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균의 도서비평] 한(漢)나라 무너뜨리고 신(新)나라 세워 천하 도모했던 사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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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의 도서비평] 한(漢)나라 무너뜨리고 신(新)나라 세워 천하 도모했던 사상서
  • 승인 2014.09.0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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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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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비평 | 또 하나의 주역(周易), 태현경(太玄經)

한(漢)나라가 전한(前漢 또는 西漢; BC206~AD8년)과 후한(後漢 또는 東漢; AD25~220년)으로 나뉘게 된 것은 왕망(王莽; BC45~AD23년)이 세웠던 신(新; AD8~23년)나라 때문이다. 신나라는 중국 최초로 통일을 완성했던 진(秦; BC221~BC206년)나라와 똑같이 겨우 15년 정도 되는 짧은 기간의 정권이었다. 하지만, 2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거대한 한나라를 무너뜨릴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은, 유향(劉向)의 아들 유흠(劉歆, BC53~AD25년)과 더불어 왕망 정권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던 양웅(揚雄; BC53~AD18년)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양웅(揚雄) 著
사마광(司馬光) 注
김태식(金台植) 解譯
자유문고 刊

유흠은 양웅에게 배워 오경(五經)에 통달하였고, 당시의 한나라 왕조시대에 유행했던 천인감응설(天人感應說)은 물론이고, 장수(長壽)의 비법으로 이용되었던 신선방술(神仙方術)을 부정하였으며, 황실의 신임을 받고 있는 도참(圖讖)의 미신을 대담하게 공격하였다. 또한 말더듬이였던 양웅은 서적의 탐독으로 깊은 사색을 함으로써, 도가의 자연과 유가의 객관을 중시하여 합리주의적인 윤리사상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유흠에게 오경을 가르쳤던 양웅으로부터 신나라 건국의 사상적 기반이 갖추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웅이 비록 말더듬이었다 하더라도, 박학다식하여 경학(經學)은 물론 시문(詩文)과 사장(辭章)에도 뛰어나 그의 사부(辭賦)는 성제(成帝; BC32~BC7년)를 감탄시켰으니, 「감천부(甘泉賦)」, 「우렵부(羽獵賦)」, 「장양부(長楊賦)」, 「하동부(河東賦)」 등과 같은 것이 그것이다. 또한「논어(論語)」와 같은 체계를 갖춘 「법언(法言)」을 통해, 제가(諸家)의 사조(思潮)를 고성(古聖)과 경서(經書)에 따라 바로잡았으며, 유가(儒家)의 인위적 도덕교화를 기조로 예악(禮樂)과 군신(君臣)간의 질서를 도가적(道家的) 무위(無爲)의 정치와 결부시켜, 천도(天道)에 따라 백성의 양육을 꾀하여야 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 책 「태현경」 10권은 그 형식에 있어서는 「주역(周易)」을 근간으로 하였으나, 그 철학적 기조는 음양이원론(陰陽二元論) 대신 노자(老子)의 ‘무(無)’와 같은 우주의 근본인 ‘현(玄)’을 근원으로 하고, 천(天)·지(地)·인(人)의 변화법칙을 기본으로 하는 시(始)·중(中)·종(終)의 삼원(三元)으로써 설명하고 있다. 그리하여,「주역」에서 말하는 태극(太極)과 양의(兩儀)와 사상(四象)과 팔괘(八卦)와 64중괘(重卦)와 384효(爻)에 대응하여, 「태현경」에서는 1현(玄), 3방(方), 9주(州), 27부(部), 81가(家), 729찬(贊)을 두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주역」이 6효를 두었지만, 「태현경」에서는 9수(首)를 두어서 천지인(天地人)의 개념을 3단계로 도입하고 주야(晝夜)를 구분해 한 단계를 더 늘려 놓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들은 「황제내경(黃帝內經)」이 한대(漢代)를 지나면서 변화발전 하는 단계와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소문경(素問經)」 9권과 「침경(鍼經)」 9권이었던 것이 「소문(素問)」 81편과 「영추(靈樞)」 81편으로 나뉘는 것이나, 촌관척(寸關尺), 27맥(脈), 삼음삼양(三陰三陽)의 설정 등에 대해 다시 숙고해 볼만하다. 본래 중국에 이러한 사상이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왕망의 아버지가 흉노족이었던 것과 유관하지 않을까 싶다. 나아가서 고조선의 패망과 더불어 일어났던 흉노의 사상적 바탕을 양웅이 정리한 것이라면, 이로부터 고조선의 사상과 철학 및 의학적 발전에 대한 분석과 재고가 필요하진 않을까? (값 2만원)

金洪均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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