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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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1, 2
  • 승인 2003.09.0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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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사로 본 보통사람의 삶


연대와 이름을 외워야 하는 국사책에 학을 떼던 학창시절, 우연히 접하게 된 함석헌 선생님의 ‘뜻으로 본 韓國歷史’ 는 나에게 있어서 딱딱하고 이미 죽어버려 현실과 단절된 나무토막같은 역사가 아니라 바로 우리 곁 일상속에서 살아있는 역사에 대한 느낌을 갖게 해 주었다.

형식화되어 죽어버린 과거의 숫자더미들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한 순간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 것은, 책의 내용에 대한 아련한 기억만이 남아 있는 지금에도 무엇인지 모를 감동을 주고 있다. 역사속에 살아있다는…

이후 근대사와 현대사에 대한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또 미래에 대한 전망의 이야기 끝에 한국사에 대한 처참한 이야기와 함께 당위론적인 결론이 유추되는 구조속에서 역사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에 짓눌리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막연한 갈증 같은 것이 있었다.

이번에 접한 ‘일상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는 기존의 역사 서술방식에 이탈되어 있으면서,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는 데에서 역사에 대한 쉽고 편안한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기생, 가마, 말, 중, 마마, 악처, 신참의식, 형장, 담배, 구경거리, 종, 범, 점심, 고문, 오디푸스 콤플렉스, 부부, 귀양살이, 뒷간 등 어찌보면 자잘하고 어찌 보면 별것 아닌 것들에 대한 역사서술이 이루어진다는 데에서, 역사에 기존의 폼나는 서술방식과는 다르다.

이 책은 서양 역사학계에서 이미 담론화된, 자질구레한 일상을 통해 역사를 구성하려는 시도들이 우리나라 역사학계에서도 있어왔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몇 안 되는 학문적인 엄밀성과 쉽고 솔솔하게 읽을 수 있는 재미를 가지고 있는 책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보통사람 들의 평범한 삶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지배층, 피지배층 모두를 아울러 그들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일상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조건들을 다루고 있다” “보통 사람들의 삶에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하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특별한 사람들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모르고 있는 부분이 더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억눌린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품고 애정을 기울일 때 역사가 한 걸음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라고 했다.

일상에 대한 역사서술이 기존의 역사관에 비해 산만하고 잡학사전과 같이 펼쳐지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과거의 역사관 자체가 가지는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고, 또한 한두개의 축으로 묶어내는 역사관에 대한 매력이 힘을 잃고 있는 시점에서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흐름일 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은 일상이라고 이야기하는 현실을 중심으로 역사를 재구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가장 필요한 때일지도 모른다.

“물론 생활사가 역사의 기둥은 아니다. 그러나 ‘창조적 소수’의 일거수 일투족에 의해서만 현실세계가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역사의 밑바닥에 잠겨 있는 것들 속에서 몇 백년 전 보통사람들의 삶을 캐내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권태식(서울 구로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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