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그리고 한의학적 치료법의 과학적 기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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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그리고 한의학적 치료법의 과학적 기반 이해
  • 승인 2014.11.2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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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운

정창운

mjmedi@http://


한의사 정창운의 ‘진화와 의학’ <19>
정 창 운
근거중심의
한방진료확립에 관심이 많은
초보 한의사
의학에서 특히 유전학적 접근이 많이 이루어지는 분야는, 다른 접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역시 아직까지 명확한 치료법을 발견하지 못한 암(癌)일 것이다. 흔히 담배나 음주가 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역학적 연구는 많이 접하게 되지만, 그러한 환경적 노출이 실제 개체에 어떻게 작용하여 결과적으로 암을 유발하기에 이르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뚜렷한 해답을 얻고 있지는 못하다.

최근 양방의학계에서는 소위 ‘갑상선암 과잉진단’으로 논의가 오가고 있다. 갑상선암 조기검진과 이로 인한 치료가 환자의 생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최근 20년간 갑상선암 유병률이 30배 이상 증가한 것이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양한 병리검사와 해부 등을 통해 확인된 바에 따라, 정상인 사람의 경우에도 뼈, 유방, 전립선, 갑상선 등 인체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다양한 종류의 종양을 발견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국내 양방의학계는 이러한 ‘생리’에 가까운 현상에 대해 과도한 개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고생물학적 조사와, 수의학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종양은 다세포 동물에서 나타나는 흔한 이상이지만, 그것의 기원은 매우 길고 특히 그 생체구조가 복잡하고 수명이 길수록 종양의 발생위험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통상 암으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는 전체 사망자의 27.6%(2012년 국내 통계)로 2위, 3위인 심뇌혈관질환을 합친 19.5%에 비해서도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높은 사망률은 특히 인간에게서 관찰되는 것이다.

거의 모든 이들이 종양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망률을 보이는 것은 오히려 왜 암으로 죽는 경우가 이토록 ‘드문가’에 대해서 오히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만큼 암은 흔한 현상이며, 우리 몸은 매우 정교하게 그 암을 제어하고 있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앞선 칼럼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른 요인에 의한 사망이 감소하고, 그로 인한 수명의 증가와 위험 발생의 증가가 맞물린 현상이다. 노화로 인한 불리함이 없다 하더라도, 생존 그 자체도 하나의 위험이 된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통상적으로 암의 발생은 유전학적 인자+식생활+면역계라는 발암 조절인자와 DNA에 손상을 미치는 요인들이 확률적으로 줄기세포에 변이를 일으켜 결과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현대사회라는 인간이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종(種)으로서의 인간에게는 무척 낯선 환경은 이러한 변이를 더욱 부추기게 된다. 만성화된 폭식과 비만, 흡연, 장시간의 정신 노동, 다양한 화학물질에의 노출 등은 우리가 진화적으로 적응하기에는 너무나 빠르게 변해버린 환경의 단면들이다. 이들은 우리가 정교하게 발전시켜온 암의 조절체계를 교란시키며, 궁극적으로 암이 완전한 악성을 갖추어 임상적으로 의미를 가지는 질환으로 만들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는 유전학이 깊이 관여한다. 우리는 모두 한 배아에서 나온 세포들로 구성된 존재들이며,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지속적으로 복제를 통해 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매우 정교한 분자 기전을 가지고 있어 그 오류가 극히 적지만, 미미한 확률도 횟수가 지속되면 언젠가 발생할 수 있게 되며, 암 세포의 시각에서 보면 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유전적인 변이를 통해 신체의 암 조절 능력을 넘어 증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촉매가 우리가 맞닥뜨리는 환경이 된다.

일부 유전암과 최근 성공한 몇몇 ‘표적’ 항암제들의 사례가 있지만, 이렇게 복잡한 요인들이 관여하는 암의 병리를 보면, 현재 상업화되고 있는 ‘암 유전자’ 진단 서비스나, ‘맞춤 암 치료제’ 등의 접근은 다소 성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화적 견지에서 보면, ‘암 유전자’조차 수많은 자연선택을 통해 구성된 요소 중의 하나이며, 이들이 어떠한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가며 개발한 항암제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부작용으로 인해 시판중지 되는 것은 이러한 복잡성을 간과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암 세포들은 이 정교한 체계에 의해 제어가 불가능했던 존재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최근의 ‘맞춤’의학(Personalized Medicine)에 있어서도 이러한 단시안적 접근 - oo이라는 유전자가 암을 일으키므로, oo유전자를 치료하는 의약품을 개발하는 것이 의학의 발전이다 ? 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사회경제학적으로도 전체 인구에 대해 적당한 효과를 가진 의약품에서 소수의 인원만이 혜택을 보게 되는 ‘맞춤’의약품으로의 전환이 과연 기대하는 것만큼의 성과를 가져올 것인지, 경제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전자의 다양한 변이와 내외인적 요인들이 한데 얽혀져 있는 암의 임상에서 한두 가지 요인을 제어하여 치료가 가능하다고 믿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최근 대장암, 비소세포폐암, 간암, 위암 등의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다양한 성분으로 복수의 표적에 대해 작용하는 한약 치료의 가치는 비단 임상에서의 효과만이 아니라 그것이 가진 기전을 탐색하는 과정 중의 성과물들이 기초의학 분야에 미치는 영향 역시 결코 적지 않다고 할 것이다. 계를 다루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계가 필요하다는 시스템 한의학에서의 주장은 점점 구체적으로 그 성과를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들을 주도하는 것은 안타깝게도 한국 한의사들이 아니라, 중국의 중서결합의사들이다. 한국 한의계도 한의학적 치료법의 과학적 기반을 좀 더 깊게 이해하는 것, 좀 더 강하게 말하자면 그러한 방식이 아니면 한의학은 이해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국 한의학은 지금과 같은 전통의학간의 생존경쟁에서조차 도태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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