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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돈의 도서비평] 행복을 바라보는 17개의 눈
도서 비평 |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
2014년 12월 18일 () 09:35:12 김진돈 mjmedi@mjmedi.com
요즘 경기가 침체되었지만 송년회로 바쁜 시기다. 잠시 한적한 곳에 머무르며 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뭘까.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이런 물음을 던지며 1년을 결산해보며 새해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 종교와 세상에 시선이 깊은 저자는 17명의 대표 석학들에게 현실 진단과 행복에 대해 질문한다. 석학들마다 다양한 각론이 있지만 결국 그들은 입을 모아 외친다. 끊임없이 공부와 성찰을 함으로써 자신의 상처를 직시하고 맷집을 키우라. 타인의 공식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나만의 행복을 스스로 정의하라고 한다. 괴롭거나 결정적인 선택의 고민이 있을 때 무엇이 진정한 행복이고 진정 가치 있는 삶인가를 재발견하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백성호 著
판미동 刊


하나의 창(窓), 하나의 학문을 관통한 인문학 고수들에게 인간을 묻고, 삶을 묻고, 행복을 물었다. 색깔도, 각도도, 문법도 다르지만 자신만의 창을 통해 오랫동안 발효시킨 17개의 ‘울림’이 담겨 있다.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그 정의가 필요하며 각각의 고수들은 다양한 행복의 맨얼굴을 보여주지만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한 교수는 유학을 心學이며 유학의 본질은 마음훈련에 관한 학문이라고 했다. 개나 닭을 잃으면 온 동네 사람들을 풀어 찾는데, 마음을 잃으면 찾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뇌과학자 김 교수의 인터뷰는 충격적이다. 인간의 정신은 더 이상 독립적이고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다. 우리 눈앞에 펼쳐진 세계는 일종의 전기적 신호이다. 정작 뇌는 아픔을 느끼지 않는다. 뇌는 세상도, 그 자신도 느끼지 못한다. 그저 두개골에 들어앉아 신체 기관들이 전해 준 정보를 전기적 신호로 바꿔 줄 뿐이다. 그 신호는 뇌가 해석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가끔 뇌도 속임수를 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선가(禪家)에선 “있는 그대로 보라”고 하는데 뇌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지 않는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석한다. 해서 가끔은 말도 안 되는 해석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성에게 사랑 고백을 할 때 흔히 롤러코스터를 타라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심장 박동이 빨리 뛰기 때문이다. 재미난 사실은, 사랑에 빠졌을 때도 박동이 빨라진다. 우리의 뇌는 그저 심장이 빨리 뛴다는 것밖에 모르면서도 주변 상황을 스캔해서 해석을 만들어 낸다.

역사학자가 본 행복은 올바른 길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추구하는 것이다. 다시 시간이 흐르고 우리 시대의 삶이 200년 전, 500년 전의 역사가 되었을 때 우린 어떤 거울로 기억될까? 나의 삶이 어긋날 때 처절한 자기반성으로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시대와 세상이 평평하지 못할 때 소리높여 목청껏 울 수 있을까? 인간은 돈과 권력이 아니라 가치를 추구할 때 행복하다는 것이다.

「문심조룡」에선 문학의 잉태를 가능케 하는 상태를 虛心과 고요라고 했다. 삶도 마찬가지다. 가치 있는 행복을 얻으려면 삶의 빈칸을 스스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러러면 나의 하루 중 빈 시간과 빈 공간을 따로 내야 한다. 빈 칸에 들어설 때 우리의 눈은 안을 향한다.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게 된다. 거기서 물음을 던질 때 거기서 답이 나온다. 그런 답이 우리에게 나침반이 되고 등대가 되고 별이 된다. 그 별을 보며 한 발을 뗄 때 우리는 행복하다.

다산은 면학에서 행복을 찾았기에 그 치열한 독서와 사색이 18년 유배 생활을 530여 권의 저술로 채운 원동력이었다. 다산은 호학자(好學者)이며 현실개혁가, 학문에 대한 사랑 못지않게 불의에 대한 투쟁심을 지녔던 사람이다. 다산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18년 유배에도 절대 불행하다는 얘길 하지 않았다. 언제나 자기 너머의 바깥을 내다봤다. 거기에 국가가 있고, 농민과 힘없는 약자들이 있다. 그런 마음이 우릴 감동시킨다.

또 삶은 한 편의 영화 같다. 내 안에 있는 생명의 속성을 더 깊이 이해할수록 삶에 대한 연출의 힘은 더 강해진다. 삶을 잘 연출하라. 거기엔 각자의 인생을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꾸려 나갈 수 있다는 어마어마한 가능성이 이미 깔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안의 창고에는 선도 없고 악도 없다. 그저 무한가능성만 있다. 그래서 선도 있고 악도 있다. 삶에 대한 연출법도 마찬가지다. 행복, 불행의 시나리오도, 그 선택이 내게 달렸을 뿐이다. 왜? 내 삶에 대한 연출법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해서 내 안의 창고를 뒤져야 한다. 거기엔 숱한 행복을 피워 올릴 수 있는 연출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토록 찾는 행복한 삶을 연출할 수 있는 시나리오 말이다.

끝으로 독서는 사이언티스트의 근육을 키워 주는 훈렵법이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 땐 독서에 열중한 것처럼 뭐든 죽어라 해보라. 열심히 하면 헛된 것은 없으니. 마지막 부분 ‘인생은 여인숙’이라는 시가 삶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를 한동안 여운으로 남게 만든다. (값 1만5000원)

김진돈 / 송파문인협회 명예회장
시인, 송파구 가락2동 운제당 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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