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53] 현토하여 번역한 許太醫 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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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53] 현토하여 번역한 許太醫 침법
  • 승인 2014.10.2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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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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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許任鍼灸經驗方」②
「鍼灸經驗方」에 실려 있는 허임의 자작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經에 曰 邪之所湊엔 其氣必虛라하니 何則고.” 이 선언적인 언급은 침구치료에 있어서도 반드시 환자의 正氣를 먼저 살펴보아야만 한다는 기본원칙으로서 후세의가의 귀감이 되었다.

이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은 말로 이어진다. “凡人疾病은 皆由於飮食失節과 酒色過度하야 風寒暑濕이 乘虛鑠入하야 經絡榮衛不行故也니 治之大法은 專在於明知其部分하야 必以鍼灸로 補虛寫實하야 各調其氣血也니 觀其部分之色하야 ......”(현토본 본문에 의함) 이어 곧바로 질병의 원인과 병리, 진단, 치법, 12경락의 유주와 침구 보사 수기법 등을 줄줄이 열거하면서 병론치법설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일반적인 서문과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
◇「허임침구경험방」

보통은 이상적인 의학관이나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나 연유, 시대적 배경 등이 피력되고 서문을 쓴 작자의 다분히 현학적이고 원론적인 변설이 한참동안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서문투에 익숙한 독자들은 「침구경험방」의 서문이 다소간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아마도 허임은 천민의 신분으로 내의원에 들어와 오랜 동안 鍼醫로 활약했지만 자신의 책에서조차 소신을 담아 강한 어조로 무언가를 주장하기엔 여전히 주저함이 있지 않았을까?

서문의 말미에 충분히 겸손을 섞어 다음과 같은 소회를 담았을 뿐이다. “… 愚以不敏으로 少爲親病하야 從事醫家하야 積久用功하야 粗知門戶러니 乃今衰老하야 仍恐正法之不傳하야 ….” 얼핏 보면 그가 젊어서부터 갈고 닦은 의술을 그저 내버려 두고 썩힐 수 없어 붓을 들었다는 것으로 들리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醫門에 들어온 이후 오랜 세월 功業을 쌓고 치료에 다소 자신감을 얻었으나 老境에 이르러 正統 침법이 전하지 않고 맥이 끊길 우려가 있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 은근한 자부심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이러한 자신감은 이어지는 글에서 다시 확인해 볼 수 있다. “… 乃將平素聞見하야 粗加編次하야 先著察病之要하고 倂論轉換之機하야 發明補瀉之法하고 校正取穴之訛하며 又著雜論若干하고 且記試效要穴及當藥하야 合爲一卷하니 非敢自擬於古人著述이오 只爲一生苦心을 不忍自棄니 覽者若能加之意 或有少補云爾라.”

즉 그는 평소의 견문과 경험을 바탕으로 진단의 요점과 병리적인 감별점, 보사법, 취혈법 등을 고정하고 여기에다가 약간의 치법론을 더하였으며, 아울러 자신이 경험한 自作 치료혈과 약방문을 합하여 1권으로 꾸몄다고 밝히고 있다. 이 역시 평생 동안 고심하여 얻게 된 것을 차마 버릴 수 없어 모은 것이며 다급한 병환에 닥친 생명을 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묘미는 취혈법을 고정한 訛穴편이라 할 것이다. 대개 「銅人經」에서 언급한 혈위를 기본으로 하였으되 해석상 차이가 나거나 임의적인 판단으로 위치가 서로 相馳되는 경우이다. 예컨대, 少商의 경우, 「동인경」에 ‘手大指端內側에서 去爪甲角如韭葉’이라하였다. 이에 대해 허임은 이른바 부추 잎이라고 말하는 것이 크고 작은 것이 각자 다르거늘 세속에서 손톱 끝에서 실오라기만큼 떨어진 살에서 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하고 손톱 끝 모서리가 3푼 정도 거리가 떨어져 첫째마디 가로줄 머리로부터 서로 일직선이 되는 곳을 취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권미에는 당시 유행하던 일본의 침구임상가인 代田文誌의 ‘鍼灸臨床治療要穴’이 부록되어 있다. 고문의 현토, 그것은 전통적인 해석법을 표기한 것으로 번역의 일부이자 시작점으로 여겨야 한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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