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판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원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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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판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원수도 없다
  • 승인 2014.09.0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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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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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타짜 2-신의 손
38년만의 빠른 추석을 앞두고 영화계도 새 옷을 입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간 ‘명량’이 ‘아바타’가 갖고 있던 영화계 최다 관객 및 최다 매출 기록을 다 깨면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갔지만 너무나 짧은 여름 탓에 이젠 추석 영화에 바통을 이어주어야만 한다. 그 중 최민식은 ‘루시’라는 할리우드 진출작에 다시 얼굴을 내보이면서 한동안 그를 만날 수 있게 되었고, ‘군도’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강동원은 이미지를 바꿔 ‘두근두근 내 인생’이라는 작품에서 아빠로 출연한다. 그리고 추석 영화의 레전드격인 ‘타짜’의 속편 ‘타짜 2-신의 손(이하 타짜 2)’이 개봉하면서 관객의 이목을 끌 준비를 하고 있다.
감독 : 강형철
출연 : 최승현, 신세경, 곽도원, 이하늬, 유해진, 김윤석

이 중 가장 흥미로운 작품은 ‘타짜 2’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몰입도가 높았던 작품이었던 ‘타짜’의 속편이라는 점에서 끌리는 부분이 있고, 이미 허영만 화백의 만화 원작을 통해 탄탄한 이야기 구성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과 ‘과속스캔들’과 ‘써니’를 통해 흥행감독으로서 인지도를 형성한 강형철 감독의 연출 작품이라는 점 등이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삼촌 고니를 닮아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손재주와 승부욕을 보이던 대길(최승현)은 고향을 떠나 서울 강남의 하우스에서 타짜로 화려하게 데뷔하지만,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우연히 고니의 파트너였던 고광렬(유해진)을 만난다. 고광렬과 함께 전국을 유랑하던 대길은 절대 악의 사채업자 장동식(곽도원)은 물론, 전설의 타짜 아귀(김윤석 분)까지 타짜들과 목숨줄이 오가는 한 판 승부를 벌인다.

유쾌한 영화들을 만들었던 감독답게 영화는 시작부터 만화 같은 느낌을 선보이면서 독특한 장면을 보여주고,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대사들 또한 관객들의 웃음보를 터트리게 한다. 그리고 고스톱과 같은 화투 치는 방법을 좀 아는 관객들이라면 그들의 패가 어떻게 되는지를 직접 확인하면서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으면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한 긴장감을 부여해주면서 극적인 흥미를 높이고 있다.

또한 전편에 출연했던 고광렬과 아귀의 재등장은 전편과 동떨어진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바둑 도박의 세계를 그렸던 ‘신의 한 수’에서 상의 탈의 후 바둑을 두는 것처럼 ‘타짜 2’에서도 모든 출연진들이 탈의한 후 도박을 치는 장면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하지만 전편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것이 속편의 운명이기에 ‘타짜 2’ 역시 8년 전 ‘타짜’와 비교해서 본다면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다. 일단 너무 많은 사람들의 배신과 배신을 거듭하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보여주다보니 몰입도가 전편에 비해 떨어지고, 배우들의 스크린 장악력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특히 조승우와 김혜수가 보여줬던 카리스마를 아이돌그룹 ‘빅뱅’의 최승현과 신세경에게 기대하는 것은 좀 힘든 편이다. 오히려 이하늬의 독한 캐릭터가 잔재미를 주지만 아쉽게도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로인해 여러모로 쉽고 재미있게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는 파악할 수 있지만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오히려 아귀의 제자로 아주 짧게 특별출연하면서 ‘타짜 3’의 주인공이 아니냐는 얘기를 들었던 여진구가 가장 기억에 남을 뿐이다. 예년보다 일찍 온 추석연휴 기간 동안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과 과도한 고스톱은 피로를 불러올 수 있으니 적당히 하고, 영화 속 대사처럼 ‘오광’하면서 행복하게 지내길 기원한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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