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균의 도서비평] 동아시아 음식문화의 역사와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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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의 도서비평] 동아시아 음식문화의 역사와 현재
  • 승인 2014.11.2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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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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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비평 | 차폰, 잔폰, 짬뽕
오랜만에 근현대사 역사물이 손에 잡혔다. 항상 고대사에만 주력했었기에 약간의 일탈(?)과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런 면에서 발품 팔아가며 동아시아 음식문화에 대해 기록한 저자의 꼼꼼한 탐방과 고찰은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한다.

비록 가까운 이웃 나라라고 하지만 국경을 넘나들며 이 골목 저 골목을 돌아다녔던 저자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껏 짬뽕 한 그릇에 불과한데도 그 역사적 맥락을 짚어가는 정성과 노력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자주 접하는 음식이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대동아전쟁의 역사적 실체에 대해 몸서리쳐지는 영향력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 그에 따른 화교들의 생존을 위한 조직적 활동을 목격하며, 일본의 나가사끼 짬뽕(잔폰)이 유래되는 배경에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다.
주영하 著
사계절 刊


물론 이 책에서는 중국의 차폰과 일본의 잔폰과 한국의 짬뽕만을 얘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연관된 음식들이 같이 언급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기는 하나,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여러 가지들의 요리법과 그 재료의 성격은 물론이고 그들의 유래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저자 특유의 꼼꼼함으로 각각의 정보를 상세하게 얻을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그리하여 간혹은 이대로 따라서 요리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레시피까지 건질 수 있으니, 상당한 역사적 소견을 가진 즐거운 요리책이란 느낌도 든다. 그 가운데서도 재미있는 것은 ‘전통의 창조’라는 논의가 있는데,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 중에서 상당히 많은 내용이 근대에 와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가령 영국 왕실의 각종 행사내용이 마치 앵글로색슨의 전통을 계승하여 지금까지 지속된 것처럼 알고 있지만, 사실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에 영국 왕실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당시 사람들이 이전의 여러 가지 자료를 참고 하여 새로 디자인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처럼 상당히 많은 전통들이 근대 국민국가 이전에 행해진 ‘만들어진 역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전통문화도 그런 면이 없지 않기에 일견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두부에 관해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약간의 아쉬움도 있다. ‘역사 만들기’에 앞장서서 음식에서도 중국은 열을 올리고 있는데, 그들은 두부가 유방의 손자인 유안이 한나라 때 만들었다고 그 기원을 내세우고 있다. 저자는 이를 지적하여 두부의 발명은 중원의 북쪽에 살면서 유목을 주로 했던 사람들과 인연이 있다고 밝히면서, 그들의 콩죽이 화북지방을 장악했던 북송 때부터 두부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되었음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얘기한대로 그들 유목민들이 발해연안의 소금을 활용하면서 두부가 만들어졌음을 주장한다면, 그들 유목민의 주체가 누구였는지 좀 더 확실시했어야 했다. 발해연안은 고조선 이래 부여와 고구려를 거쳐 발해가 터전을 잡았던 한민족의 생활기반이지 않은가. 또한 대두의 기원이 만주지방이었으며, 그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중국으로 수출했고, 한나라 때는 장중경이 「상한론」에서 ‘두시’라는 약재로 귀하게 사용했지 않은가. 비록 지금은 중국의 영토로 표기되고 있지만, 만주는 고려와 조선의 앞마당으로 사용했었기에 일제강점기엔 독립운동의 터전이 되었지 않았던가. 한 발 더 나아가지 못함이 못내 서운하다.(값 1만7500원)

金洪均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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