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의 도서비평] 불교 3000년, 자본과 권력의 관점에서 거시적 통찰
상태바
[안세영의 도서비평] 불교 3000년, 자본과 권력의 관점에서 거시적 통찰
  • 승인 2014.10.02 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세영

안세영

mjmedi@http://


도서 비평 | 자현 스님의 조금 특별한 불교이야기
4월 16일의 세월호 참사 이후 마음이 영 불편합니다.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위해 분투하는 유족들에게 그저 심정적인 응원을 보낼 뿐,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기성세대로서의 부채 의식은 적지 않으면서도 행동으로는 적극 표출하지 못하는 성정 탓에, 근래 들어 불교 관련 서적만 탐독하는 일이 늘었는데…. 아마도 겁자(怯者)가 불편한 마음을 추스르고자 심리적 도피처를 찾는 것이겠지요? ㅠ.ㅜ
자현 스님 著
불광출판사 刊

「자현 스님의 조금 특별한 불교 이야기」는 이렇게 아픈 현실을 회피하려고 불교와 연관된 이런 저런 책들을 뒤적이다가 접한 책입니다. 사실,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할 때만 해도 이 책이 불교의 역사에 대한 책인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학술진흥재단 등재지에 실은 논문이 70여 편에 이르고, 10여권의 대중 교양서까지 펴냈으며, 현직 교수로 활동 중인 스님! 이런 학승(學僧)이 불교에 대해 ‘조금 특별히’ 이야기한다는데 뭐가 얼마나 특별한지 읽어보고 싶었거든요. 어, 그런데 첫 페이지를 펴서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참신한 시각을 제공하며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 채워져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책의 부제가 ‘자본과 권력의 관점에서 본 새로운 불교의 역사’이더군요. 인류사 모든 시대를 지배해 왔고, 앞으로도 지배할 것임에 분명한 자본과 권력! 쓰기에 따라 살인도(殺人刀)로도 혹은 활인검(活人劍)으로도 작용하는 이 양날의 칼을 대입해서 3000년여 불교의 역사를 거시적으로 통찰한 ‘아주 특별한’ 책이었던 것입니다.

책은 1장 ‘불교 출현의 배경’, 2장 ‘붓다의 생애와 사상’, 3장 ‘인도 불교의 전래’, 4장 ‘중국으로 넘어간 불교’, 5장 ‘중국 불교의 변화와 발전’ 등 모두 5장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불교의 역사를 꿰뚫어야 하는 지라, 불교라는 무신론 종교가 출현했던 사회적 배경, ‘깨달음’에 이른 색신(色身) 싯다르타의 생애와 사상, 대승(大乘)과 소승(小乘)으로 나누어지는 인도 불교, 육조 혜능(慧能)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선종(禪宗), 수·당·송(隋·唐·宋)으로 변천하는 시대에 따른 중국 불교의 변화 등을 쭉 훑어보는 거지요. 물론 시종일관 사용하는 프레임은 ‘자본과 권력’입니다.

산물의 축적에 따라 자연스레 탄생한 ‘상업 자본’과 이 상업 자본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이라는 틀을 기본 축으로 삼고, ‘진보와 보수 사이의 갈등’ 및 ‘역사의 순환과 문제의식의 항존’에 대한 측면을 양 날개로 사용해서 불교의 역사를 통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입니다. 철학·종교·역사를 종횡무진 넘나들고, 경제사·사상사·문화사를 한데 아우르면서….

불교뿐만 아니라 한의학, 아니 동양학은 언제나 전체적인 통찰과 흐름을 중시합니다. 존재의 의미는 독립된 실체에 있는 게 아니라 오로지 관계성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으로 대표되는 서양 학문의 유입으로 분석적인 분절이 대세임에 분명하지만, 분석은 언제나 관계의 결핍을 초래하잖습니까?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유마힐(維摩詰) 거사의 말씀이 거듭 아프게 다가오는 나날들입니다. (값 1만5000원)

안세영 / 경희대 한의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