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적 이해, 치료에 새로운 통찰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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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적 이해, 치료에 새로운 통찰 줘
  • 승인 2015.01.0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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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운

정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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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정창운의 ‘진화와 의학’ <21>


정 창 운
근거중심의 한방진료확립에 관심이 많은 초보 한의사
다른 질환들도 유전의 영향을 벗어나 있는 경우가 흔치 않지만, 특히나 암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시적 진화과정이라 할 정도로 극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임상적으로도 암 치료에 있어 여러 난맥을 가져오게 되며, 화학요법이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한 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하게 되는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인간을 구성하는 수많은 세포들이 수 십 년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안정된 계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경탄스러우나, 결국 우리의 상당수는 암으로 죽게 된다. 암은 우리 몸을 이루는 다양한 분자들 간의 놀라운 협조 작용 어딘가에서 문제가 생긴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는 이기적이고, 성장이 조절되지 않는 세포의 과잉 증식이며, 그 결과 유기체, 한 계는 그로 인해 소멸되어버리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우리 몸의 다양한 유전자들은 이러한 세포들의 성장을 적절히 통제하는 작용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크게 oncogene(암유전자), tumor suppressor gene(종양억제유전자), repair gene(회복 유전자)으로 분류되고는 한다. 건강한 세포에서는 이러한 유전자들이 적절히 작용하게 되어 암의 발생을 억제하게 되지만, 이들이 여러 이유로 돌연변이를 일으키게 되면서,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 결과, 세포의 과잉 성장, 암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거시적 차원에서의 진화와 크게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진화이론의 핵심인 자연선택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가장 적절한 유전자가 가장 많이 복제됨을 보이고 있으며, 암 역시도 다양한 요인(여기서는 주로 돌연변이)에 의해 엄격한 환경압(여기서는 다양한 암 억제 기전)하에서 선택(기전의 붕괴 등을 통해 증식 성공)을 통해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역설적인 의미에서 암 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진화적 측면에서는 ‘적합’한 세포이며, 이들은 유기체 내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

앞서 다양한 감염질환에 대해서 진화적인 이해가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해줄 가능성을 살펴본 것처럼, 암에 있어서도 이러한 진화적 이해는 치료에 새로운 통찰을 던져주고는 한다.

암의 종류에 따라 그 연구의 진척은 다양한 차이를 보이고 있고, 치료 면에 있어서도 상이한 부분들이 많지만, 일반적으로 항암화학요법으로 다양한 약물을 복합적으로 투여하는 것은 암이(약물 간 교차저항이 없다면) 각각의 약물에 적절한 변이를 약물의 수만큼 획득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돌연변이가 나타날 빈도는 약물의 종류가 많아질수록 당연히 하락하기에, 암을 치료하는데 고려해볼 법한 전략이 된다. 실제 연구 현장에서는 이에 있어 다양한 수학적 모델에 따른 계산과 전략 제안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암에 대한 주류 접근법인 세포 중심 전략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의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고전 의서에 대해서 그 가치가 무엇인지 되묻는 경우가 있다. 손사막의 천인상응론은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과 자연을 동시에 지배하는 공통의 원칙, 더 정확하게는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결코 특별하거나 다르지 않다는 선언으로 볼 수가 있다. 그리고 서양에서는 이것이 과학혁명의 시작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잘못 해석하여 고전적 한의학에서 인간을 설명하는 방식이 절대적으로 옳으며, 이를 통해서 자연세계도 동일하게 해석할 수 있다고 믿는 우를 범한 한의사들의 모습을 간혹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암의 미소진화는 거시적인 세계에서의 진화원리와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역시 오행의 신묘한 조절 작용으로 인한 것으로 견강부회를 해야 할까?

한의학의 가치가 고전의 자구에 얽매여 그것을 원본 그대로 보존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의학적 문제를 가장 올바른 방식으로 해결하는데 있는 것으로 보는 정상적인 한의사라면, 한의계가 맞닥뜨린 여러 문제들을 가장 포괄적이고 적합한, 환경압에 맞추어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푸는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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