구요결」 등으로 이어져 한국의 독특한 침법을 형성하게 했다는 선행연구가 있었기에 이와 같은 연구를 구상할 수 있었다.

▶경락경혈 측면과 의사학적 측면에서 관심사가 다를 수 있는데. 의사학적 측면에서 이번 연구의 의의를 뭐라고 보면 좋겠나.
사실 이번 연구는 경혈학적 측면과 의사학적 측면의 관심사에 공통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제가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지내면서 알게 되었던 것 가운데 하나는 경혈학 분야에서도 침구 기전을 밝히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해부생리학적 연구, 뇌 연구, 플라시보 연구, 역학적 연구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로 의사학적 연구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의서에 기록되어 있는 전통적 침구 기전에 대한 고찰이 다양한 방식의 현대적 연구와 연결되는 것이 가능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학적 측면에서는 의사학 연구방법을 통해 밝혀 온 한국의 독특한 침구법의 특성을 현대적 방식으로 표현해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이번 연구 결과가 기존 동의보감에 대한 전통적 이해 방식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고전의서 연구와 현대 임상 활용의 상관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사실 한국에서는 다수의 한의사들이 여전히 고전의서를 임상에서 활용하고 있다. 의서는 한의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을 말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현대 임상연구에서 고전의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협소하다. 과학적 연구를 진행하는데 있어 고전의서의 내용을 반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측면이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의학이라는 분야에서 ‘과학’이라는 개념이 가지는 의미가 점차 확장되어 왔고, 더불어 한의학의 학문적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연구 방법 또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전의서에 담긴 한의학의 특성을 현대 임상연구와 어떻게 매개하느냐에 따라 한의학의 현대적 의의가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해를 맞은 소감과 한의계의 내일과 관련 한마디 해달라.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연구자인데, 이렇게 인터뷰 기회를 제공해 준 민족의학신문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세기 후반 한의학 현대화 과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현재 한의계 내부에 존재하는 논쟁이 당시에도 거의 유사하게 진행되었던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 현재 한의계는 과거의 논의 구조를 벗어날 수 있는 급격한 변화의 시점에 놓여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와 같은 변화의 시점에서 올 2015년, 한의계가 과거의 논쟁을 극복하고, 능동적인 발전 노력을 통해 새롭게 도약할 수 있기를 마음 깊이 희망한다.
홍창희 기자 chhong@mjmedi.com


이태형 박사는?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 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의사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희대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 소속 연구원으로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의사학교실과의 공동연구협약을 통해 현재 존스홉킨스 의대에서 방문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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