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평양 방문기(上) - 안철호(전북 완주 농민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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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평양 방문기(上) - 안철호(전북 완주 농민한의원장)
  • 승인 2003.09.0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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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는 지난 8월 18~24일 4차 방북을 다녀왔다. 다음은 방북에 참여했던 안철호(전북 농민한의원)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회원이 북한을 방문하고 느낀바를 적은 것이다.


4개월만에 성사된 방북

사스(SARS)로 미뤄졌던 방북이 4개월만에 이뤄졌다.
우리 일행은 총 10명(남북어린이어깨동무 2명,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8명)으로 구성되었다. 의약품지원본부는 3명의 기술진(송방원, 안종문, 김인수)과 5명의 보건의료인으로 구성되었다. 구성원은 내과의사(백재중/국립의료원), 소아과의사(김현숙/원진병원), 치과의사(고병년/건치), 약사(김진숙/지원본부사무국장/건약)선생과 필자 등이다.
인천발 북경행 아시아나항공편으로 북경공항을 경유 평양으로 들어가는 일정이다.


■ 8월 19일 (평양 첫날) ■

까다로운 위생검역

북경 공항으로 나가 평양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탑승수속을 한다. 아직도 SARS의 영향이 있는지 모든 사람들이 검역검사표(단순한 설문지에 불과하지만)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북경 공항은 어제나 오늘이나 몹시 북적거린다.
11시 20분, 10분 뒤면 출발할 북경발 평양행 고려항공 여객기가 눈앞에 보인다. 아, 내가 이 비행기를 타게 되다니…
여객기에 오르자 입구에서 여 승무원들의 환영인사가 반갑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라는 우리말의 반가움도 더해진다.
어느새 “우리는 방금 압록강을 지났습니다”라는 승무원의 안내방송이 나온다.
오후 2시 10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안에서 위생검역을 위한 체온측정이 실시된다. 전염병에 민감한 북측의 신중한 태도인가?
비행기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공항건물 앞에 도착했다. 안내원 선생 둘이 나와 우리를 맞이한다. 박히철(38세), 현준일(34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보통문’ 4거리를 좌회전으로 돌아 창광거리(우리 서울의명동거리라고 생각하면 된다)에 있는 고려호텔이 우리 숙소다. 숙소에 도착한 후, 방을 배정받았다. (여기서도 나의 룸메이트는 고병년 선생이다.)
민화협 측에서 준비한 만찬을 하면서 사업일정 등을 서로 협의했다.


■ 8월 20일 (평양 이틀째) ■

남측기증설비 설치

새벽 6시 30분. 정확하게 모닝콜 벨이 울린다.
오늘 오전부터 우리의 공식 일정인 어린이 영양관리연구소방문을 하려 했으나 사정상 오후로 미뤄지고 오전 일정을 만경대, 주체탑 관람으로 대신했다.
오후 3시,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에 도착했다.
회의실에서 백천석 소장의 영접을 받았다. 그에 의하면 ‘어깨동무’와 ‘지원본부’의 지원물품들을 잘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기계들의 설치를 위해 우리를 기다렸다고 한다. 곧바로 장비확인을 위해 보관장소로 이동했다.
제약설비들은 어린이영양증진센터가 완공되면 그곳에서 생산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직 건물이 완공되려면 3개월은 더 있어야 한단다.
따라서 우리 기술진은 이번에 기계의 설치와 시험가동만 하고 연구소 직원들에게 기술이전을 하는 것이 임무다.
또 한약 환제 설비는 한의사인 내 업무였으나 13차 북송물품 전체가 담당기관의 변동(우리측 담당기관이 원래 민 경련에서 민화협으로 바뀌었다)으로 혼선이 있었다고 한다.
약품 원료 등 소모품은 이미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하여 확인만 하기로 하고 환제 설비는 원래 목적지인 연구소에 되찾아 놓도록 요구하였고 그러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차후 청한측에서 다시 방문하여 마무리해야 할 사업으로 남게 된 것이다.

‘제환기 찾아놓으시오’

기존에 지원한 정제설비가 가동되는 모습을 보았다. 타정기에서 비타민제 생산이 한창이다.
그러나 이 정제설비 중에서 소모품(싸락기, 정제기 등에 사용하는 체)이 망실되었다고 한다. 소모품의 여유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체 설비시설들을 둘러보고 영양증진센터 건축현황을 설명 듣고 마무리 회의에 들어갔다.
내일 일정은 우선 액제 설비시설을 설치하고 시험 가동하면서 그쪽 기술진에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결정지었다. 전기시설의 문제점은 내일 실제적인 장비검사를 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수리 또는 재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기술진 세 분은 생산설비 시설들을 둘러보며 설치장소 등을 담당자들과 협의하고 있다.
내과, 소아과 의사선생들은 기존 지원물품 중 의료기에 관한 사용설명과 시범을 보였다. 치과 고 선생과 잠시 밖으로 나와 연구소 건물 현관 앞에서 거리 구경을 했다. 우리를 태우고 다니는 버스 운전기사가 옆에 오기에 물었다. “평양은 대체로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이 많은데 연료는 주로 무엇을 쓰나요?” “중앙집중식 온수파이프가 가정마다 설치되어 있습니다. 조리용 연료는 프로판가스와 석유를 많이 씁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65평형 배정받은 장남

“아파트들이 꽤 널찍하게 보이는데, 운전선생은 몇 평이나 되는 아파트에서 사십니까?” 했더니 자기는 장남이라서 부모님을 모시는 이유로 좀 넓은 65평 주택을 배정 받았다고 한다. 북에서도 장남은 부모님을 모시는 전통적인 풍토가 지배적이란다.
6시가 다 되어서 전체 인원들이 마무리 회의를 준비중이다. 연구소장이 내일의 일정에 대해 간략히 정리를 하고, 우리 기술진이 이에 대한 실무 진행상황과 협조사항을 당부한다.
저녁식사 직전에 보건의료단체 대표들이 따로 모여 내부적인 논의를 했다. 향후 지원사업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이야기했다.
조선의학회에서 요구한 구역병원 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일 실제로 조선의학회 담당자들과 상의한 뒤 결정하기로 했다. 청한에서는 사라진 제환기로 인해 심적 부담이 커지게 되었다는 의견을 냈다. 아, 이걸 어쩐다. 속이 탄다.
이 작업을 위해 서울 기계제작소를 찾아가 설명을 듣고, 전주에선 제분소를 두번이나 쫓아가 직접 제환작업을 하지 않았던가.
더군다나 출국전 밤 늦게까지 아내가 정성스레 다듬어 준 곶감(씨를 미리 빼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등 한약재까지 무겁게 들고 다녔는데…. 어떻게든 이 부분에 대한 확답을 얻어내야 하겠다는 오기가 생긴다.
저녁식사는 호텔건물과 연결된 외부 지하식당이다. 여기는 주로 일식이 전문인가보다.
여기는 양식으로 기른 물고기는 없겠지 싶어 광어회와 전복 등 해산물 요리도 시키고 주로 술안주를 중심으로 주 문했다. 평양소주가 딱 입맛이다. 25도 짜리 술이라 우리 습관에 익숙한 탓이리라.
술김에 안내선생들에게 제환기 찾아놓으라고 골통을 부려본다. “아, 우리 200여 회원들이 정성을 모아 보낸 물건 아닙니까? 제가 돌아가서 뭐라 답하겠습니까? 제발 물건이 있는데 가서 사진이라도 찍어갈 수 있도록 해 주시오” 뭐 이런 요지다.
난처해 하는 안내선생들 모습을 보니 한편 미안하기도 하다. 철저한 조직사회에서 그들의 역량이 넘는 일이라면 뭘 어찌하겠는가 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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